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세계 여성의 날, 여전히 음지 많다

입력 2007.03.08 (22:16) 수정 2007.03.0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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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세계 여성의날입니다.

예전에 비해 각계에 여성의 진출이 많이 활발해지면서 외양은 화려해졌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들여다 보면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와 빈곤에 짖눌려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가장 허장휘씨가 세계 여성의 날 집회에서 소리높여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현장음> "비정규직 철폐하자!"

호텔 청소일로 월급 백 40만원을 받던 허씨, 하지만 2005년 고용형태가 간접 고용으로 바뀌면서 월급이 반토막났습니다.

그마저도 1년만에 쫓겨났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는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의 처지를 절감했습니다.

<인터뷰>허장휘(해고 노동자) : "왜 용역회사에 잘 보이고 원청에 잘 보여야,왜냐하면 그 사람들 말 한 마디면 우리 목숨이 파리 목숨이거든요."

통계상으로는 여성의 취업이 늘었지만 비정규직의 70%는 여성이고, 특히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종부터 용역회사의 관리를 받는 간접 고용 형태로 바뀌고 있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집니다.

이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인터뷰>허장휘(해고 노동자) : "생활을 할 수 있는 90에서 100 사이의 월급대를 찾는다 해도 너무 힘든 상황이네 요,찾아보니까.."

이혼도 여성 빈곤화의 중요 요인입니다.

남편과 헤어져 8년째 초등학생 딸과 살고 있는 최모씨, 근근이 운영하던 가게도 문을 닫았는데 남편은 여전히 양육비에 나몰라라 합니다.

기한이 다 돼 단칸방을 내줘야 하지만 전세금이 부족해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판입니다.

<녹취>최모씨(경기도 안산시) : "막막,깜깜...빛이 안 보인다고 할까요."

이혼하면 주로 여성들이 자녀를 맡지만 양육비를 제대로 챙겨 받는 경우가 극히 적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한 부모 여성들은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십상입니다.

<녹취>최모씨(경기도 안산시) : "(한 부모 여성들이) 다들 발버둥치는데요. 거의 대부분이 파출부라든가 일용직... 또다시 좌절해요."

여성 노인의 빈곤은 더 심각합니다.

5년 전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고 혼자가 된 김 할머니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오순(78살) : "이거 가지고 사시는 거죠,37만원? 그렇지.노인연금 5만원 하고 해서 40만원으로 그냥..."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제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지만 굶지 않는 것만도 복이라고 여깁니다.

<인터뷰>김오순(78살) : "어떨 땐 서글퍼요.내가 왜 여기까지 왔나.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하하..."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8년 이상 긴 데다 경제활동을 하지않아 연금혜택도 없기때문에 혼자남은 여성 노인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인터뷰>정현백(성균관대 교수/여성연합대표) : "이러한 구체적인 여성의 현실에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그런 보다 과감한 정책의 변화,정책적인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벌써 99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이지만, '빈곤'의 무게에 눌린 대한민국 여성들의 뒷모습은 여전히 슬프고 고단해 보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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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세계 여성의 날, 여전히 음지 많다
    • 입력 2007-03-08 21:12:52
    • 수정2007-03-08 22: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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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세계 여성의날입니다. 예전에 비해 각계에 여성의 진출이 많이 활발해지면서 외양은 화려해졌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들여다 보면 여전히 불합리한 대우와 빈곤에 짖눌려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가장 허장휘씨가 세계 여성의 날 집회에서 소리높여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현장음> "비정규직 철폐하자!" 호텔 청소일로 월급 백 40만원을 받던 허씨, 하지만 2005년 고용형태가 간접 고용으로 바뀌면서 월급이 반토막났습니다. 그마저도 1년만에 쫓겨났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는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의 처지를 절감했습니다. <인터뷰>허장휘(해고 노동자) : "왜 용역회사에 잘 보이고 원청에 잘 보여야,왜냐하면 그 사람들 말 한 마디면 우리 목숨이 파리 목숨이거든요." 통계상으로는 여성의 취업이 늘었지만 비정규직의 70%는 여성이고, 특히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종부터 용역회사의 관리를 받는 간접 고용 형태로 바뀌고 있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집니다. 이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인터뷰>허장휘(해고 노동자) : "생활을 할 수 있는 90에서 100 사이의 월급대를 찾는다 해도 너무 힘든 상황이네 요,찾아보니까.." 이혼도 여성 빈곤화의 중요 요인입니다. 남편과 헤어져 8년째 초등학생 딸과 살고 있는 최모씨, 근근이 운영하던 가게도 문을 닫았는데 남편은 여전히 양육비에 나몰라라 합니다. 기한이 다 돼 단칸방을 내줘야 하지만 전세금이 부족해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판입니다. <녹취>최모씨(경기도 안산시) : "막막,깜깜...빛이 안 보인다고 할까요." 이혼하면 주로 여성들이 자녀를 맡지만 양육비를 제대로 챙겨 받는 경우가 극히 적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보니 한 부모 여성들은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십상입니다. <녹취>최모씨(경기도 안산시) : "(한 부모 여성들이) 다들 발버둥치는데요. 거의 대부분이 파출부라든가 일용직... 또다시 좌절해요." 여성 노인의 빈곤은 더 심각합니다. 5년 전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고 혼자가 된 김 할머니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오순(78살) : "이거 가지고 사시는 거죠,37만원? 그렇지.노인연금 5만원 하고 해서 40만원으로 그냥..."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제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지만 굶지 않는 것만도 복이라고 여깁니다. <인터뷰>김오순(78살) : "어떨 땐 서글퍼요.내가 왜 여기까지 왔나.어떻게 여기까지 왔나.하하..."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8년 이상 긴 데다 경제활동을 하지않아 연금혜택도 없기때문에 혼자남은 여성 노인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인터뷰>정현백(성균관대 교수/여성연합대표) : "이러한 구체적인 여성의 현실에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그런 보다 과감한 정책의 변화,정책적인 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벌써 99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이지만, '빈곤'의 무게에 눌린 대한민국 여성들의 뒷모습은 여전히 슬프고 고단해 보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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