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던 40대 남성이 지난 5월 집에서 쓰러져 숨진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과로사 의혹이 나오면서, 유족과 쿠팡 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친절한 뉴스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5월, 4남매의 아빠 41살 정슬기 씨가 집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쿠팡 '로켓배송' 일을 시작한 지 14개월 만이었습니다.
정 씨는 주 6일, 심야, 새벽 배송을 했습니다.
저녁 8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캠프와 배송지를 3차례 오가는 '3회전 배송'이 업무였습니다.
[고 정슬기 씨 아내 : "초창기에 한 3~4주 만에 거의 10kg이 빠졌으니까요."]
사인은 심혈관계 질환인 '심실세동·심근경색 의증', 유족 측은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인에 대한 논란과 함께, 죽음의 책임을 둘러싸고 유족과 쿠팡 사이엔 또 다른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간접 고용이라는 택배 기사들의 특수 고용 형태 때문인데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택배 대리점들과 배송 위탁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종의 하청으로, 이 대리점의 택배 기사들이 쿠팡의 배송 업무를 하게 됩니다.
이같은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이 직고용한 택배 기사인 '쿠팡 친구'와는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구분됩니다.
정 씨 역시 1톤 화물차를 보유하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쿠팡 퀵플렉스'로 일했습니다.
이에 쿠팡 측은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업무 시간과 업무량은 전문배송업체, 즉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에 소속된 개인사업자니, 원청인 쿠팡CLS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유족의 생각은 다릅니다.
정 씨가 쿠팡CLS 측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와 통제를 받았고, 정 씨 죽음에는 원청인 쿠팡CLS의 책임도 있다는 겁니다.
유족 측은 그 근거로 새벽 시간 SNS 대화를 공개했습니다.
쿠팡CLS 남양주2캠프 측의 "달려달라"는 독촉에 정 씨는 "개처럼 뛰는 중이다", "최대한 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고 정슬기 씨 아내 : "저는 바라는 거는 그냥 단 한 가지예요. 애 아빠한테 가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 이렇게 됐다…."]
이와 관련해 쿠팡CLS 측은, 배송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택배기사의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 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1년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쿠팡, 올해엔 공정위 기준 재계 순위 27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지난 3월엔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수조 원대 투자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한편, 쿠팡과 배송위탁 계약을 맺은 대리점 90곳은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소속 직원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