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흑인모델 차별 논란

입력 2009.06.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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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적인 모델들을 배출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입니다만 다양한 인종이 섞인 독특한 매력이 브라질 모델들의 특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브라질 모델업계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흑인들이 브라질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흑인 모델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며 항의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브라질 모델 업계의 인종 차별 논란, 백진원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리포트>

강렬한 리듬과 화려한 조명!

어두운 관람석 한 가운데로 뻗은 밝은 보도를 따라 8등신의 미녀들이 걸어 나옵니다.

날씬한 몸매와 인상적인 눈매, 독특한 걸음걸이가 관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세계 최고의 톱 모델로 활동중인 브라질 출신의 지젤 번천과 제수스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합니다.

이 정도면 패션쇼는 축제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세계 5대 패션쇼 가운데 하나로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상파울루 패션위크는 이렇게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젤 번천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들을 배출해온 브라질 모델업계가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빠졌습니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3%에 불과한 흑인모델들의 패션쇼 참가비율을 10%로 높이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패션쇼가 열린 첫 날 아침!

흑인모델들이 패션쇼장 입구에서 자신들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행위예술을 벌였습니다.

상파울루 패션위크가 흑인 모델들을 잘 뽑아주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자켈리니(흑인모델) : “브라질의 흑인 비율이 높은데도 모델진출은 제한받았기때문에 이젠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또 패션 디자이너들이 흑인 비율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비(흑인인권단체 대표) : “흑인 비율을 맞추려고 유럽에서 활동중인 브라질 흑인 모델 4명을 데려다 29개 쇼에서 쿼터만 채우려고 한다는 군요”

실제로 패션쇼를 살펴보면 흑인모델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브라질의 흑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47%인 점을 감안하면 흑인들의 항의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상파울루 시내의 한 유명 모델 회사!

전국 각지에서 모델 지망생을 받아 이들을 뽑고 가르친 뒤, 패션쇼나 상품 광고 업체 등에 모델을 알선해줍니다.

모델이 오면 상담을 하면서 키와 몸매, 머리카락과 눈 색깔까지 일일이 기록해 보관합니다.

패션쇼에 나갈 모델들을 선발중이지만 역시 흑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인터뷰> 헤나또(국제담당 중개인(에이전트)) : “모델회사(에이전시)가 차별해서 뽑지않는 것이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흑인모델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거에요”

심지어 패션쇼에 흑인 모델을 10%까지 채우라는 인종쿼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하파엘(모델회사 이사) : “정부가 명령해서 업계가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인종차별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델업체에선 시장의 원칙에 따르고 있을 뿐이지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침 8시, 모델 합숙소는 매니저의 잠깨우기로 시작합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하는데, 전국에서 모여든 모델 20여 명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합니다.

<인터뷰> 빠울라(모델 매니저) : “성장 환경이 다른 15~16세 모델 20여 명이 모여서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합니다”

식사는 각자 사물함과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먹는데, 본인이 알아서 몸매와 체중관리를 합니다.

<인터뷰> 나탈리아(모델) : “탄수화물은 되도록 적게,육류와 야채,과일은 골고루 먹고 운동으로 몸매를 관리하죠”

모델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이 모델은 여러 인종이 섞인 혈통을 가졌기 때문에 차별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까롤리나(여러 혈통 섞인 모델) : “아프리카 혈통을 받아 엉덩이 크기가 좀 큰 것이 결점이 된다고 생각하죠”

이 합숙소만해도 흑인 모델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빠뜨리시아(흑인 모델) : “모델 선발때 조건이 대부분 유럽형에 금발,파란 눈이어서 흑인 모델들은 설 자리가 없어요”

이어진 모델들의 걷기 연습 시간.

늘씬한 몸매와 흰 얼굴의 모델들이 고혹적인 자태를 뽑냅니다.

<인터뷰> 마르꼬스(걷기(워킹) 강사) : “흑인 톱모델을 발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여기 있는 한 명도 푸른 눈과 직모를 갖고 있습니다”

주택가 골목길의 창고처럼 허름한 건물안!

흑인 여성들이 둘러앉아 진지하게 연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모델선발에 차별을 느낀 흑인들이 흑인만을 위한 모델 학교를 만들어 연기지도를 받는 것입니다.

<인터뷰> 엘데르(흑인전용 모델학원 대표) : “흑인모델은 패션시장에 설 기회조차 변변치 않았기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됐습니다”

이들은 흑인으로써 받는 차별을 극복하기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하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가브리엘라(흑인 모델) : “신체조건이 맞지않는다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겠지만 는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당했습니다”

때론 전문 미용실을 찾아 피부 미용과 마사지 등 외모를 꾸미기위해 노력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인터뷰> 네펠리(흑인 모델) : “흑인으로 진출하기에 큰 장벽이 있지만 모델로서 내 자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다 인종차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모델 업계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플라미르(흑인모델출신 업체 사장) : “유럽과 미국에서 모델활동을 했는데도 브라질에선 받아주는 곳이 없어 충격받았습니다”

이처럼 흑인들의 불만이 커지자 브라질 당국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흑인 비율을 높인다고 결정했지만, 정작 논란이 커지자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페르손(패션위크 공보담당관) : “대학에 흑인 쿼터를 만든 것처럼 다른 분야로도 넓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브라질 모델 업계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는 피부색이 옷이나 제품 색깔을 살리거나, 이미지를 결정짓는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모델부터 디자이너까지 흑인도 많은데 굳이 비율을 정하면 오히려 차별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프리씰라(디자이너) : “항상 흑인 모델을 써왔기때문에 따로 규정을 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혈통이 섞인 덕분에 세계의 모델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브라질 모델업계.

그러나 피부 색깔과 패션에 대한 업계의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뒤섞여 브라질 모델업계는 지금 인종차별 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음악 팬들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통해 인종의 벽을 허물었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는 앞서 전해드린 브라질 모델업계의 흑인 차별 논란을 더욱 시대착오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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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흑인모델 차별 논란
    • 입력 2009-06-28 08:38:1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적인 모델들을 배출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브라질입니다만 다양한 인종이 섞인 독특한 매력이 브라질 모델들의 특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브라질 모델업계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고 하는데요. 흑인들이 브라질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흑인 모델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며 항의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브라질 모델 업계의 인종 차별 논란, 백진원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리포트> 강렬한 리듬과 화려한 조명! 어두운 관람석 한 가운데로 뻗은 밝은 보도를 따라 8등신의 미녀들이 걸어 나옵니다. 날씬한 몸매와 인상적인 눈매, 독특한 걸음걸이가 관객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세계 최고의 톱 모델로 활동중인 브라질 출신의 지젤 번천과 제수스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합니다. 이 정도면 패션쇼는 축제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세계 5대 패션쇼 가운데 하나로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상파울루 패션위크는 이렇게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젤 번천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들을 배출해온 브라질 모델업계가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빠졌습니다. 최근 브라질 정부가 3%에 불과한 흑인모델들의 패션쇼 참가비율을 10%로 높이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패션쇼가 열린 첫 날 아침! 흑인모델들이 패션쇼장 입구에서 자신들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행위예술을 벌였습니다. 상파울루 패션위크가 흑인 모델들을 잘 뽑아주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 자켈리니(흑인모델) : “브라질의 흑인 비율이 높은데도 모델진출은 제한받았기때문에 이젠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또 패션 디자이너들이 흑인 비율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다비(흑인인권단체 대표) : “흑인 비율을 맞추려고 유럽에서 활동중인 브라질 흑인 모델 4명을 데려다 29개 쇼에서 쿼터만 채우려고 한다는 군요” 실제로 패션쇼를 살펴보면 흑인모델은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브라질의 흑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47%인 점을 감안하면 흑인들의 항의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상파울루 시내의 한 유명 모델 회사! 전국 각지에서 모델 지망생을 받아 이들을 뽑고 가르친 뒤, 패션쇼나 상품 광고 업체 등에 모델을 알선해줍니다. 모델이 오면 상담을 하면서 키와 몸매, 머리카락과 눈 색깔까지 일일이 기록해 보관합니다. 패션쇼에 나갈 모델들을 선발중이지만 역시 흑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인터뷰> 헤나또(국제담당 중개인(에이전트)) : “모델회사(에이전시)가 차별해서 뽑지않는 것이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흑인모델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거에요” 심지어 패션쇼에 흑인 모델을 10%까지 채우라는 인종쿼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인터뷰> 하파엘(모델회사 이사) : “정부가 명령해서 업계가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인종차별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델업체에선 시장의 원칙에 따르고 있을 뿐이지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침 8시, 모델 합숙소는 매니저의 잠깨우기로 시작합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하는데, 전국에서 모여든 모델 20여 명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합니다. <인터뷰> 빠울라(모델 매니저) : “성장 환경이 다른 15~16세 모델 20여 명이 모여서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합니다” 식사는 각자 사물함과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먹는데, 본인이 알아서 몸매와 체중관리를 합니다. <인터뷰> 나탈리아(모델) : “탄수화물은 되도록 적게,육류와 야채,과일은 골고루 먹고 운동으로 몸매를 관리하죠” 모델이라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이 모델은 여러 인종이 섞인 혈통을 가졌기 때문에 차별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까롤리나(여러 혈통 섞인 모델) : “아프리카 혈통을 받아 엉덩이 크기가 좀 큰 것이 결점이 된다고 생각하죠” 이 합숙소만해도 흑인 모델은 한 명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빠뜨리시아(흑인 모델) : “모델 선발때 조건이 대부분 유럽형에 금발,파란 눈이어서 흑인 모델들은 설 자리가 없어요” 이어진 모델들의 걷기 연습 시간. 늘씬한 몸매와 흰 얼굴의 모델들이 고혹적인 자태를 뽑냅니다. <인터뷰> 마르꼬스(걷기(워킹) 강사) : “흑인 톱모델을 발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여기 있는 한 명도 푸른 눈과 직모를 갖고 있습니다” 주택가 골목길의 창고처럼 허름한 건물안! 흑인 여성들이 둘러앉아 진지하게 연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모델선발에 차별을 느낀 흑인들이 흑인만을 위한 모델 학교를 만들어 연기지도를 받는 것입니다. <인터뷰> 엘데르(흑인전용 모델학원 대표) : “흑인모델은 패션시장에 설 기회조차 변변치 않았기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됐습니다” 이들은 흑인으로써 받는 차별을 극복하기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하지만 한계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가브리엘라(흑인 모델) : “신체조건이 맞지않는다면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겠지만 는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당했습니다” 때론 전문 미용실을 찾아 피부 미용과 마사지 등 외모를 꾸미기위해 노력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인터뷰> 네펠리(흑인 모델) : “흑인으로 진출하기에 큰 장벽이 있지만 모델로서 내 자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다 인종차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모델 업계의 주장입니다. <인터뷰> 플라미르(흑인모델출신 업체 사장) : “유럽과 미국에서 모델활동을 했는데도 브라질에선 받아주는 곳이 없어 충격받았습니다” 이처럼 흑인들의 불만이 커지자 브라질 당국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흑인 비율을 높인다고 결정했지만, 정작 논란이 커지자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페르손(패션위크 공보담당관) : “대학에 흑인 쿼터를 만든 것처럼 다른 분야로도 넓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브라질 모델 업계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는 피부색이 옷이나 제품 색깔을 살리거나, 이미지를 결정짓는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모델부터 디자이너까지 흑인도 많은데 굳이 비율을 정하면 오히려 차별이 생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뷰> 프리씰라(디자이너) : “항상 흑인 모델을 써왔기때문에 따로 규정을 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혈통이 섞인 덕분에 세계의 모델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브라질 모델업계. 그러나 피부 색깔과 패션에 대한 업계의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뒤섞여 브라질 모델업계는 지금 인종차별 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음악 팬들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음악을 통해 인종의 벽을 허물었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는 앞서 전해드린 브라질 모델업계의 흑인 차별 논란을 더욱 시대착오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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