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이어진 경찰청장 ‘거짓말’…선서 안해서 ‘국회증언법’ 처벌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언 전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계엄 계획을 전달했다는 경찰 조사 진술 내용이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지난 5일 조 청장과 김 청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증언한 내용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인데요.

조 청장은 당시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비상계엄은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고, 김 청장 역시 '공수부대가 국회에 들어오는 걸 나중에 TV를 보고 알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채현일 행안위원] "청장님, 대통령 비상계엄을 처음에 언제 알았나요?" [조지호 경찰청장] "언론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중략) [신정훈 행안위원장] "조지호 청장, 대통령이 직접 전화하셨습니까?" [조지호 경찰청장] "아닙니다."

조 청장이 계엄선포 당일 저녁 6시 28분 경찰청사를 나갔다 밤 10시 2분에 들어왔다는 출입 기록에 대해 묻자, 조 청장은 '공관에 가서 저녁을 먹고, 씻고 나왔다'고 답했습니다.

[김성회 행안위원] "그러면 어디에서 대기하셨나요?" [조지호 경찰청장] "그래서 저는 일단 밥은 먹어야 되겠길래 공관에 가서 저녁을 먹고…" (중략) [조지호 경찰청장] "제가 한 10시 다 돼서 온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 9시쯤에 관련 과장으로부터 자료가 다 됐다는 전화 보고가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올려놓으면 내가 가서 보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제가 씻고 나왔기 때문에…"

하지만 조 청장은 경찰 조사에선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저녁 7시쯤 대통령실 안가에서 윤 대통령과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가 모임에는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계엄군 장악 기관 등 지시 사항이 적힌 A4용지 1장을 전달했는데, 국회와 MBC, 여론조사 꽃 등 계엄군 접수 기관 10여 곳이 적혀있었다고 조 청장은 진술했습니다.

또 '대통령 전화는 없었다'는 국회 발언과는 달리, 조 청장은 경찰에 '윤 대통령이 모두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말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국회 현안 질의에서 버젓이 거짓말 퍼레이드를 이어간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청장.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경찰청장이 위증을 했다는 전례 없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들을 처벌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증인이 위증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이는 '선서한 증인'에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조 청장과 김 청장 모두 발언 시작 이전에 선서를 하지 않고 바로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을 보고했습니다.

국회 행안위 의원실에선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아 두 청장에 대한 위증죄 고발은 추진하지 못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선서를 하지 않아 위증죄 처벌은 어렵고, 두 청장의 거짓말이 본인의 형사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지 국회를 모독하기 위한 고의는 없어 보여 국회 모욕죄로도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다만 내란죄와 관련한 중한 현안으로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했다면, 법적 책임은 피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에선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조 청장의 경찰 진술 이후 지난 10일 새벽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은 긴급 체포됐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오늘(12일) 두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 수사단은 영장 신청 사실을 알리며, "조사 결과, 그간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비상계엄 발령 수 시간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