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주식회사의 주인들이 중요한 사안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 바로 '주주총회'죠.
삼성전자 등 58개 기업이 오늘 한꺼번에 주주총회를 열었는데요,
다음주 금요일과 그 다음 금요일까지, 이 세 날짜에,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84%의 주총이 몰려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가진 소액주주들을 아예 주총장에 못 오게 하려고, '떼거리 주총'을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데요,
총수 일가가 아닌 주주들을 찬밥 취급하는 우리 기업들의 후진적인 주총 관행,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모비스의 주총장입니다.
주주들이 주총 날짜를 알게 된 건 불과 17일 전이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법정 시한에 임박해서야 개최 사실을 알립니다.
40일에서 70일 전에 공고하는 선진국 기업들과 대조적입니다.
주주들이 안건을 검토하고 주총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정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납니다.
<인터뷰> 류영재(서스틴베스트 대표) : "14일 정도, 15일 전에 대개들 소집 공고를 내다보니까 주주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아무래도 촉박한 그런 것들이 좀 있죠."
주주들에게 주는 정보도 빈약합니다.
임원 후보에 대해선 한두 줄 약력이 전부이고, 경영 실적은 간단한 재무제표만 공개하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이왕겸(투자분석자문기관 종사자/소액주주) : "전문기관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도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을 해야 할지 반대를 해야 될지를 결정하기가 좀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선진국 기업들은 대부분 상세한 사업 보고서를 공개한 뒤에야 주주총회를 엽니다.
<인터뷰> 송민경(한국지배구조원 팀장) : "(주주들이) 사업보고서까지 다 확인하면서 이렇게 안건을 분석할 수 있으려면, 주총 개최일을 사업보고서 공개일 이후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총수 자본주의'를 한다는 비아냥을 벗어나려면 '떼거리 주총' '부실 주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KBS 뉴스 최정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