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추위 속 노숙인 ‘자립 지원’ 어떻게?

입력 2012.11.1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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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초겨울 추위가 찾아왔는데도 도심의 지하도에는 여전히 노숙인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부산역 광장 화장실에서 잠을 자던 50대 노숙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보호시설이 있을텐데 이들은 왜 추위 속에서도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건지, 대책은 없는지, 먼저 그 실태를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역 지하차도, 벽을 따라 수십 명의 노숙인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종이박스를 세워 바람을 막습니다.

<녹취> 노숙인 : "(종이상자는) 재산 1호..이렇게 (엮어서) 만드는 거에요. 박스를 갖다가 이불로.."

지하도가 아닌 인도에서도 노숙인들이 잠을 청합니다.

<녹취>노숙인 : "(너무 추운데 쉼터로 가셔야죠.) 안돼요..."

차디찬 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숙인들, 이들에게 출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해 홀로 설 수 있다는 자립 의지를 복돋아야 합니다.

상담 센터에서는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인들이 줄을 잇습니다.

시설 청소처럼 간단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이른바 '자활근로'. 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 남짓입니다.

자활근로 기간도 최장 6개월에 그쳐 더 일할 수도 없습니다.

<녹취> 노숙인 :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방값 25만원 내고 나면 10몇 만원 남는데...담배값하기도..."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동절기에) 쉼터 입소만 계속 종용하는, 거리 노숙인 수를 일정 정도 통제하려는 그런 정도의 정책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여름 한철 서울의 노숙인은 4천3백여 명,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도 4천2백여 명으로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앵커 멘트>

서울시가 마련한 올해 노숙인 복지 예산은 모두 4백19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3백40억 원이 쉼터와 시설 운영비 등이고 일자리 등 자립을 돕는 예산은 79억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시의 대책이 노숙인 생계 유지에 치중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제는 자활대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서 김학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밭에서 배추를 뽑는 솜씨가 능숙해 보입니다.

지금은 어엿한 농사꾼이지만 1년 전만 해도 노숙인이었습니다.

영농학교에서 농사법을 배운 끝에 노숙 생활을 벗어나게 됐습니다.

<녹취> 최상효 : "농사일이 노가다보다 힘들다하는데 사실 힘은 드는데 수확의 기쁨하고 이런 것을 조금 느낄 것 같습니다."
청소업체 대표인 유상희씨도 5년 전까지는 노숙인이었습니다.

노숙 시절 우연히 청소 일을 하다가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 게 노숙을 청산한 계기가 됐습니다.

<녹취> 유상희(청소업체 대표) : "노숙인 없애려고만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요."

쉼터나 시설에서 노숙인을 보호하는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 정작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찾아주기나 직업 교육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윤건(거리의 천사들 총무) :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과 또 하나, 조직문화에서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 그런 인성교육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희망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 기회만 닿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중한 이웃입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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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추위 속 노숙인 ‘자립 지원’ 어떻게?
    • 입력 2012-11-12 2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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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초겨울 추위가 찾아왔는데도 도심의 지하도에는 여전히 노숙인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부산역 광장 화장실에서 잠을 자던 50대 노숙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보호시설이 있을텐데 이들은 왜 추위 속에서도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건지, 대책은 없는지, 먼저 그 실태를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역 지하차도, 벽을 따라 수십 명의 노숙인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종이박스를 세워 바람을 막습니다. <녹취> 노숙인 : "(종이상자는) 재산 1호..이렇게 (엮어서) 만드는 거에요. 박스를 갖다가 이불로.." 지하도가 아닌 인도에서도 노숙인들이 잠을 청합니다. <녹취>노숙인 : "(너무 추운데 쉼터로 가셔야죠.) 안돼요..." 차디찬 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숙인들, 이들에게 출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안정적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해 홀로 설 수 있다는 자립 의지를 복돋아야 합니다. 상담 센터에서는 일자리를 원하는 노숙인들이 줄을 잇습니다. 시설 청소처럼 간단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이른바 '자활근로'. 하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1명 남짓입니다. 자활근로 기간도 최장 6개월에 그쳐 더 일할 수도 없습니다. <녹취> 노숙인 :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방값 25만원 내고 나면 10몇 만원 남는데...담배값하기도..." <인터뷰>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동절기에) 쉼터 입소만 계속 종용하는, 거리 노숙인 수를 일정 정도 통제하려는 그런 정도의 정책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여름 한철 서울의 노숙인은 4천3백여 명, 겨울로 접어드는 지금도 4천2백여 명으로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앵커 멘트> 서울시가 마련한 올해 노숙인 복지 예산은 모두 4백19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3백40억 원이 쉼터와 시설 운영비 등이고 일자리 등 자립을 돕는 예산은 79억 원에 불과합니다. 결국 시의 대책이 노숙인 생계 유지에 치중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제는 자활대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서 김학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밭에서 배추를 뽑는 솜씨가 능숙해 보입니다. 지금은 어엿한 농사꾼이지만 1년 전만 해도 노숙인이었습니다. 영농학교에서 농사법을 배운 끝에 노숙 생활을 벗어나게 됐습니다. <녹취> 최상효 : "농사일이 노가다보다 힘들다하는데 사실 힘은 드는데 수확의 기쁨하고 이런 것을 조금 느낄 것 같습니다." 청소업체 대표인 유상희씨도 5년 전까지는 노숙인이었습니다. 노숙 시절 우연히 청소 일을 하다가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된 게 노숙을 청산한 계기가 됐습니다. <녹취> 유상희(청소업체 대표) : "노숙인 없애려고만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마련해주는게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요." 쉼터나 시설에서 노숙인을 보호하는 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 정작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찾아주기나 직업 교육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윤건(거리의 천사들 총무) :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과 또 하나, 조직문화에서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 그런 인성교육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희망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들, 기회만 닿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중한 이웃입니다.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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