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어둠과의 사투…‘공황장애’에 떠는 기관사들

입력 2013.01.24 (08:33) 수정 2013.01.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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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9일 지하철 기관사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관사였다는데,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지난해 이후로만 벌써 다섯 번째라고 합니다.

네,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터널 속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업무 성격부터가 보통 일은 아닌데요.

그래도 안타까운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흥 기자, 기관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공황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요.

<기자 멘트>

한 조사에 따르면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는 기관사의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7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것은 물론이고 누워 있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늘 가슴 속에 딸 아이가 그려준 지하철 그림을 간직했다고 하는데요.

기관사는 천직이라고 말하던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을까요?

어둠 속에서 오늘도 달리고 있는 기관사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한 장례식장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황 모씨의 유족을 만났습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부인(음성변조) : "'출근 안 하면 어떻게 하냐.' 그러면서 더 일찍 갔어요. 아이들한테 인사를 안 하고 가더라고요. 서로 뽀뽀하고 그러면서 항상 출근하고 퇴근했었거든요."

그렇게 출근한다고 나갔던 남편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을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동료들도 황 씨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녹취> 동료 기관사 (음성변조) : "평소에 성실하시고 자기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시던 분이었죠."

그는 15년간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며 25만km 무사고 운행 표창까지 받은 훌륭한 기관사였지만 최근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처남 (음성변조) : "대화를 많이 하고 애들하고 그렇게 잘 놀아주던 분이 (집에) 오면 아무 말도 안하고, 밥도 제대로 안 드시고,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다며 호소를 하시면서..."

그가 변한 것은 지난해 10월, 황 씨가 운전하던 열차 문에 승객의 가방이 낀 사고를 겪고 나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훈(승무본부장/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 "출입문 끼임 사고에는 황00 기관사가 조치를 잘했습니다. 출발하다 바로 감지를 하고 멈춰 세워서 사고를 예방했는데 오히려 사측에서는 조치를 잘못했다고 모든 책임을 기관사에게 떠넘기고 질타를 해서..."

동료들은 이번 사고가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뿐 아니라 승객들의 민원처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기관사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걸까요?

간간이 선로를 비추는 전등 불 빛만이 눈앞에 아른거릴 뿐 깜깜한 어둠은 계속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터널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이 터널 때문인지 소음이나 진동 때문인지 몰라도. 가끔가다 두려워져요."

열악한 근무여건이 업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킨다고 말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우리 기관사 근무가 되게 불규칙해요. 출근시간도 매일 틀리고, 퇴근시간도 매일 틀리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그래요. 심지어는 잠자는 시간도 되게 불규칙해요. (잠을 자는) 장소도 불규칙하고..."

사고가 나면 모두 기관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근무시간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이런 근무여건 때문에 기관사가운데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남몰래 병원 다니고, 남몰래 아픈데 끙끙 앓고 있고, 수면에 올라와 있는 환자들은 몇 명 안돼요."

자신이 느끼는 절망과 공포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우물 속으로 계속 떨어지는.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오늘도 떨어져야되고, 내일도 떨어져야되는. .."

전문가는 공황장애가 지하철 기관사의 대표적인 업무 질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하지현(교수/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입니다. 극심한 공포와 불안이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정도 이런 상태가 반복되는 장애를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2007년에 카톨릭대학교(성모병원)에서 지하철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바에 의하면 일반인(남자)에 비해 공황장애 증상을 가진 분이 7배 많다는 연구조사가 있었고."

지난해 서울시가 한 대학에 의뢰해 서울도시철도 직원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운전직이 다른 직종보다도 높았습니다.

지하철 기관사 중 공황장애를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기관사는 지난해 이후 모두 5명이나 되는데요,

지난달에도 인천 교통공사 소속 기관사가 자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녹취> 故 최모 기관사 부인 (음성변조) :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편이고요. 막내 직원이다 보니까 회사에서 큰소리 낼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부인은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녹취> 故 최모 기관사 부인 (음성변조) : "평상시랑 똑같았어요. 그냥 저는 문 열어주고, 애 아빠는 똑같이 들어와서 언니랑 인사하고, 애 끌어안고 담배 피운다고 나갔고. 기분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까 저기 베란다 문이 이렇게 열려 있는데."

하지만 인천교통공사 측은 오해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음성변조) : "공황장애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전혀 우리한테 의견을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기관사 처우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공황장애를 감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관사들의 말은 다릅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회사에 얘기하면) 고용에 대한 문제라던가, 생계에 대한 문제라던가, 또 주변에서 보는 시각도 있고요. 진급 관련해서도 그렇고 (불이익들이) 생겨요. 그러니까 얘기를 안 하고 있고."

황 씨의 경우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일을 계속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처남 (음성변조) : "앞뒤로 둘째 애기가 그려준 거를 늘 품고 가지고 다녔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와서도 사후의 그 전날까지도 그 마음으로 출근하시고 일을 하셨다는 자체가 더 가슴이 아파요. 살아보시겠다고."

기관사들은 근무인원이 문제라고 합니다.

현재 서울 매트로 소속인 1~4호선까지는 2인 승무를 하고 있지만 5~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 공사의 경우 탑승인원은 1명이라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결국에는 노동조건이나 환경이나 이런 것들 전부 다 인원의 문제고요. 제 생각에는 2인 승무라던가 인원 보충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천만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지하철.

계속되는 기관사들의 고통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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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어둠과의 사투…‘공황장애’에 떠는 기관사들
    • 입력 2013-01-24 08:35:09
    • 수정2013-01-24 0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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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9일 지하철 기관사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관사였다는데,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지난해 이후로만 벌써 다섯 번째라고 합니다. 네,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터널 속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업무 성격부터가 보통 일은 아닌데요. 그래도 안타까운 일이 계속 이어지는 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기흥 기자, 기관사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공황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요. <기자 멘트> 한 조사에 따르면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는 기관사의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7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의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것은 물론이고 누워 있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늘 가슴 속에 딸 아이가 그려준 지하철 그림을 간직했다고 하는데요. 기관사는 천직이라고 말하던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을까요? 어둠 속에서 오늘도 달리고 있는 기관사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에 한 장례식장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황 모씨의 유족을 만났습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부인(음성변조) : "'출근 안 하면 어떻게 하냐.' 그러면서 더 일찍 갔어요. 아이들한테 인사를 안 하고 가더라고요. 서로 뽀뽀하고 그러면서 항상 출근하고 퇴근했었거든요." 그렇게 출근한다고 나갔던 남편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을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동료들도 황 씨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녹취> 동료 기관사 (음성변조) : "평소에 성실하시고 자기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시던 분이었죠." 그는 15년간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며 25만km 무사고 운행 표창까지 받은 훌륭한 기관사였지만 최근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처남 (음성변조) : "대화를 많이 하고 애들하고 그렇게 잘 놀아주던 분이 (집에) 오면 아무 말도 안하고, 밥도 제대로 안 드시고,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다며 호소를 하시면서..." 그가 변한 것은 지난해 10월, 황 씨가 운전하던 열차 문에 승객의 가방이 낀 사고를 겪고 나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태훈(승무본부장/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 "출입문 끼임 사고에는 황00 기관사가 조치를 잘했습니다. 출발하다 바로 감지를 하고 멈춰 세워서 사고를 예방했는데 오히려 사측에서는 조치를 잘못했다고 모든 책임을 기관사에게 떠넘기고 질타를 해서..." 동료들은 이번 사고가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뿐 아니라 승객들의 민원처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기관사의 열악한 업무환경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걸까요? 간간이 선로를 비추는 전등 불 빛만이 눈앞에 아른거릴 뿐 깜깜한 어둠은 계속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터널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이 터널 때문인지 소음이나 진동 때문인지 몰라도. 가끔가다 두려워져요." 열악한 근무여건이 업무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킨다고 말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우리 기관사 근무가 되게 불규칙해요. 출근시간도 매일 틀리고, 퇴근시간도 매일 틀리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그래요. 심지어는 잠자는 시간도 되게 불규칙해요. (잠을 자는) 장소도 불규칙하고..." 사고가 나면 모두 기관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근무시간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이런 근무여건 때문에 기관사가운데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남몰래 병원 다니고, 남몰래 아픈데 끙끙 앓고 있고, 수면에 올라와 있는 환자들은 몇 명 안돼요." 자신이 느끼는 절망과 공포는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우물 속으로 계속 떨어지는.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오늘도 떨어져야되고, 내일도 떨어져야되는. .." 전문가는 공황장애가 지하철 기관사의 대표적인 업무 질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하지현(교수/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입니다. 극심한 공포와 불안이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 정도 이런 상태가 반복되는 장애를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2007년에 카톨릭대학교(성모병원)에서 지하철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바에 의하면 일반인(남자)에 비해 공황장애 증상을 가진 분이 7배 많다는 연구조사가 있었고." 지난해 서울시가 한 대학에 의뢰해 서울도시철도 직원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운전직이 다른 직종보다도 높았습니다. 지하철 기관사 중 공황장애를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기관사는 지난해 이후 모두 5명이나 되는데요, 지난달에도 인천 교통공사 소속 기관사가 자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녹취> 故 최모 기관사 부인 (음성변조) :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편이고요. 막내 직원이다 보니까 회사에서 큰소리 낼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부인은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녹취> 故 최모 기관사 부인 (음성변조) : "평상시랑 똑같았어요. 그냥 저는 문 열어주고, 애 아빠는 똑같이 들어와서 언니랑 인사하고, 애 끌어안고 담배 피운다고 나갔고. 기분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보니까 저기 베란다 문이 이렇게 열려 있는데." 하지만 인천교통공사 측은 오해가 있다고 합니다. <녹취>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음성변조) : "공황장애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전혀 우리한테 의견을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기관사 처우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공황장애를 감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관사들의 말은 다릅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회사에 얘기하면) 고용에 대한 문제라던가, 생계에 대한 문제라던가, 또 주변에서 보는 시각도 있고요. 진급 관련해서도 그렇고 (불이익들이) 생겨요. 그러니까 얘기를 안 하고 있고." 황 씨의 경우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일을 계속해왔다고 합니다. <녹취> 故 황모 기관사 처남 (음성변조) : "앞뒤로 둘째 애기가 그려준 거를 늘 품고 가지고 다녔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와서도 사후의 그 전날까지도 그 마음으로 출근하시고 일을 하셨다는 자체가 더 가슴이 아파요. 살아보시겠다고." 기관사들은 근무인원이 문제라고 합니다. 현재 서울 매트로 소속인 1~4호선까지는 2인 승무를 하고 있지만 5~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 공사의 경우 탑승인원은 1명이라고 합니다. <녹취> 공황장애 치료 중인 지하철 기관사 (음성변조) : "결국에는 노동조건이나 환경이나 이런 것들 전부 다 인원의 문제고요. 제 생각에는 2인 승무라던가 인원 보충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요." 천만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지하철. 계속되는 기관사들의 고통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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