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탈세를 도운 10만여 명의 명단이 언론에 일부 공개되며 처음 명단을 빼낸 에르브 팔치아니(43)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조세회피 분야의 스노든"이라며 내부고발자로 치켜세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밀을 훔친 범죄자라는 비난도 팽배하다.
AFP 통신과 BBC에 따르면 팔치아니는 2006년부터 제네바 소재 HSBC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에서 IT 직원으로 일하며 고객 10만 6천여 명의 명단을 몰래 빼돌렸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여성과 함께 레바논으로 날아가 이 명단을 은행권에 팔아넘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레바논 은행가들은 명단을 사는 대신 팔치아니의 행적을 스위스 당국에 신고했고 이후 그는 동행했던 여성의 배신으로 스위스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그는 제네바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나와 바로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도주했고 자신이 빼돌린 고객 명단 자료를 디스크 5개에 담아 프랑스 당국에 넘겼다.
이를 받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재무장관(현 국제통화기금 총재)이 명단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며 미국 등은 은행들에 대한 대대적인 탈세조사를 벌였다.
또 이 영향으로 국제사회가 스위스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서 스위스가 그간 완강하게 지켜온 은행비밀주의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스페인은 2012년 스위스의 요청에 따라 팔치아니를 체포해 5개월간 수감했다. 스페인은 그러나 그를 '내부고발자'로 인정, 송환하는 대신 석방 조치했다.
그는 여전히 산업스파이 및 은행비밀주의법 위반 혐의로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으나 프랑스와 스페인 당국은 그를 스위스에 인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팔치아니는 이후 프랑스 국립정보자동화연구소(INRIA) 연구원으로 일하며 조세 회피조사를 돕는 한편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이중국적자인 팔치아니는 지난해 5월 스페인 급진정당의 후보로 유럽의회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그는 명단 공개 하루 뒤인 9일(현지시간) 스위스 RT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같은 내부고발자에게 재정지원 등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