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보상심리로 ‘슬쩍슬쩍’…이상한 도둑

입력 2012.01.18 (09:03) 수정 2012.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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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슈퍼 등에서 음식과 생활필수품 같은 걸 닥치는 대로 훔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조금씩 훔친 물건이 개수로만 3천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놀라운 건 이 물건들을 대부분 그대로 모아두기만 했다는 겁니다.

이랑 기자, 쓰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건데, 그렇다면 왜 훔친 건가요?

<기자 멘트>

이 남자, 남몰래 훔친 물건을 되팔거나 자기가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댔을까요?

경찰에서 밝힌 범행이유가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보상심리 때문에 물건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는데요,

1년 동안 이렇게 고이고이 쌓아놓은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웬만한 동네 가게 저리 가라였습니다.

<리포트>

기다란 탁자 위에 줄지어 서있는 1킬로그램들이 벌꿀 4백50개. 수북이 쌓여있는 과자와 양말들...

심지어 안경들도 여러 개 보입니다.

동네마트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물건들은 한 남성이 혼자서 훔친 장물입니다. 엄청나죠?

<인터뷰 >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총 압수양만 3천 4백점이고요, (피해)규모는 한 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1년 동안) 거의 매일 한 두 번씩 절도행각을 했다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도난품을 압수했다는 소식에 물건을 확인하러 온 피해 점포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요,

<녹취> 피해점포 직원(음성변조) : “슈퍼마켓 하나는 차려도 되겠더라고요. 어떻게 그걸 다 넣어서 갖고 왔을지 그게 저도 놀라웠고..”

<녹취> 피해점포 직원(음성변조) : “깜짝 놀랐어요. 나는 또 좀도둑 잡은 줄 알고 가봤더니 세상에 그렇게 많은 물건을 훔쳐다 놓고...”

검은색 옷을 입은 이 남자. 진열대 앞에서 물건을 고르는 척하더니 걸어다니다가 재빨리 바지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죠?

바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훔쳐 온 56살 고 씹니다.

<녹취> 00마트 직원(음성변조) : “(의심을 ) 못했죠. 했으면 우리가 망을 봤죠. 점퍼 같은데 이렇게 넣고 가면 어떻게 알아요.”

석 달 뒤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물건을 훔칩니다.

점퍼와 바지 주머니에 닥치는 대로 물건을 주워 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는 척 유유히 사라지느데요,

<녹취> 00마트 직원(음성변조) : “꿀만 없어진대요 만날. 이번에 재고 조사할 때 (꿀이) 2백 개가 빈대요. 그래서 안파는 게 낫겠다고...”

인근의 또 다른 생필품 가게.

이 가게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진열해 놓은 물건들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생필품 점포 직원(음성변조) : “이런 면도기 종류하고요, (자물쇠) 비슷한 제품들하고 공구, 망치가 저희 것이 나왔거든요. 4천 원짜리. (개 껌) 이런 쓸데없는 이런 것도 가져 가셨어요.”

구석진 곳에 놓여있던 ‘약과’가 한 번에 몇 봉지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생필품 점포 직원(음성변조) : “약과가 2번 냄비, 프라이팬 그 앞 진열대에 있었거든요? (어느 날) 언니들이 그러는 거예요. ‘약과 팔았어?’ ‘아니요.’ 약과가 삽시간에 다섯 개씩 없어진 거예요.”

없어진 약과는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공주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떨어진 계룡면에 있는 한 폐가에서였는데요,

방안에 있는 비닐봉투를 풀어봤더니 포장도 뜯지 않은 약과 다섯 봉지가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바로, 생필품 가게에서 도난당한 그 ‘약과’입니다.

바로 이곳이! 고 씨가 훔친 물건들을 쌓아두었던 은닉 장소인데요,

<녹취> 명성육(공주경찰서 형사2팀) : “전형적인 시골주택이거든요. 거의 폐가. ㄴ자 집인데, (비닐)봉지나 종이봉투 안에 세 개, 네 개씩 신문지 종류가 사람 허리정도 쌓여있어요. 그 안쪽으로. 안쪽으로 다 (도난품이) 숨겨져 있는 거예요.”

이미 경찰이 대부분 압수해 간 뒤지만, 아직도 새것 그대로의 물건은 많았습니다.

팝콘이 여러 개 들어있는 것도 보이고요,

누군가의 집 우편함에서 가져온 듯한 우편물, 해외쇼핑몰에서 배달된 게임CD군요.

고 씨만의 이 은밀한 장소, 어떻게 들통 난 걸까요?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아파트에 주간지를 계속 구독하는 피해자가 책이 안 오니까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 씨) 노인 양반 한 분이 오셔서 책을 뽑아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신고했죠.)”

아파트 CCTV에 찍힌 절도범은 이미 지난해 가을, 벌꿀 두 개와 책을 훔치다 현행범으로 입건됐던 바로 그 고 씨였습니다.

고 씨를 검거한 후, 도난품 회수를 위해 집을 찾아간 경찰은 이웃주민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주민들이) 피의자가 주소지에는 살지 않고, 주소지 인근에 또 거처가 있다고 (해요.) 피의자가 자주 출입을 한다고... ”

혹시나 하며 찾아간 폐가. 집 안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비닐봉투에 담긴 채 무더기로 쌓여있었습니다.

<녹취>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현장에 가보니까 그 어마어마한 정말 3천4백 점이라는 (새 물건들이) 그 안에 집안에 다 있던 거죠. 형사생활하면서 거의 처음 겪는 경우죠. (훔쳐서) 먹지도 않고, 팔지도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내에 왔다갔다하며 훔친 물건들을 가져왔지만, 마을 주민들은 고 씨를 이상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점잖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그 분이 학생들은 과외공부를 가르치러 다닌다고 책을 많이 들고 다녔어요. 보면 ‘뭘 그렇게 무겁게 들고 와요?’하면 이제 책(이라고)...”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고 씨가) 물건 나르는 거 못 보셨어요? )못 봤어. (봉투 들고 오면) 빵(?) 사다 먹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죠.”

고 씨는 대체 왜 물건을 훔친 채 그대로 보관만 해 왔던 걸까요?

1년 전 전화사기 피해를 당해 2천만 원을 날린 뒤, 보상심리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훔친 물건) 그게 필요해서도 아니고,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팔려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가 ‘보이스피싱 당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차원이다’ 그렇게 일관되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마트나 아파트 등을 돌며 2백 차례에 걸쳐 2천여 만 원어치의 생필품을 훔친 56살 고 모 씨.

경찰은 이런 고 씨에 대해 절도혐의 의로 사전구속영창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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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보상심리로 ‘슬쩍슬쩍’…이상한 도둑
    • 입력 2012-01-18 09:03:45
    • 수정2012-01-18 1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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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슈퍼 등에서 음식과 생활필수품 같은 걸 닥치는 대로 훔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조금씩 훔친 물건이 개수로만 3천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놀라운 건 이 물건들을 대부분 그대로 모아두기만 했다는 겁니다. 이랑 기자, 쓰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건데, 그렇다면 왜 훔친 건가요? <기자 멘트> 이 남자, 남몰래 훔친 물건을 되팔거나 자기가 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댔을까요? 경찰에서 밝힌 범행이유가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보상심리 때문에 물건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는데요, 1년 동안 이렇게 고이고이 쌓아놓은 물건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웬만한 동네 가게 저리 가라였습니다. <리포트> 기다란 탁자 위에 줄지어 서있는 1킬로그램들이 벌꿀 4백50개. 수북이 쌓여있는 과자와 양말들... 심지어 안경들도 여러 개 보입니다. 동네마트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물건들은 한 남성이 혼자서 훔친 장물입니다. 엄청나죠? <인터뷰 >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총 압수양만 3천 4백점이고요, (피해)규모는 한 천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1년 동안) 거의 매일 한 두 번씩 절도행각을 했다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도난품을 압수했다는 소식에 물건을 확인하러 온 피해 점포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요, <녹취> 피해점포 직원(음성변조) : “슈퍼마켓 하나는 차려도 되겠더라고요. 어떻게 그걸 다 넣어서 갖고 왔을지 그게 저도 놀라웠고..” <녹취> 피해점포 직원(음성변조) : “깜짝 놀랐어요. 나는 또 좀도둑 잡은 줄 알고 가봤더니 세상에 그렇게 많은 물건을 훔쳐다 놓고...” 검은색 옷을 입은 이 남자. 진열대 앞에서 물건을 고르는 척하더니 걸어다니다가 재빨리 바지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죠? 바로 먹거리와 생필품을 훔쳐 온 56살 고 씹니다. <녹취> 00마트 직원(음성변조) : “(의심을 ) 못했죠. 했으면 우리가 망을 봤죠. 점퍼 같은데 이렇게 넣고 가면 어떻게 알아요.” 석 달 뒤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물건을 훔칩니다. 점퍼와 바지 주머니에 닥치는 대로 물건을 주워 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가는 척 유유히 사라지느데요, <녹취> 00마트 직원(음성변조) : “꿀만 없어진대요 만날. 이번에 재고 조사할 때 (꿀이) 2백 개가 빈대요. 그래서 안파는 게 낫겠다고...” 인근의 또 다른 생필품 가게. 이 가게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진열해 놓은 물건들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생필품 점포 직원(음성변조) : “이런 면도기 종류하고요, (자물쇠) 비슷한 제품들하고 공구, 망치가 저희 것이 나왔거든요. 4천 원짜리. (개 껌) 이런 쓸데없는 이런 것도 가져 가셨어요.” 구석진 곳에 놓여있던 ‘약과’가 한 번에 몇 봉지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생필품 점포 직원(음성변조) : “약과가 2번 냄비, 프라이팬 그 앞 진열대에 있었거든요? (어느 날) 언니들이 그러는 거예요. ‘약과 팔았어?’ ‘아니요.’ 약과가 삽시간에 다섯 개씩 없어진 거예요.” 없어진 약과는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공주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떨어진 계룡면에 있는 한 폐가에서였는데요, 방안에 있는 비닐봉투를 풀어봤더니 포장도 뜯지 않은 약과 다섯 봉지가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바로, 생필품 가게에서 도난당한 그 ‘약과’입니다. 바로 이곳이! 고 씨가 훔친 물건들을 쌓아두었던 은닉 장소인데요, <녹취> 명성육(공주경찰서 형사2팀) : “전형적인 시골주택이거든요. 거의 폐가. ㄴ자 집인데, (비닐)봉지나 종이봉투 안에 세 개, 네 개씩 신문지 종류가 사람 허리정도 쌓여있어요. 그 안쪽으로. 안쪽으로 다 (도난품이) 숨겨져 있는 거예요.” 이미 경찰이 대부분 압수해 간 뒤지만, 아직도 새것 그대로의 물건은 많았습니다. 팝콘이 여러 개 들어있는 것도 보이고요, 누군가의 집 우편함에서 가져온 듯한 우편물, 해외쇼핑몰에서 배달된 게임CD군요. 고 씨만의 이 은밀한 장소, 어떻게 들통 난 걸까요?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아파트에 주간지를 계속 구독하는 피해자가 책이 안 오니까 아파트 cctv를 확인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 씨) 노인 양반 한 분이 오셔서 책을 뽑아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신고했죠.)” 아파트 CCTV에 찍힌 절도범은 이미 지난해 가을, 벌꿀 두 개와 책을 훔치다 현행범으로 입건됐던 바로 그 고 씨였습니다. 고 씨를 검거한 후, 도난품 회수를 위해 집을 찾아간 경찰은 이웃주민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주민들이) 피의자가 주소지에는 살지 않고, 주소지 인근에 또 거처가 있다고 (해요.) 피의자가 자주 출입을 한다고... ” 혹시나 하며 찾아간 폐가. 집 안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비닐봉투에 담긴 채 무더기로 쌓여있었습니다. <녹취>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현장에 가보니까 그 어마어마한 정말 3천4백 점이라는 (새 물건들이) 그 안에 집안에 다 있던 거죠. 형사생활하면서 거의 처음 겪는 경우죠. (훔쳐서) 먹지도 않고, 팔지도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시내에 왔다갔다하며 훔친 물건들을 가져왔지만, 마을 주민들은 고 씨를 이상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점잖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그 분이 학생들은 과외공부를 가르치러 다닌다고 책을 많이 들고 다녔어요. 보면 ‘뭘 그렇게 무겁게 들고 와요?’하면 이제 책(이라고)...”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고 씨가) 물건 나르는 거 못 보셨어요? )못 봤어. (봉투 들고 오면) 빵(?) 사다 먹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죠.” 고 씨는 대체 왜 물건을 훔친 채 그대로 보관만 해 왔던 걸까요? 1년 전 전화사기 피해를 당해 2천만 원을 날린 뒤, 보상심리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윤혁진(팀장/공주경찰서 형사2팀) : “(훔친 물건) 그게 필요해서도 아니고,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팔려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가 ‘보이스피싱 당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차원이다’ 그렇게 일관되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마트나 아파트 등을 돌며 2백 차례에 걸쳐 2천여 만 원어치의 생필품을 훔친 56살 고 모 씨. 경찰은 이런 고 씨에 대해 절도혐의 의로 사전구속영창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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