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장기 기증 막는 ‘억지 규정’

입력 2008.05.06 (22: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새 생명을 주는 장기 기증은 참으로 소중하고 어려운 결단이지만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장기 기증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증자를 차별하는 규정을 만들어 숭고한 뜻을 꺾고 있습니다.

박예원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 죽음을 계기로 장기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이 모 씨.

하지만 기증허가를 받으려던 김 씨는 국립장기이식센터로부터 어이없는 요구를 들어야했습니다.

10년전 이혼하면서 친권을 포기한 14살짜리 딸에게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겁니다.

<인터뷰> 이OO(장기기증자/음성변조) : "마지막에 딸 동의서 받아오라 그랬을 때 포기하려고 그랬어요. 안 하고 싶다고. 사람들이 왜 안하려 그러는지 알겠더라고요."

57살의 정동조 씨는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형과 누나의 동의서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전 이혼한 전 부인이 키우는 아들의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정동조(지난 1월 신장 기증) : "법적으로도 나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데, 그걸 서류상 문제 때문에 동의서를 몇 장 씩 받아야 한다는 게..."

어려운 결단을 내린 장기기증 희망자들이 왜 이같은 번거로움을 겪어야하는 걸까?

국립장기이식센터는 장기 기증자들에게 가족동의서 1장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소영(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장기수급조절팀) : "코너스가 생기기 전에 장기매매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고 그걸 막기 위해 심의를 하는 만큼 동의서를 꼭 제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한 경우 기증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2장, 3장의 가족 동의서를 요구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법적인 보호자' 라는 이유로 친권을 포기한 자녀 등 사실상 받기 어려운 동의서까지 받습니다.

장기 기증자를 잠재적 장기매매자로 취급하고 신원 확인에만 주력하는 '억지' 규정이라는게 장기기증 알선단체들의 생각입니다.

<인터뷰> 김경아(새생명 의료재단) : "물론 매매를 막기 위한 제도 장치는 있어야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된다"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서류 심사보다는 심리 상담과 면담을 강화해 기증 의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식대기 환자는 지난해 2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식 수술은 일년에 백 건 정도에 불과합니다.

건전한 장기 이식을 권장하고 보호해야 할 장기이식센터가 오히려 기증자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장기 기증 막는 ‘억지 규정’
    • 입력 2008-05-06 21:27:32
    뉴스 9
<앵커 멘트> 새 생명을 주는 장기 기증은 참으로 소중하고 어려운 결단이지만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장기 기증을 권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증자를 차별하는 규정을 만들어 숭고한 뜻을 꺾고 있습니다. 박예원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머니 죽음을 계기로 장기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이 모 씨. 하지만 기증허가를 받으려던 김 씨는 국립장기이식센터로부터 어이없는 요구를 들어야했습니다. 10년전 이혼하면서 친권을 포기한 14살짜리 딸에게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겁니다. <인터뷰> 이OO(장기기증자/음성변조) : "마지막에 딸 동의서 받아오라 그랬을 때 포기하려고 그랬어요. 안 하고 싶다고. 사람들이 왜 안하려 그러는지 알겠더라고요." 57살의 정동조 씨는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형과 누나의 동의서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전 이혼한 전 부인이 키우는 아들의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정동조(지난 1월 신장 기증) : "법적으로도 나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데, 그걸 서류상 문제 때문에 동의서를 몇 장 씩 받아야 한다는 게..." 어려운 결단을 내린 장기기증 희망자들이 왜 이같은 번거로움을 겪어야하는 걸까? 국립장기이식센터는 장기 기증자들에게 가족동의서 1장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소영(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장기수급조절팀) : "코너스가 생기기 전에 장기매매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고 그걸 막기 위해 심의를 하는 만큼 동의서를 꼭 제출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한 경우 기증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2장, 3장의 가족 동의서를 요구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법적인 보호자' 라는 이유로 친권을 포기한 자녀 등 사실상 받기 어려운 동의서까지 받습니다. 장기 기증자를 잠재적 장기매매자로 취급하고 신원 확인에만 주력하는 '억지' 규정이라는게 장기기증 알선단체들의 생각입니다. <인터뷰> 김경아(새생명 의료재단) : "물론 매매를 막기 위한 제도 장치는 있어야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된다"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서류 심사보다는 심리 상담과 면담을 강화해 기증 의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식대기 환자는 지난해 2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식 수술은 일년에 백 건 정도에 불과합니다. 건전한 장기 이식을 권장하고 보호해야 할 장기이식센터가 오히려 기증자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