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의 그늘

입력 2009.08.30 (22:28) 수정 2009.08.30 (22: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기 유학 붐이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도 그랬듯이 방학이면 해외로 떠났던 조기 유학생들이 국내 학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제대로 못한 공부를 하려는 것인데요, 이럴 바엔 왜 비싼 돈을 내가며 조기 유학을 떠났는지 모를 일입니다. 조기유학, 해외 유학생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출국을 일주일 앞둔 선정이는 캐나다에선 11학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떠났던 유학생활, 1년 반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마음의 병도 생겼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스트레스 받으니까 막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반복하고 공부하고 잠도 못 자고 한 달 두 달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극도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증상, 현지 가정이 이를 알게 되면서 학교를 새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학교)서류는 괜찮은데 가디언이랑 호스트 맘이 전화를 한 거죠. 제가 문제가 있었으니까 홈스테이에서 받아준다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선정이를 정신과 진단까지 받게 한 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었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어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저한테 혜택을 주신 만큼 저는 결과를 더 이렇게 해야 한다 결과를 더 잘 뽑아야 한다. 그게 원하는 만큼 막 따라주질 않으니까 스트레스가 되는 거예요. 엄마 아빠는 전화해서 압박을 하시고 그러시니까 굉장히 부담이 크고..."

유학으로 인한 상처는 이뿐 만이 아닙니다.

<녹취> 의사-학생 상담 : "(의사) 사람들의 시선도 있을 거고 나에 대한 기대감, 그죠 유학생활하면서 어려운 가운데를 잘 넘기고 왔지만 다시 한 번 또... (학생) 또 다시 시작해야하는 그런 단계기 때문에..."

이 남학생은 잠시 학교를 쉬면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미술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유학을 시작했지만 현지 적응 스트레스를 아직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석대명(호주 유학생) : "분명히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간 것인데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지... 답답한 거 있죠. 그러다보니까 공부에 대해서 점점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사실공부 때문에 유학을 간 거잖아요."

이 치료센터에는 이 같은 유학생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상담일지- 내레이션) : "치료실에 들어오면서 눈을 깜빡이고 손을 튕기는 틱 증상을 보였다. 친구와 관련된 물건을 만들어보라고 하자 안경을 만들었다. 파란 안경을 늘 쓰고 다녔는데, 외국친구들이 놀려서 안경을 그 후부터 안경을 안 썼다고 했다."

<인터뷰> 김현선(차병원 미술 치료 클리닉) : "조기 유학생 같은 경우 외국 생활하는데 친한 친구나 선생님 그리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현지에 있는 친구나 선생님 그리는 경우가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 갔으면 그때까지 한국 선생님 친구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도움 줄만한 사람이 없을 때 극도로 외롭거나 불안하거나 우울증 이런 것들이 유학생활에 상당한 영향 미친다고 볼 수가 있어요."

언어, 공부와의 싸움 외에도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조차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전화 녹취> 유학생 학부모 : "하루에 한 번만, 1분 안에 샤워하라고, 빨래도 물 아낀다는 차원으로 10일에 한 번 하라고. 이러니까 여름에 너무 힘들었죠. 저녁을 알아서 먹으라는 식인데 걔네는 그냥 오이 한 조각, 당근 한 조각 먹고 끝내기고 해요. 우리한테 처음에 와서 자기가 '저주받은 인생'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은 속이 터지는데..."

특히 청소년기에 부모 없이 떠나는 나 홀로 유학에선 외로움이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미국 유학생 : "거기 가니까 친구도 없고 외국인들이랑 옛날 한국에 있던 친구들이랑 정을 못 느껴서 힘들었어요. 인생에 흥미가 없었어요. 왜 사냐 그냥 빨리 한국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으니까 나쁜 생각 많이 들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현지에서의 어려움을 줄여보려는 학생들에겐 여름방학이 더 바쁩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로 빼곡한 교재, 미국 대학 입학시험을 위한 수업입니다.

유학을 준비하거나 중고등학교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하다 방학동안 귀국한 학생들입니다.

이 학원에만 이런 학생들이 천여 명, SAT와 토플을 미리 공부합니다.

<인터뷰> 이승준(미국 유학생) : "SAT 토플 어떤 시험인지도 잘 몰라서 학원에서 알려주는 정보, 학원에서 이끌어주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점수 받는데 지장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학원에서 스패니시어도 하고 여기에서 영어 공부하고 방학 때가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거 같아요."

<인터뷰> 유학생(싱가포르 유학생) : "혼자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 혼자 공부하기 힘들고. (학원) 안 다니는 친구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은 미국 고등학교 입학시험인 SSAT를 준비합니다.

<녹취> 초등학교 유학 준비생 : "미국 가려면 그게 다 필요해요. 수학이나 단어도 다 배우고 리딩복이란 단어도 배워요. (부모님이) 미국으로 가는 게 더 좋겠다고.. 그냥 의사 되는 게 좋겠다고..."

이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요?

<인터뷰> 캐서린(어학원 강사) : "한국 학생들은 유치원, 초등학생조차 공부에 몰입합니다. 어른이 되면 물론 열심히 하지만 이들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공부에 매달려야 해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조기유학,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해졌지만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최근에는 해외로 건너가는 초등학생도 크게 늘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 탈출, 국제무대 진출로의 기대가 유학에 대한 꿈을 부풀립니다.

<녹취> 캐나다 조기유학생 : "체벌이 없고 자유로워요. 숙제가 없어도 혼내진 않는데 신경을 안 써서 공부를 안 하면 안 될 기분이 들어요."

<인터뷰> 이태훈(미국 조기유학생) : "미국 간 계기도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더 큰 세상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엄마가 추천도 해주시고..."

엄마와 나이 어린 학생이 함께 떠나는 동반 조기유학 설명회장.

설명회 자료에는 학비, 생활비, 주거비 포함해 일 년 8천1백5십만 원, 1억 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적혀 있습니다.

유학을 가게 되면 성적에 상관없이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유학설명회 강연 내용 중) 중3까지 양 가 양 가, 미도 없는 애 심지어 체육도 미가 안 나오는 애들도 다 대학은 가요, 제가 말씀드린 그런 50위권 대학들, 단 졸업은 못하죠. 졸업을 못하니까 편입 들어오는 거예요. 애가 나중에 뭘 하든 미국 캐나다에서 고등까지만 보내고 대학은 한국에다 집어넣으세요. 그럼 인생 제일 행복합니다."

유학 후 다시 귀국할 학생들에겐 사교육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수학하고 국어, 국어도 큰 문제가 안돼요. 현지에서 한국 수학선생님 과외 몇 달 하면 돼요. 한국에서 선생 하셨던 분 학원 강사 많이 있어요."

참석한 학부모들은 사실 국내 교육 현실이 불만이어서 자녀들을 내보낸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학 준비생 학부모 : "한국에 있으면 남들 다 하니까 학원 안 보낼 수 없고 야자 안 시킬 수 없고. 그렇게 열심히 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도 못가는 애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자녀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다보니 이들을 노리는 고액 유학 컨설팅이 성행하기도 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강남에 최근 돌아가는 게 000 과외 교수가 있어요. 부모님들한테 방학 때만 가르쳐 주고 3억 원씩 받아요. 대학은 가야되는데 수소문하다보니까 그 분한테 걸린 거예요. 방학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에세이하고 그런 것. 다 가서 해야 되는데 어떡해, 정상적인 기관은 없고..."

이럴 경우 유학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학이 영어 점수를 올리고 대학 입시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
적성과 진로를 제대로 찾을 수 있는 길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권현숙(유학원장) : "조기유학을 보내실 때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숨겨진 재능, 아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 그런 학생들이 대학 갔을 경우에도 훨씬 더 적응도가 좋아요."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가 경기도의 한 국제학교를 찾았습니다.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학부모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자리입니다.

<녹취> 강연내용 중 : "아이비리그에서도 자살 시도 많아 하고 있어요. 코넬 같은데 지난 12년 동안 조사한 거 보면 학교 퍼퓰레이션 14%가 동양인들인데 자살률을 보니까 50, 60%가 다 동양인들이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지나친 성취욕과 압박 때문에..."

공부에 대한 목적을 바로 잡는 게 유학 성공의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명화(하버드대학원 교육심리학과 교수) :"공부를 왜 하는지가 참 중요한 거잖아요 내가 커서 뭐를 할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건데. 우리 한국학생은 그러한 리플렉션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이런 것도 모르니까 조금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방학 때 잠시 귀국했던 유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아빠를 두고 가는 자매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습니다.

딸이 건넨 편지를 받고 나면 다시 기러기 아빠가 됩니다.

<인터뷰> 박형후(캐나다 유학생 아버지) : "의식주 생활하는 게 힘들고 외로운 것...지금은 애들 교육 때문에 돈이 얼마 됐든 당장은 투자해야겠다. 하는데 효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두고 봐야죠."

휴가철이 끝나가는 8월 마지막 주,

공항은 이렇게 해외로 돌아가는 유학생들과 보내는 학부모들로 분주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조기 유학의 그늘
    • 입력 2009-08-30 11:12:52
    • 수정2009-08-30 22:31:28
    취재파일K
조기 유학 붐이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도 그랬듯이 방학이면 해외로 떠났던 조기 유학생들이 국내 학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제대로 못한 공부를 하려는 것인데요, 이럴 바엔 왜 비싼 돈을 내가며 조기 유학을 떠났는지 모를 일입니다. 조기유학, 해외 유학생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출국을 일주일 앞둔 선정이는 캐나다에선 11학년,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떠났던 유학생활, 1년 반 동안 얻은 것도 많지만 마음의 병도 생겼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스트레스 받으니까 막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반복하고 공부하고 잠도 못 자고 한 달 두 달 정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극도의 우울증과 스트레스 증상, 현지 가정이 이를 알게 되면서 학교를 새로 옮기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학교)서류는 괜찮은데 가디언이랑 호스트 맘이 전화를 한 거죠. 제가 문제가 있었으니까 홈스테이에서 받아준다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선정이를 정신과 진단까지 받게 한 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었습니다. <녹취> 이선정(가명-캐나다 유학생) : "어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저한테 혜택을 주신 만큼 저는 결과를 더 이렇게 해야 한다 결과를 더 잘 뽑아야 한다. 그게 원하는 만큼 막 따라주질 않으니까 스트레스가 되는 거예요. 엄마 아빠는 전화해서 압박을 하시고 그러시니까 굉장히 부담이 크고..." 유학으로 인한 상처는 이뿐 만이 아닙니다. <녹취> 의사-학생 상담 : "(의사) 사람들의 시선도 있을 거고 나에 대한 기대감, 그죠 유학생활하면서 어려운 가운데를 잘 넘기고 왔지만 다시 한 번 또... (학생) 또 다시 시작해야하는 그런 단계기 때문에..." 이 남학생은 잠시 학교를 쉬면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미술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부터 유학을 시작했지만 현지 적응 스트레스를 아직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석대명(호주 유학생) : "분명히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간 것인데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지... 답답한 거 있죠. 그러다보니까 공부에 대해서 점점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사실공부 때문에 유학을 간 거잖아요." 이 치료센터에는 이 같은 유학생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상담일지- 내레이션) : "치료실에 들어오면서 눈을 깜빡이고 손을 튕기는 틱 증상을 보였다. 친구와 관련된 물건을 만들어보라고 하자 안경을 만들었다. 파란 안경을 늘 쓰고 다녔는데, 외국친구들이 놀려서 안경을 그 후부터 안경을 안 썼다고 했다." <인터뷰> 김현선(차병원 미술 치료 클리닉) : "조기 유학생 같은 경우 외국 생활하는데 친한 친구나 선생님 그리라고 하면 이상하게도 현지에 있는 친구나 선생님 그리는 경우가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 갔으면 그때까지 한국 선생님 친구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도움 줄만한 사람이 없을 때 극도로 외롭거나 불안하거나 우울증 이런 것들이 유학생활에 상당한 영향 미친다고 볼 수가 있어요." 언어, 공부와의 싸움 외에도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조차 잘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전화 녹취> 유학생 학부모 : "하루에 한 번만, 1분 안에 샤워하라고, 빨래도 물 아낀다는 차원으로 10일에 한 번 하라고. 이러니까 여름에 너무 힘들었죠. 저녁을 알아서 먹으라는 식인데 걔네는 그냥 오이 한 조각, 당근 한 조각 먹고 끝내기고 해요. 우리한테 처음에 와서 자기가 '저주받은 인생'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은 속이 터지는데..." 특히 청소년기에 부모 없이 떠나는 나 홀로 유학에선 외로움이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미국 유학생 : "거기 가니까 친구도 없고 외국인들이랑 옛날 한국에 있던 친구들이랑 정을 못 느껴서 힘들었어요. 인생에 흥미가 없었어요. 왜 사냐 그냥 빨리 한국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으니까 나쁜 생각 많이 들죠.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현지에서의 어려움을 줄여보려는 학생들에겐 여름방학이 더 바쁩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로 빼곡한 교재, 미국 대학 입학시험을 위한 수업입니다. 유학을 준비하거나 중고등학교 때부터 유학 생활을 하다 방학동안 귀국한 학생들입니다. 이 학원에만 이런 학생들이 천여 명, SAT와 토플을 미리 공부합니다. <인터뷰> 이승준(미국 유학생) : "SAT 토플 어떤 시험인지도 잘 몰라서 학원에서 알려주는 정보, 학원에서 이끌어주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점수 받는데 지장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학원에서 스패니시어도 하고 여기에서 영어 공부하고 방학 때가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거 같아요." <인터뷰> 유학생(싱가포르 유학생) : "혼자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수학이나 물리 같은 것.. 혼자 공부하기 힘들고. (학원) 안 다니는 친구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은 미국 고등학교 입학시험인 SSAT를 준비합니다. <녹취> 초등학교 유학 준비생 : "미국 가려면 그게 다 필요해요. 수학이나 단어도 다 배우고 리딩복이란 단어도 배워요. (부모님이) 미국으로 가는 게 더 좋겠다고.. 그냥 의사 되는 게 좋겠다고..." 이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요? <인터뷰> 캐서린(어학원 강사) : "한국 학생들은 유치원, 초등학생조차 공부에 몰입합니다. 어른이 되면 물론 열심히 하지만 이들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공부에 매달려야 해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조기유학,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해졌지만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최근에는 해외로 건너가는 초등학생도 크게 늘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 탈출, 국제무대 진출로의 기대가 유학에 대한 꿈을 부풀립니다. <녹취> 캐나다 조기유학생 : "체벌이 없고 자유로워요. 숙제가 없어도 혼내진 않는데 신경을 안 써서 공부를 안 하면 안 될 기분이 들어요." <인터뷰> 이태훈(미국 조기유학생) : "미국 간 계기도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더 큰 세상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엄마가 추천도 해주시고..." 엄마와 나이 어린 학생이 함께 떠나는 동반 조기유학 설명회장. 설명회 자료에는 학비, 생활비, 주거비 포함해 일 년 8천1백5십만 원, 1억 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적혀 있습니다. 유학을 가게 되면 성적에 상관없이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유학설명회 강연 내용 중) 중3까지 양 가 양 가, 미도 없는 애 심지어 체육도 미가 안 나오는 애들도 다 대학은 가요, 제가 말씀드린 그런 50위권 대학들, 단 졸업은 못하죠. 졸업을 못하니까 편입 들어오는 거예요. 애가 나중에 뭘 하든 미국 캐나다에서 고등까지만 보내고 대학은 한국에다 집어넣으세요. 그럼 인생 제일 행복합니다." 유학 후 다시 귀국할 학생들에겐 사교육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수학하고 국어, 국어도 큰 문제가 안돼요. 현지에서 한국 수학선생님 과외 몇 달 하면 돼요. 한국에서 선생 하셨던 분 학원 강사 많이 있어요." 참석한 학부모들은 사실 국내 교육 현실이 불만이어서 자녀들을 내보낸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학 준비생 학부모 : "한국에 있으면 남들 다 하니까 학원 안 보낼 수 없고 야자 안 시킬 수 없고. 그렇게 열심히 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도 못가는 애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자녀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다보니 이들을 노리는 고액 유학 컨설팅이 성행하기도 합니다. <녹취> 유학원 관계자 : "강남에 최근 돌아가는 게 000 과외 교수가 있어요. 부모님들한테 방학 때만 가르쳐 주고 3억 원씩 받아요. 대학은 가야되는데 수소문하다보니까 그 분한테 걸린 거예요. 방학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에세이하고 그런 것. 다 가서 해야 되는데 어떡해, 정상적인 기관은 없고..." 이럴 경우 유학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학이 영어 점수를 올리고 대학 입시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 적성과 진로를 제대로 찾을 수 있는 길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권현숙(유학원장) : "조기유학을 보내실 때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숨겨진 재능, 아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 그런 학생들이 대학 갔을 경우에도 훨씬 더 적응도가 좋아요."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가 경기도의 한 국제학교를 찾았습니다.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학부모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자리입니다. <녹취> 강연내용 중 : "아이비리그에서도 자살 시도 많아 하고 있어요. 코넬 같은데 지난 12년 동안 조사한 거 보면 학교 퍼퓰레이션 14%가 동양인들인데 자살률을 보니까 50, 60%가 다 동양인들이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 지나친 성취욕과 압박 때문에..." 공부에 대한 목적을 바로 잡는 게 유학 성공의 길이라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명화(하버드대학원 교육심리학과 교수) :"공부를 왜 하는지가 참 중요한 거잖아요 내가 커서 뭐를 할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한 건데. 우리 한국학생은 그러한 리플렉션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이런 것도 모르니까 조금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방학 때 잠시 귀국했던 유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아빠를 두고 가는 자매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습니다. 딸이 건넨 편지를 받고 나면 다시 기러기 아빠가 됩니다. <인터뷰> 박형후(캐나다 유학생 아버지) : "의식주 생활하는 게 힘들고 외로운 것...지금은 애들 교육 때문에 돈이 얼마 됐든 당장은 투자해야겠다. 하는데 효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두고 봐야죠." 휴가철이 끝나가는 8월 마지막 주, 공항은 이렇게 해외로 돌아가는 유학생들과 보내는 학부모들로 분주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