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치솟는 부동산에 빈곤층 이중고

입력 2006.11.23 (22:20) 수정 2006.11.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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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심층취재 오늘은 부동산 폭등시대에 더욱더 소외돼가는 저 소득층의 주거문제를 조명합니다.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동산 대책은 저소득층에겐 남의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윤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룻밤에도 집값이 수천만 원씩 치솟는다는 서울 강남.

이곳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집값 폭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80대 노부부는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습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할머니가 받는 돈은 한 달 40여만 원,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모씨(서울시 옥수동) : "따뜻한 물이 외출로 해 놓으면 미지근하게 나오고, 주전자로 물 데워 쓰고 그래요. 1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뭐 먹고사노? 할아버지 먹어야지, 나 먹어야지."

전기요금 걱정에, 두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 6월, 전세로 살던 연립주택이 재개발되는 바람에 주위의 도움으로 소형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관리비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유일한 수입인 할머니의 연금 40만 원으로는 겨울철 20만 원이나 되는 관리비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일수 (부산시 당감동) : "반찬도 안 사먹고, 밥은 먹어도 반찬은 안 사먹어요. 애들 영양실조 걸릴까봐 그게 걱정이지."

월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빠진 저소득층은 기댈 곳이 더 없습니다.

극빈층에서 벗어난 이들을 지원할 복지 완충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 주택에 사는 42살 강 모 씨는 다음달까지 집을 비워줘야 합니다.

지난해 딸이 취업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모씨 (서울시 화곡동) : "우리 딸한테, 직장 그만두면 안되니 그러니까, 딸이 울면서 그러더라구요. 대학도 못가고 고등학교 나와서 직장 잡은 것만도 어딘데, 우리 딸도 막 울더라구요."

현재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복지대책으로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확충, 전세자금 융자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0만 호 국민임대주택 건설도 예산부족에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지지부진한데다 그나마 저소득층의 일터와는 거리가 먼 도시 외곽에 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전세자금 융자도 전세보증금의 70%만 지원돼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습니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이 그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물량 위주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실제 그 건설, 매입했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계층을 지원 프로그램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도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계층입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납률은 전국 평균 25%, 서울시는 38.6%나 됩니다.

월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는 소득의 절반을 월세 등 주거비로 쓰고 있어, 최저생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 "강남 집값 잡는데 정책과 조직을 집중하다 보니까, 대다수 서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예산, 행정 집행에는 소홀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민들이 느끼는 주거복지 체감은 낮아지게 된 겁니다."

집값 급등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정부.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일들이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는 다만 다가오는 겨울나기가 걱정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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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치솟는 부동산에 빈곤층 이중고
    • 입력 2006-11-23 21:26:46
    • 수정2006-11-23 22: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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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심층취재 오늘은 부동산 폭등시대에 더욱더 소외돼가는 저 소득층의 주거문제를 조명합니다.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동산 대책은 저소득층에겐 남의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윤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하룻밤에도 집값이 수천만 원씩 치솟는다는 서울 강남. 이곳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집값 폭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80대 노부부는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습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할머니가 받는 돈은 한 달 40여만 원,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모씨(서울시 옥수동) : "따뜻한 물이 외출로 해 놓으면 미지근하게 나오고, 주전자로 물 데워 쓰고 그래요. 1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뭐 먹고사노? 할아버지 먹어야지, 나 먹어야지." 전기요금 걱정에, 두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 6월, 전세로 살던 연립주택이 재개발되는 바람에 주위의 도움으로 소형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관리비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유일한 수입인 할머니의 연금 40만 원으로는 겨울철 20만 원이나 되는 관리비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일수 (부산시 당감동) : "반찬도 안 사먹고, 밥은 먹어도 반찬은 안 사먹어요. 애들 영양실조 걸릴까봐 그게 걱정이지." 월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빠진 저소득층은 기댈 곳이 더 없습니다. 극빈층에서 벗어난 이들을 지원할 복지 완충 장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 주택에 사는 42살 강 모 씨는 다음달까지 집을 비워줘야 합니다. 지난해 딸이 취업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모씨 (서울시 화곡동) : "우리 딸한테, 직장 그만두면 안되니 그러니까, 딸이 울면서 그러더라구요. 대학도 못가고 고등학교 나와서 직장 잡은 것만도 어딘데, 우리 딸도 막 울더라구요." 현재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복지대책으로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 확충, 전세자금 융자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0만 호 국민임대주택 건설도 예산부족에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지지부진한데다 그나마 저소득층의 일터와는 거리가 먼 도시 외곽에 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전세자금 융자도 전세보증금의 70%만 지원돼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습니다. 다가구 매입 임대주택이 그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물량 위주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실제 그 건설, 매입했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계층을 지원 프로그램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임대주택에 들어가도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계층입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납률은 전국 평균 25%, 서울시는 38.6%나 됩니다. 월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는 소득의 절반을 월세 등 주거비로 쓰고 있어, 최저생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 "강남 집값 잡는데 정책과 조직을 집중하다 보니까, 대다수 서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예산, 행정 집행에는 소홀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민들이 느끼는 주거복지 체감은 낮아지게 된 겁니다." 집값 급등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정부.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일들이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는 다만 다가오는 겨울나기가 걱정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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