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출생 여파로 학령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현재 3만 명대인 도내 초등학생 수가 5년 뒤에는 2만 명대로 훌쩍 줄어들 거라고 합니다.
출생아 감소가 실제 심각한 위기로 다가왔는데요.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누구보다 지원 정책이 절실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난임 부부와 미혼 한부모 가족인데요.
이들의 고충을 취재한 안서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 기자, 이분들을 섭외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관계 기관부터 시작해 SNS 오픈 채팅방까지 뒤져가며 당사자들을 찾았는데요.
아시다시피 지역사회가 좁다 보니 미혼 한부모 가족도, 난임 부부도 드러나길 부담스러워했습니다.
행여라도 손가락질을 받진 않을까 우려하는가 하면, 고충을 말한들 뭐가 달라지겠냐며 회의감을 표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서도 용기를 내준 분들이 있었는데요.
지금 당장 체감할 순 없더라도, 훗날 자신과 같은 상황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랐습니다.
덕분에 더 잘 취재해서, 제대로 전달해야겠단 다짐을 했습니다.
[앵커]
그랬군요, 사실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기에 앞서 진짜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지켜내려는 이들부터 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먼저 난임 부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가장 먼저 용기를 내주신 40대 여성은, 결혼 5년 차에 벌써 세 차례나 태아를 잃은 경험이 있는 분이었는데요.
처음엔 제주도 내 난임병원에 다녔지만, 실패의 경험을 안고 현재는 서울 병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체외 수정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단 두 곳뿐이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한 달에 네다섯 차례씩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항공권 구하기가 쉽지 않단 겁니다.
난포가 크는 속도에 따라 시술 날짜가 갑자기 정해지다 보니, 미리 일정을 잡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는데요.
여기에 일까지 병행하면서 갈수록 지쳐가지만, 아이를 갖겠다는 일념으로 힘든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제주라서 더 힘든 상황이겠네요.
그런데 근무는 난임 휴가 같은 걸 써서 쉴 수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법적으로 난임 휴가가 있긴 한데요.
하지만 겨우 3일뿐인 데다, 이마저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한 30대 남성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난임 휴가를 써보려 했지만, 사측이 난색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실시한 난임 부부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난임 휴가가 없다'는 응답이 31.2%로 가장 많았는데요.
'알리기 싫거나 주변에서 사용한 적이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가 24.8%, '있는지조차 몰랐다'가 15.5%였습니다.
[앵커]
난임 부부들을 위해 기업 문화부터 개선이 필요해 보이네요.
그런데 듣기론 난임 치료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었는데요.
저희가 인터뷰한 분의 경우, 한 달에 교통비까지 200만 원가량이 들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도 없기에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정부가 시술비 일부를 지원해 주곤 있지만, 난자 채취에 실패하면 지원금을 돌려줘야 했습니다.
다행히 KBS를 비롯해 많은 언론에서 수차례 이 문제를 지적한 끝에, 이달부터는 시술이 중단되더라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에만 지원하던 난임 시술비를 모든 난임 부부에게 지원하고, 시술별 횟수 제한도 폐지됐습니다.
[앵커]
지자체별로 한방 난임 치료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보건소나 한의원에서, 한방 난임 치료를 지원한다는 벽보를 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취재해 보니, 현재는 지원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만 적용되던 44살 이하 나이 제한을 지난 5월 조례 개정으로 폐지했지만, 사업비가 없어 아예 시행조차 못 하고 있던 건데요.
제주도 시민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처음으로 추진된 조례 개정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고충은 해결되지 않고 있던 겁니다.
더욱이 사업 주체인 한의사회와 제주도가 난임 진단 주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향후 사업 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힘든 고령의 난임 부부에게 희소식이었을 텐데 안타깝네요.
도내 난임 실태 연구자도 직접 만나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얘길 하던가요?
[기자]
네, 전국 지자체에선 처음으로 제주에서 난임 부부 지원을 위한 연구 조사가 이뤄졌는데요.
연구기관인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난임 부부 3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인 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정신적 어려움을 얼마나 많이 겪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는데요.
이에 연구원은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 설치'가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미 수도권을 비롯해 대구, 전남, 경북 등 다른 지자체에는 설치가 돼 있었는데요.
제주도는 내년 설치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이처럼 과제가 산적한데도, 제주도 난임 지원 정책 담당자가 단 1명에 불과하단 겁니다.
이마저도 암과 감염병 등을 총괄하는 '질병대응팀'이 맡고 있어 출산 장려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앵커]
네, 이번에는 미혼 한부모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주에도 미혼 한부모가 많이 있나요?
[기자]
네, 제주도에 관련 통계를 문의했더니 한부모 가족 전체를 집계할 뿐, 미혼 한부모는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조사를 보면, 제주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는 401명, 미혼부는 104명이었습니다.
40대가 가장 많고, 10대는 5명 미만이었는데요.
10대의 경우 아이를 포기하거나, 미혼 한부모인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비혼 관계에서 태어난 출생아가 94명으로 100명에 육박했는데요.
하지만 제주도는 정확한 실태 파악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당연히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래도 한부모 가정을 위한 지원금을 주는 걸로 아는데, 이건 좀 도움이 되지 않나요?
[기자]
네, 정부는 한부모 가정을 위해 양육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중위소득 63% 이상인 월 232만 원 이상을 벌게 되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겁니다.
물론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하면 지원을 끊는 게 맞겠지만, 당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리 안정적인 상황도 아니거든요.
의식주는 물론 육아에까지 드는 돈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하다 보니, 차라리 소일거리를 하면서 지원금을 받고 직접 애를 보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와 별개로 지자체가 주는 자립 지원금이 있는데요.
제주도는 300만 원, 경기도는 1,500만 원으로 제각각인 데다, 이마저도 예산이 소진되면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일도 육아도 혼자 짊어지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겠는데요.
자녀 돌봄 지원도 이뤄지고 있을까요?
[기자]
네, 인터뷰에 응해주신 미혼모들이 가장 한숨을 쉰 게 바로 자녀 돌봄 문제였는데요.
대게들 원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육아는 오롯이 혼자의 몫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출퇴근을 해야 하다 보니, 자녀를 어린이집 문 열자마자 맡겨 놓곤 문 닫을 때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가족친화지원센터 등을 통해 일부 도움을 받긴 하지만,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고 토로했습니다.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게, 아이를 책임지려는 이들이 박수를 받기는커녕 세상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건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비혼 출산율은 4.7%인데 반해, OECD 국가 평균은 약 10배 많은 41.9%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앵커]
출산을 장려한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미처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면 좋겠네요.
네 안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