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우리 팀에 선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최근 수년간 프로배구 우승을 독식한 부메랑 효과로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선점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주포로 활약하던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가 올해 입대한 탓이 크다.
올 시즌은 삼성화재는 박철우의 공백을 메울 대체 선수를 찾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그래서 지난 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김명진(24)에게 라이트로 활약할 기회를 주는 한편 세터 황동일(29)을 라이트로 깜짝 전환했다.
여전히 이들에게서 '박철우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김명진이 급성 허리 디스크 판정으로 3경기를 쉬고, 그 사이 황동일도 경기 중 근육 경련을 호소하는 등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선수를 상황에 맞춰 투입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김명진은 디스크로 올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으나,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 교체 투입돼 블로킹 1개 포함 2득점을 올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신 감독은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긴 후 "김명진이 자기는 괜찮다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라면서도 "보강운동과 치료를 많이 해 이틀간 연습을 했고 자기가 경기에 나오고 싶어해서 뛰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명진이 들어가면 공격과 블로킹은 더 좋은데, 수비나 연결하는 부분은 황동일이 더 안정적"이라며 "어느 것이 우리 팀에 더 기여하느냐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세터 유광우도 "김명진과 황동일 둘 다 장단점이 있다"며 "김명진이 들어오면 공격적인 면이 좋아질 수 있고, 황동일은 이단연결이나 블로킹, 수비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또 다른 새 용병술을 준비하고 있다.
리베로 이강주(32)를 교체 수비수로 돌리는 것이다. 수비형 레프트 류윤식(26)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이강주를 대신 투입하는 전술을 준비 중이다.
신 감독은 "류윤식이 흔들리면 고준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황동일이 흔들릴 때도 고준용이 대체를 해줘야 한다. 마지막에 수비 레프트를 교체할 선수가 필요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는 한국전력에서 트레이드로 들어온 리베로 곽동혁(32)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신 감독은 "곽동혁이 우리 팀에 와서 몸도 많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며 "곽동혁이 원래 잘하는 선수인데 자신감이 생겨서 이강주를 뺀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