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 인질 사망 파장…제한적 지상군 투입 가닥 잡나?

입력 2015.02.11 (08:28)

수정 2015.02.11 (08:28)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성 인질 케일라 진 뮬러(26)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미국 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줄기차게 강경 대응을 주문해 온 공화당의 지상군 투입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한적 지상군 투입'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인을 대신해 뮬러의 유족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뮬러의 가족들도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IS가 앞서 지난 6일 뮬러가 금요예배 중 1시간여에 걸친 요르단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 지 나흘 만에 뮬러의 죽음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구체적인 사망 시점과 경위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내에선 IS가 뮬러를 미리 살해하고서 그 책임을 요르단에 떠넘기고자 요르단군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역선전'을 펼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요르단군이 시리아 내 IS 거점인 락까 근처의 무기 창고를 공습했는데 이곳은 이전에도 공습했던 지역으로 민간인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미 정보기관의 한 관리도 "뮬러는 공습으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애리조나 주 프레스콧 출신인 뮬러는 시리아 난민을 돕고자 2012년 '서포트 투 라이프'(Support to Life)라는 터키 인도주의 구호단체에 가입해 자원봉사를 해오다 2013년 8월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IS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인 인질 가운데 4번째 희생자다.

뮬러의 희생은 지난해 8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9월 또 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 11월 미국인 자원봉사자 피터 캐식 참수의 충격과 악몽을 되살리면서 IS 대처 강경 여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곧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의 승인을 미 의회에 요청하는 것과 맞물려 의회 내 공방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력사용권 승인을 얻어내고자 지상군 파병을 포함해 더 공격적인 대응을 원하는 공화당 강경파와 제2의 중동전쟁 확산을 꺼리는 민주당의 주장을 모두 반영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안의 내용에 대해 미 의회전문지 힐(The Hill)은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지상작전'(enduring offensive ground operations)을 금지하는 조항이라고 전했다.

지속적 지상작전 금지는 곧 필요하면 언제든 제한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IS 격퇴 작전의 중대한 전략 변화를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고, 이에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지상군 투입 없는 현행 공습 위주의 IS 격퇴작전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약 1만 명의 지상군 투입을 제안했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절충안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정도면 수용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와 퇴임하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최근 지상군 투입 필요성을 공개로 제기한 바 있다.

한편, 뮬러의 고향인 애리조나 주가 지역구인 매케인 위원장은 이날 "이 끔찍한 시간에 애리조나와 미국, 문명화된 세계의 모든 사람의 기도가 뮬러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각별한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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