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과로에 따른 업무상 재해를 판정받을 때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에 대한 기준을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해놨는데요.
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근무여건 등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건축사무소에서 설계기사로 일하던 김 모 씨는 업무 중에 두통을 호소해 병원에 갔지만, 닷새 뒤 숨을 거뒀습니다.
김 씨의 유족은 김 씨가 과로 탓에 숨졌다며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상관관계가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뇌혈관 질환 발병 전 4주 동안 일주일 평균 64시간을 일했을 경우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김 씨는 평균 61.5 시간을 근무했다는 겁니다.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도 1심은 김씨가 과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김 씨의 근무시간이 과로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근무시간에 반영되지 않는 직무 스트레스가 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호재(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사망 직전까지 근무시간이 지속적으로 급증하였고, 과외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한 상태였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은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자가 처했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 해석됩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