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산촌으로 유학간 아이들

입력 2008.05.05 (09:26) 수정 2008.05.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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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어린이날인데요, 우리 어린이들 오늘만큼은 제대로 좀 쉬어야될텐데 말이죠.

그러게요, 오늘도 학원 가느라고 쉬지도 못 하는 어린이도 분명 있을 거에요.

교실에서만 배우는 공부가 다는 아닐텐데...

아예 유학을 가는 아이들이 있다고요?

<리포트>

네, 해외 유학이 아니라 산촌으로 가는 유학입니다. 한학기에서 1년정도로 아예 전학을 가는 건데요.

방과 후 학원·과외가 아닌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농사일도 직접해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만나봤습니다.

경북 예천 용문면의 한 냇가. 조용하던 이곳이, 아이들의 함성 소리로 떠들썩해졌습니다.

<현장음> "와 많다. 한 번 더 한 번 더…"

물놀이를 하기엔 아직 바람이 찬 4월이지만, 아이들은 피라미와 송사리를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녹취>"(몇 마리 잡았어요?) 네 마리 (무슨 고기예요?) 피라미."

도시에선 여름방학이나 돼야 맛볼 수 있던 냇가 물놀이에 마냥 신이 난 이 아이들은 도시에서 산골로 전학을 온 이른바 ‘산촌 유학생’들입니다.

<인터뷰> 임우석(초등학교 5학년): "도시에서는 이런 것 하지도 못하는데 해보니까 좋아요."

산에서 나물을 캐고, 풀 향기도 맡아보고, 그러다 곤충도 잡고. 방과 후 이어지던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학원 대신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합니다.

<인터뷰>이현숙(산촌유학 교사): "도시 아이들의 삶이 굉장히 경쟁문화이고 소비문화인데요. 아이들이 여기에 와서 닭에게 직접 풀을 뜯어서 모이를 주고, 그 다음날 달걀을 직접 거두면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그리고 씨앗도 뿌려보고, 산나물도 뜯어보고…"

주 단위나 한달 단위로 농촌체험학습을 하는 것과 달리, 산촌 유학은 아예 산골로 전학을 와서 적어도 한 학기나 1년 정도를 이곳에 머무릅니다. 말 그대로 유학을 오는 것인데요.

이곳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4학년 동기 역시 마찬가진데요.

<인터뷰>장동기(초등학교 4학년): "서울에서는 학원을 6군데인가, 5군데 다녔는데요. 여기에 오니까 학원도 안 다니고 놀고 그러니까 재미있고 좋아요. 서울에 있는 것 보다…"

학교, 학원, 공부, 시험에 둘러싸인 요즘 아이들의 일상. ‘산촌유학’은 이런 도시의 속박에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 부모님들 사이에 인기입니다.

<인터뷰>김현덕(산촌유학센터장): "워낙 아이들이 바쁘잖아요. 많은 학원을 다니는 것 때문에 9시, 10시 정도. 이곳은 등하교가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을 주려고 부모님들이 선물로 주는 거죠. 부모님들의 선물로 오는 거예요."

최근 몇 년 사이,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도 한데요. 여기에는 학생 수가 적은 시골 분교와 농촌 경제를 살리려는 지역주민들의 적극성이 한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 엄창희(임당초등학교 팔랑분교 교사): "기존에 있는 아이들은 소수 학급으로서 사회성이나 교과 활동들도 많이 위축이 되어 있었는데, 산촌유학 학생들과 잘 어울려서 사회성도 높아지고 간접적으로 도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심기 위해 밭으로 나왔습니다. 직접 흙을 파고, 물을 줍니다.

<현장음>"잘 자라라, 잘 자라라…"

아이들이 이렇게 직접 농작물을 심고 가꾸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편식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 친구를 이겨야만 한다는 경쟁심도 그리고 나만 생각했던 이기심도 '산촌유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으로 자리 잡습니다.

<인터뷰>김현덕(산촌유학센터장): "거칠고 공격적이었던 언어들이 다정하고 포근한 언어로 바뀌어요. 그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요. 그리고 사회 속에서 잘 활동하지 못하고, 소통 못 했던 아이들이 공동생활에서 먹고, 자고, 놀고 하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조금 원활하게 돼 가요."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6달, 혹은 1년.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스스로 해내는 법을 배웁니다.

<인터뷰> 이현숙(산촌유학 교사): "옆에서 이끌어주고 지도는 하지만 혼자 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거든요. 뭔가 ‘내가 이것을 하고 싶다, 배우고 싶다, 스스로 이것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자연스러울 때, 진정한 뭔가를 배우고 싶고, 뭔가를 공부하고 싶고 이런 것이지…"

산촌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어쩌면 또래보다 뒤쳐지는 건 아닌지, 부모님 입장에선 불안감이 앞서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분명,이 시간이 지금이 아니면 받지 못할 소중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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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8-05-05 0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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