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고장 난 전조등’ 사고 위험 커진다

입력 2007.11.24 (21:40) 수정 2007.11.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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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눈처럼 두 개가 달려있는 자동차 전조등, 가끔 하나가 꺼진 채로 밤길 달리는 차들 보실 텐데요, 이거 별 문제 없을까요?

최형원 기자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에서 난 4중 추돌 사고.

사고 차량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앞서가던 화물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것을 뒤차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겁니다.

<녹취> 승합차 탑승자 : "앞에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릿하더니 화물차 뒤쪽을 받은 것 같아요."

어두운 밤길,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필수적인 장비는 바로 전조등.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한 쪽 전조등이 꺼진 채 달리는 차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아예 전조등을 모두 끈 채 달리는 차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서울시 영등포) : "전조등 한 개 켜나 두 개켜나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과연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걸까. 전조등을 하나 켰을 때와 두 개 모두 켰을 때 운전자가 식별할 수 있는 거리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전조등을 두 개 모두 켰을 때.

운전자가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밝기인 5 lux 불빛의 범위가 75m 앞까지 길게 뻗어있습니다.

이번엔 전조등을 하나만 켜자 불빛의 범위가 확연히 줄어들어 55m에 불과합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의 제동 거리는 60m, 즉, 전조등을 하나만 켠 채 시속 100km로 달리면 운전자는 55m 바깥 장애물을 볼 수 없어 자칫 큰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강병도(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연구원) : "전조등을 하나 켰을 때와 둘 켰을 땐 가시거리가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하나 켰을 때 그만큼 높은 것"

자동차를 오래 타면서 전조등의 위치가 틀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전조등은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오른쪽의 표지판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왼쪽 보다 오른쪽 전조등이 멀리 비추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뒤틀린 위치 때문에 불빛이 제멋대로 퍼지게 되면서 상대편 운전자를 눈부시게 하거나 운전자의 시야도 제한하게 됩니다.

<인터뷰> 강병도(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연구원) : "차를 오래타면 흔들림 때문에 자연히 전조등 위치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게 시야를 제한하거나 상대방 운전자를 방해할 수 있다"

때문에 안전 운전을 위해선 전조등 역시 타이어나 엔진오일처럼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 검사받는 운전자는 드뭅니다.

<인터뷰> 안진선(경기도 부천시) :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까 전조등 고장나도 잘 모르고 그냥 다니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전조등 불량 역시 자동차 관리법상 벌금 부과 대상이지만 경찰의 단속은 사실상 없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불법 등화장치 일제 단속 이런 거 한번도 한적 없죠. 했으면 저희가 보도자료 내고 이랬을텐데요."

운전자들의 무관심과 경찰의 허술한 단속 때문에 불량 전조등을 단 차들이 버젓이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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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고장 난 전조등’ 사고 위험 커진다
    • 입력 2007-11-24 21:09:17
    • 수정2007-11-24 21:47:39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눈처럼 두 개가 달려있는 자동차 전조등, 가끔 하나가 꺼진 채로 밤길 달리는 차들 보실 텐데요, 이거 별 문제 없을까요? 최형원 기자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2일 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에서 난 4중 추돌 사고. 사고 차량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앞서가던 화물차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것을 뒤차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겁니다. <녹취> 승합차 탑승자 : "앞에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릿하더니 화물차 뒤쪽을 받은 것 같아요." 어두운 밤길,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필수적인 장비는 바로 전조등. 하지만 도로에 나가보면 한 쪽 전조등이 꺼진 채 달리는 차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아예 전조등을 모두 끈 채 달리는 차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서울시 영등포) : "전조등 한 개 켜나 두 개켜나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아요." 과연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걸까. 전조등을 하나 켰을 때와 두 개 모두 켰을 때 운전자가 식별할 수 있는 거리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전조등을 두 개 모두 켰을 때. 운전자가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밝기인 5 lux 불빛의 범위가 75m 앞까지 길게 뻗어있습니다. 이번엔 전조등을 하나만 켜자 불빛의 범위가 확연히 줄어들어 55m에 불과합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의 제동 거리는 60m, 즉, 전조등을 하나만 켠 채 시속 100km로 달리면 운전자는 55m 바깥 장애물을 볼 수 없어 자칫 큰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강병도(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연구원) : "전조등을 하나 켰을 때와 둘 켰을 땐 가시거리가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하나 켰을 때 그만큼 높은 것" 자동차를 오래 타면서 전조등의 위치가 틀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전조등은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오른쪽의 표지판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왼쪽 보다 오른쪽 전조등이 멀리 비추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뒤틀린 위치 때문에 불빛이 제멋대로 퍼지게 되면서 상대편 운전자를 눈부시게 하거나 운전자의 시야도 제한하게 됩니다. <인터뷰> 강병도(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연구원) : "차를 오래타면 흔들림 때문에 자연히 전조등 위치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게 시야를 제한하거나 상대방 운전자를 방해할 수 있다" 때문에 안전 운전을 위해선 전조등 역시 타이어나 엔진오일처럼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 검사받는 운전자는 드뭅니다. <인터뷰> 안진선(경기도 부천시) :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까 전조등 고장나도 잘 모르고 그냥 다니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전조등 불량 역시 자동차 관리법상 벌금 부과 대상이지만 경찰의 단속은 사실상 없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불법 등화장치 일제 단속 이런 거 한번도 한적 없죠. 했으면 저희가 보도자료 내고 이랬을텐데요." 운전자들의 무관심과 경찰의 허술한 단속 때문에 불량 전조등을 단 차들이 버젓이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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