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병역 비리, 왜 반복되나?

입력 2008.02.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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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운동선수에게 병역은 어떤 의미일까요?

대규모로 적발된 80여명의 축구 선수들은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깨뼈를 탈골까지 했다고 합니다.

구경하 기자!

이렇게 하면 수술을 하더라도 이래저래 고생이 심할 것 같은데요.

<리포트>

네, 억지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한 선수 중 일부는 무거운 짐을 들지 못하는 등 수술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군대에 가면 축구 인생이 끝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까지 한다고 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사정을 살펴봤습니다.

군 입대를 고민하던 프로축구 선수 정모씨는 동료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깨뼈가 어긋나 수술을 받으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정 씨는 왼쪽 어깨를 일부러 탈골시킨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축구선수 89명과 일반인 3명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녹취> 오광수(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 "축구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왼쪽 어깨를 탈구시킨 후에 수술을 받아서 병역을 면탈하게 됐고 이러한 방법이 은밀하게 동료나 선후배를 통해서 전국의 축구선수들에게 급속하게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은 어깨를 탈골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는데요.

두세 달 동안 10kg짜리 아령을 들고 아플 때까지 세게 아래로 내려치는 방법을 주로 썼습니다.

병무청의 신체검사를 앞두고는 다른 사람에게 어깨를 발로 밟도록 해 탈골은 물론 어깨 근육까지 다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선수는 4급 공익판정을 받자 완전 면제를 받기 위해 이런 행동을 반복한 뒤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재활 치료를 권하는 대신 수술을 해주고 진단서를 발급해 2억 4천여 만 원의 치료비를 챙긴 정형외과 의사 윤모씨도 선수들과 함께 기소됐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비리는 잊을 만하면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축구 선수들은 군대에 가면 축구 인생이 끝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합니다.

프로 선수나 실업 축구 선수는 현역으로 입대하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연봉을 포기해야 합니다.

게다가 다른 운동과 달리 축구는 2년 동안 운동을 중단하면 근육이 풀려 제대 후에 선수 생활은 물론 지도자 생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녹취> 병역 기피 축구 선수 :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군대 가면 운동은 못하는 거죠.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러면 꿈이고 뭐고 다 없어지니까..."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면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특혜는 국가대표급 선수에게 돌아가고 상무와 경찰청 팀에 입대하는 인원도 한해 2, 30명에 불과해 대부분 프로 선수들의 차지가 됩니다.

결국 일반인과 같이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나머지 선수들은 끊임없이 병역 기피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에 적발된 선수 90여 명 중 80여 명이 실업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 선수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녹취> 김기복(실업축구 N리그연맹 부회장) : "그런 방법을 써서는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실업축구 선수들은 병역을 해결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병무청은 병역을 회피하려 한 이들 모두에 대해 신체검사를 다시 해서 병역의무를 부과할 계획인데요.

반복되는 스포츠계의 병역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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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 병역 비리, 왜 반복되나?
    • 입력 2008-02-04 08: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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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운동선수에게 병역은 어떤 의미일까요? 대규모로 적발된 80여명의 축구 선수들은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깨뼈를 탈골까지 했다고 합니다. 구경하 기자! 이렇게 하면 수술을 하더라도 이래저래 고생이 심할 것 같은데요. <리포트> 네, 억지로 어깨뼈를 어긋나게 한 선수 중 일부는 무거운 짐을 들지 못하는 등 수술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군대에 가면 축구 인생이 끝난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까지 한다고 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사정을 살펴봤습니다. 군 입대를 고민하던 프로축구 선수 정모씨는 동료에게서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깨뼈가 어긋나 수술을 받으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정 씨는 왼쪽 어깨를 일부러 탈골시킨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축구선수 89명과 일반인 3명이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녹취> 오광수(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 "축구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왼쪽 어깨를 탈구시킨 후에 수술을 받아서 병역을 면탈하게 됐고 이러한 방법이 은밀하게 동료나 선후배를 통해서 전국의 축구선수들에게 급속하게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들은 어깨를 탈골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는데요. 두세 달 동안 10kg짜리 아령을 들고 아플 때까지 세게 아래로 내려치는 방법을 주로 썼습니다. 병무청의 신체검사를 앞두고는 다른 사람에게 어깨를 발로 밟도록 해 탈골은 물론 어깨 근육까지 다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선수는 4급 공익판정을 받자 완전 면제를 받기 위해 이런 행동을 반복한 뒤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재활 치료를 권하는 대신 수술을 해주고 진단서를 발급해 2억 4천여 만 원의 치료비를 챙긴 정형외과 의사 윤모씨도 선수들과 함께 기소됐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비리는 잊을 만하면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축구 선수들은 군대에 가면 축구 인생이 끝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합니다. 프로 선수나 실업 축구 선수는 현역으로 입대하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연봉을 포기해야 합니다. 게다가 다른 운동과 달리 축구는 2년 동안 운동을 중단하면 근육이 풀려 제대 후에 선수 생활은 물론 지도자 생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녹취> 병역 기피 축구 선수 :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군대 가면 운동은 못하는 거죠.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그러면 꿈이고 뭐고 다 없어지니까..."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면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특혜는 국가대표급 선수에게 돌아가고 상무와 경찰청 팀에 입대하는 인원도 한해 2, 30명에 불과해 대부분 프로 선수들의 차지가 됩니다. 결국 일반인과 같이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나머지 선수들은 끊임없이 병역 기피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에 적발된 선수 90여 명 중 80여 명이 실업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 선수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녹취> 김기복(실업축구 N리그연맹 부회장) : "그런 방법을 써서는 안 되는 거죠. 하지만 실업축구 선수들은 병역을 해결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병무청은 병역을 회피하려 한 이들 모두에 대해 신체검사를 다시 해서 병역의무를 부과할 계획인데요. 반복되는 스포츠계의 병역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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