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 논란이 일었던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이 결국 복수정답 처리됐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3만3천여명 중 3천∼4천명이 등급이 오르고, 기존 정답자나 복수정답이 아닌 오답을 선택한 수험생은 성적이 떨어져 논란이 예상된다.
수능 출제 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김성훈 평가원장은 이번 출제 오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평가원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평가원은 수능 직후 5일간에 접수된 문항 131개에 대한 이의신청 1천105건을 심의한 결과 이 중 129개 문항은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8번은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④번 외에 ②번도, 영어 25번 문항 역시 기존 정답 ④번과 함께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평가원은 이의신청 심사 기간에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해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미생물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관련 학회 3곳에 자문을 의뢰하기까지 했다.
8번 문항의 그림에서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인데, 논란이 되는 보기 'ㄱ'은 RNA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평가원은 전문 학회의 의견과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보기'의 선택지 중 'ㄱ'과 'ㄴ'을 모두 참으로 판단하거나 'ㄴ'만 참으로 볼 수가 있어 'ㄴ'만 참으로 한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용기 수능본부장은 "유전자에 프로모터가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 결합한다는 것이 동작인가 상태를 뜻하는가에 따라 해석이 갈린다"며 "이 중 프로모터가 유전자에 포함되지 않고 '결합한다'는 표현을 동작으로 보면 보기 'ㄱ'이 옳지 않은 진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25번에 대해서는 'percent'는 백분율을, 'percent point'는 백분율 간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percent'라고 표현한 답지 ⑤번은 주어진 그래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복수정답 인정 사유를 밝혔다.
김성훈 평가원장은 브리핑을 마치고서 "올해는 작년과 같은 문항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또다시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고,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 사퇴한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입시업체들은 이번 복수정답 처리로 생명과학Ⅱ에서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을 3천∼4천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답자나 복수정답이 아닌 오답을 선택한 수험생 중 등급이 하락하는 수험생의 숫자는 적게는 1천700여명, 많게는 6천100여명으로 추청치의 편차가 크다.
복수정답인 ②번을 제외한 번호를 고른 수험생들 중 일부는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가 내려감에 따라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정시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출제오류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다음 달 중 가칭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선임하고, 교육계 인사뿐 아니라 법조인, 언론인, 학부모 등 다양한 비(非)교육계 인사도 참여시켜 10∼15인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출제·검토 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교사 비율 및 역할, 문항 출제·검토 절차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교육부는 현장의 의견도 수렴해 내년 3월 최종 개선안을 수립,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반영하고 실제 적용은 내년 6월 모의평가 때부터 할 예정이다.
이의신청이 제기된 131개 문항에 대한 심사 결과는 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