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감차 대신 손쉬운 요금 인상?…“택시 정책 안일”

입력 2024.11.13 (19:03)

수정 2024.11.13 (20:21)

[앵커]

KBS는 대구시의 택시 감차 지원 사업을 둘러싼 뇌물과 특혜 의혹을 전해드렸는데요.

택시 공급 과잉을 막고, 업계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며 160억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사업을 중단했고, 지난해에 이어 다시 택시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택시 감차 지원 사업은 말 그대로 택시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금을 주는 사업입니다.

택시의 경우 무분별한 공급을 막기 위해 정부가 5년마다 지역별 적정량을 정하는 '총량제'로 운영되는데요.

2019년 마지막으로 산정된 대구의 적정 택시 총량은 만 7백여 대입니다.

그런데 당시 대구에서는 적정량보다 34%, 5천4백여 대 많은 만 6천2백여 대가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전국 최고 수준의 택시 과잉 공급으로 업계가 경영난을 겪자, 보상금을 줘서라도 감차를 유도하자는 게 사업의 취지였습니다.

실제 대구시는 2016년부터 6년간 국·시비 약 162억 원을 감차 보상금으로 지급했고, 천2백여 대가 감차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적정 대수보다 5천 대나 많은 상황, 도로 위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택시 면허 대수는 줄었지만, 사실상 휴업 중이거나 폐차를 앞둔 택시를 감차하는 등 보상금을 챙기는 꼼수가 잇따른 겁니다.

이에 대구시는 실제 운행하는 택시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보고 2년 전 감차 보상금을 없앴습니다.

대신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도 택시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경영난에 처한 택시업계를 살리겠다는 건데, 근본 방안이 될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30년째 법인택시업체를 운영 중인 김병호 씨.

계속된 경영난에 3년 전부터는 직접 택시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택시 요금이 3천3백 원에서 4천 원으로 올랐지만 승객은 더 줄었고, 개인택시 의무휴업제인 택시 부제가 해제된 이후 운전기사들이 개인택시로 빠져나가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김병호/대구 법인택시업체 대표이사 : "법인 쪽에서 개인택시로 빠져나간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성실한 분들이 많이 개인택시로 나갔어요."]

실제 대구 지역 법인 택시 기사는 매년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달 기준 법인 택시 가동률은 39%에 그쳤습니다.

10대 중 6대가 면허만 유지한 채 운행을 못 하는 실정입니다.

결국, 대구시는 택시요금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서민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택시 공급 과잉이나 업계의 지속된 경영난, 부제 해제에 따른 혼란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감차의 99%가 법인 택시 위주로 이뤄졌던 만큼, 개인택시 감차 없이 요금 인상만으로는 고질적인 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동욱/대구시의원 : "(택시)유가보조금이 화물이나 버스처럼 실질적으로 좀 올라가야 한다. 또 대구시는 지속적으로 감차에 대한 부분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택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구시.

당장 손쉬운 요금 인상만 만지작거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김동욱/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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