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존엄사 합의안 법제화 서둘러야
입력 2010.07.16 (06:58)
수정 2010.07.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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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객원해설위원]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사건으로 제기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보건복지부의 합의안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24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만여 명이 만성질환으로 오랜 투병기간을 거친 뒤 임종에 이릅니다. 이 임종 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진료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있어왔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집으로 모셔간 환자가 사망하면서 퇴원을 주장했던 환자의 부인에게는 살인죄가 퇴원을 허용한 담당 의료진에게는 살인방조죄가 선고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많았으나,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의료진과 환자 가족 사이에 갈등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은 중단할 수 있으나 영양공급과 진통제 처방 등 통상적인 의료행위는 중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이 사전의료 의향서라는 문서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분쟁이 있을 때는 병원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명료하지 못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어떻게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종교계는 남은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쉽게 치료중단을 결정하는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계는 대부분의 말기환자들의 경우 가족들이 대리결정에 참여해 왔던 만큼 본인이 작성한 문서에 따라서만 결정하게 한다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두 건의 관련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는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고, 고통스런 임종기간만을 연장할 뿐입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말기환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법제화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합의안을 근간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윤리적인 최종 합의안이 법제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사건으로 제기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보건복지부의 합의안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24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만여 명이 만성질환으로 오랜 투병기간을 거친 뒤 임종에 이릅니다. 이 임종 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진료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있어왔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집으로 모셔간 환자가 사망하면서 퇴원을 주장했던 환자의 부인에게는 살인죄가 퇴원을 허용한 담당 의료진에게는 살인방조죄가 선고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많았으나,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의료진과 환자 가족 사이에 갈등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은 중단할 수 있으나 영양공급과 진통제 처방 등 통상적인 의료행위는 중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이 사전의료 의향서라는 문서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분쟁이 있을 때는 병원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명료하지 못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어떻게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종교계는 남은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쉽게 치료중단을 결정하는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계는 대부분의 말기환자들의 경우 가족들이 대리결정에 참여해 왔던 만큼 본인이 작성한 문서에 따라서만 결정하게 한다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두 건의 관련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는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고, 고통스런 임종기간만을 연장할 뿐입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말기환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법제화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합의안을 근간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윤리적인 최종 합의안이 법제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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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0-07-16 07:34:02
[허대석 객원해설위원]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의 김할머니사건으로 제기된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보건복지부의 합의안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24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만여 명이 만성질환으로 오랜 투병기간을 거친 뒤 임종에 이릅니다. 이 임종 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진료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있어왔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떼고 집으로 모셔간 환자가 사망하면서 퇴원을 주장했던 환자의 부인에게는 살인죄가 퇴원을 허용한 담당 의료진에게는 살인방조죄가 선고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많았으나,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의료진과 환자 가족 사이에 갈등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은 중단할 수 있으나 영양공급과 진통제 처방 등 통상적인 의료행위는 중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이 사전의료 의향서라는 문서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분쟁이 있을 때는 병원 의료윤리위원회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명료하지 못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누가 어떻게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종교계는 남은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쉽게 치료중단을 결정하는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계는 대부분의 말기환자들의 경우 가족들이 대리결정에 참여해 왔던 만큼 본인이 작성한 문서에 따라서만 결정하게 한다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도 두 건의 관련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는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시키고, 고통스런 임종기간만을 연장할 뿐입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 말기환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법제화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합의안을 근간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윤리적인 최종 합의안이 법제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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