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추억 돌려주는 ‘소품지기’

입력 2012.03.23 (09:00) 수정 2012.03.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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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1960,70년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 보다보면 그 시절 그 분위기를 그대로 되살린 간판들, 다방, 또 자동차 같은 것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네, 이런 시대극들 보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곤 하실텐데요, 도대체 저런 오래된 장소나 물건들 어디서 찾나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보통 전문 세트장을 따로 만들어서 찍거나, 소품을 특별 제작하기도 하지만, 진짜배기 옛날 물건들도 많다고 합니다.

네, 수 십년 동안 옛 물건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촬영이 있을 때마다 빌려주는 분들이 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의 보물창고를 오늘 공개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학창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긴 졸업앨범부터 7,80년대를 풍미했던 자동차 포니까지...

이제는 어디가서 살래야 살 수 없는 추억의 소품들이 공개됐는데요.

그 뒤에는 수십 년 동안 발품을 팔아 추억을 수집해온 소품지기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소품에 담긴 흥미로운 사연들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하루가 멀다하고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7,80년대 대표 자동차 포니인데요.

<녹취> "신기하죠. (포니) 10년, 20년만에 처음 본 것 같아요."

30여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거침없이 달리는 올드카 포니.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순 없지만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는데요.

<인터뷰> 임형성(올드카 수집가):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오면서 옛 것을 너무 쉽게 버리다 보니까 제 입장에선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니 하면 7~8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택시로도 유명한데요.

광주 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택시기사였죠.

그 덕에 임형성씨의 포니가 주인공의 애마로 발탁됐는데요.

<인터뷰> 임형성(올드카 수집가): "(영화에 나왔던 포니의) 지금 현재 상태는 관리가 잘 안돼서 그때 모습과는 좀 달라졌지만 제가 복원을 하면 그때와 똑같은 차가 다시 탄생 될 겁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올드카는 총 70여대.

개인이 사들이고 관리하다 보니 넓은 차고지를 구할 수 없어 곳곳에 분산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이 많은 차들, 돈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임형성 (올드카 수집가): "20여년 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돈은 지금 하나도 없으니까 제가 봤을때는 서울에서는 전세값 정도, 시골에서는 아파트 한 두채값 정도 (올드카 수집에) 쓴것 같아요."

1973년산 비틀부터 대우 맵시나까지...단종된 차들이다 보니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고민이라는데요, 그래서 조만간 자동차 부속상을 인수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녹취> "(올드카지만) 운행은 용이하다고 봅니다. 신기하고 새롭죠."

언젠가 자동차 박물관을 세우는게 꿈이라는 임형성씨. 열정이 대단하죠.

<인터뷰> 임형성 (올드카 수집가): "간직할 수 있고 누구나가 아닌 나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드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시대극 소품의 산증인을 찾아 남양주 종합촬영소로 향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오른 듯 과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호길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이곳에 보관중인 소품이) 1800종에 아마 40만점 정도 될거에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소품들. 문짝이 달린 고릿적 텔레비전부터 추억의 도시락통까지.. 견학차 소품창고를 찾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녹취> "우리 (옛날에) 이 텔레비전 있었어."

<녹취> "(집집마다) 다 있었지."

<인터뷰> 최금례(인천시 가정동): "제일 처음 (텔레비전이) 나올때는 동네마다 한 두대만 있어서 (텔레비전 있는) 집에 저녁마다 다 가서 '여로' 같은 연속극 보는거에요."

오늘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쓰일 소품을 구하기 위해 방송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원준(서울시 노량진동): "옛날 과거시대 소품들이 필요하면 여기서 구해 쓰죠."

스크린에서는 스쳐가는 배경에 지나지 않지만 김호길씨에게는 소품 하나 하나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김호길씨가 특별히 아끼는 소품은 따로 있다는데요. 사비를 들여 직접 사들인 귀한 소품들... 아버지가 물려주신 파이프 담배...하나하나 손때 묻고 추억이 묻은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인터뷰> 김호길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마지막 잎새라고 이성구 감독 작품인데 머리를 잘라 팔아서 시계를 팔아서 주는 여자, 남자는 여자의 머리핀을 사는 장면이 있었어요.."

스무살 청춘에 소품 일을 시작해 어느덧 일흔.. 뜨겁던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 세월의 온기가 묻어나는 그의 보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호길(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소품은) 인생에 가장 큰 동반자죠. (소품창고) 계속 지키고 있을 겁니다."

드라마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소품지기들. 그 손길로 완벽하게 재연된 70년대 음악다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는데요.

추억의 명화 포스터부터 못난이 삼형제 인형까지, 70년대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이 음악다방은 오는 26일 첫방송을 앞둔 드라마 <사랑비>의 주요무대인데요.

시민들을 위한 공개 음악다방으로 운영하기로 해 눈길을 끕니다. 띠별 운세를 볼 수 있는 재떨이부터 성냥쌓기까지 추억이 새록새록하죠..

<인터뷰> 신동용 (대구시 파호동): "물 한잔 엽차 갖다놓고서 계속 성냥 쌓고 그렇게 (애인) 기다렸었죠."

음악다방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악신청이겠죠? 소품지기들이 발품을 팔아 구해온 추억의 LP판들. 반가운 옛 노래들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이신희 (대구시 황금동): "고등학교때 여자친구 하고 만나면 항상 그 음악을 듣고는 했던 기억이 나요."

턴테이블로 듣는 추억의 LP음악. 이 작은 소품 하나가 이제는 중년이 된 아저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바로 추억 때문이겠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세월의 가치를 품은 옛 소품들... 그 속에 시간과 기억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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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1960,70년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 보다보면 그 시절 그 분위기를 그대로 되살린 간판들, 다방, 또 자동차 같은 것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네, 이런 시대극들 보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곤 하실텐데요, 도대체 저런 오래된 장소나 물건들 어디서 찾나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보통 전문 세트장을 따로 만들어서 찍거나, 소품을 특별 제작하기도 하지만, 진짜배기 옛날 물건들도 많다고 합니다. 네, 수 십년 동안 옛 물건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촬영이 있을 때마다 빌려주는 분들이 있다는데요, 김기흥 기자, 이분들의 보물창고를 오늘 공개해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학창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긴 졸업앨범부터 7,80년대를 풍미했던 자동차 포니까지... 이제는 어디가서 살래야 살 수 없는 추억의 소품들이 공개됐는데요. 그 뒤에는 수십 년 동안 발품을 팔아 추억을 수집해온 소품지기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소품에 담긴 흥미로운 사연들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하루가 멀다하고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7,80년대 대표 자동차 포니인데요. <녹취> "신기하죠. (포니) 10년, 20년만에 처음 본 것 같아요." 30여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거침없이 달리는 올드카 포니. 세월의 흔적을 피할 순 없지만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는데요. <인터뷰> 임형성(올드카 수집가): "좋은 차들이 많이 나오면서 옛 것을 너무 쉽게 버리다 보니까 제 입장에선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니 하면 7~80년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택시로도 유명한데요. 광주 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택시기사였죠. 그 덕에 임형성씨의 포니가 주인공의 애마로 발탁됐는데요. <인터뷰> 임형성(올드카 수집가): "(영화에 나왔던 포니의) 지금 현재 상태는 관리가 잘 안돼서 그때 모습과는 좀 달라졌지만 제가 복원을 하면 그때와 똑같은 차가 다시 탄생 될 겁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올드카는 총 70여대. 개인이 사들이고 관리하다 보니 넓은 차고지를 구할 수 없어 곳곳에 분산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이 많은 차들, 돈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임형성 (올드카 수집가): "20여년 동안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돈은 지금 하나도 없으니까 제가 봤을때는 서울에서는 전세값 정도, 시골에서는 아파트 한 두채값 정도 (올드카 수집에) 쓴것 같아요." 1973년산 비틀부터 대우 맵시나까지...단종된 차들이다 보니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고민이라는데요, 그래서 조만간 자동차 부속상을 인수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녹취> "(올드카지만) 운행은 용이하다고 봅니다. 신기하고 새롭죠." 언젠가 자동차 박물관을 세우는게 꿈이라는 임형성씨. 열정이 대단하죠. <인터뷰> 임형성 (올드카 수집가): "간직할 수 있고 누구나가 아닌 나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올드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시대극 소품의 산증인을 찾아 남양주 종합촬영소로 향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거슬러 오른 듯 과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었는데요. <인터뷰> 김호길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이곳에 보관중인 소품이) 1800종에 아마 40만점 정도 될거에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소품들. 문짝이 달린 고릿적 텔레비전부터 추억의 도시락통까지.. 견학차 소품창고를 찾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녹취> "우리 (옛날에) 이 텔레비전 있었어." <녹취> "(집집마다) 다 있었지." <인터뷰> 최금례(인천시 가정동): "제일 처음 (텔레비전이) 나올때는 동네마다 한 두대만 있어서 (텔레비전 있는) 집에 저녁마다 다 가서 '여로' 같은 연속극 보는거에요." 오늘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쓰일 소품을 구하기 위해 방송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원준(서울시 노량진동): "옛날 과거시대 소품들이 필요하면 여기서 구해 쓰죠." 스크린에서는 스쳐가는 배경에 지나지 않지만 김호길씨에게는 소품 하나 하나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김호길씨가 특별히 아끼는 소품은 따로 있다는데요. 사비를 들여 직접 사들인 귀한 소품들... 아버지가 물려주신 파이프 담배...하나하나 손때 묻고 추억이 묻은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인터뷰> 김호길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마지막 잎새라고 이성구 감독 작품인데 머리를 잘라 팔아서 시계를 팔아서 주는 여자, 남자는 여자의 머리핀을 사는 장면이 있었어요.." 스무살 청춘에 소품 일을 시작해 어느덧 일흔.. 뜨겁던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 세월의 온기가 묻어나는 그의 보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호길(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실): "(소품은) 인생에 가장 큰 동반자죠. (소품창고) 계속 지키고 있을 겁니다." 드라마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소품지기들. 그 손길로 완벽하게 재연된 70년대 음악다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는데요. 추억의 명화 포스터부터 못난이 삼형제 인형까지, 70년대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이 음악다방은 오는 26일 첫방송을 앞둔 드라마 <사랑비>의 주요무대인데요. 시민들을 위한 공개 음악다방으로 운영하기로 해 눈길을 끕니다. 띠별 운세를 볼 수 있는 재떨이부터 성냥쌓기까지 추억이 새록새록하죠.. <인터뷰> 신동용 (대구시 파호동): "물 한잔 엽차 갖다놓고서 계속 성냥 쌓고 그렇게 (애인) 기다렸었죠." 음악다방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악신청이겠죠? 소품지기들이 발품을 팔아 구해온 추억의 LP판들. 반가운 옛 노래들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이신희 (대구시 황금동): "고등학교때 여자친구 하고 만나면 항상 그 음악을 듣고는 했던 기억이 나요." 턴테이블로 듣는 추억의 LP음악. 이 작은 소품 하나가 이제는 중년이 된 아저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바로 추억 때문이겠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세월의 가치를 품은 옛 소품들... 그 속에 시간과 기억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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