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자갈 대신 흙…하천 유실 불 보듯

입력 2014.04.11 (21:28) 수정 2014.04.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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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하천 제방을 쌓으면서 자갈 등 골재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부실공사를 한 현장이 적발됐습니다.

해마다 보강 공사를 해도 수해가 반복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송명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홍수에 대비해 하천을 정비하는 공사장.

겉으로 보기엔 콘트리트 제방 안쪽으로 골재가 채워져 있습니다.

<녹취> "(이 골재가 바닥면까지 설계된 두께대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 거죠?) 채우긴 채웠습니다. 전부다..."

과연 그럴까?,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쌓인 자갈을 조금만 들어내도 곧바로 흙이 나옵니다.

거센 물살에도 제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골재로 뒷채움을 해야 하는데 눈가림으로 윗쪽에만 살짝 자갈을 뿌렸습니다.

골재를 다 채웠다던 현장소장은 말을 바꿉니다.

<녹취> "(제가 손으로만 해도 확인이 되는데 포크레인으로 팔 필요도 없죠? 이정도면...) 좀 미흡하게 됐습니다...."

상류쪽은 더 심각합니다.

삽으로 흙을 깎아내니 콘크리트 덩어리가 드러납니다.

기존 구조물을 철거한뒤 새 블럭으로 제방을 쌓아야 하는데 그대로 둔채 시공한 겁니다.

이 경우 블럭이 경사면에 잘 붙을 수 없어 큰 비가 오거나 물이 차면 쓸려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안상진(충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 "기존 옹벽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공사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마때 슬라이딩이 일어나 옹벽이 내려앉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800미터 전 공사 구간에서 설계대로 시공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실 투성입니다.

하지만 공사비는 꼬박꼬박 지급돼 왔습니다.

구청 공무원이 현장 감독관을 맡고 있는데,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검측은 누가 하기로 돼 있습니까?) 감독관이 하기로 돼 있습니다. (그럼 검측이 잘못된 거네요?) 예, 일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설계 따로, 시공 따로에 감독 기능마저 사라진 공사 현장, 양심을 저버린 눈가림이 해마다 수해가 되풀이되는 이윱니다.

현장추적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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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자갈 대신 흙…하천 유실 불 보듯
    • 입력 2014-04-11 21:29:21
    • 수정2014-04-12 09: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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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하천 제방을 쌓으면서 자갈 등 골재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부실공사를 한 현장이 적발됐습니다.

해마다 보강 공사를 해도 수해가 반복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송명훈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홍수에 대비해 하천을 정비하는 공사장.

겉으로 보기엔 콘트리트 제방 안쪽으로 골재가 채워져 있습니다.

<녹취> "(이 골재가 바닥면까지 설계된 두께대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 거죠?) 채우긴 채웠습니다. 전부다..."

과연 그럴까?,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쌓인 자갈을 조금만 들어내도 곧바로 흙이 나옵니다.

거센 물살에도 제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골재로 뒷채움을 해야 하는데 눈가림으로 윗쪽에만 살짝 자갈을 뿌렸습니다.

골재를 다 채웠다던 현장소장은 말을 바꿉니다.

<녹취> "(제가 손으로만 해도 확인이 되는데 포크레인으로 팔 필요도 없죠? 이정도면...) 좀 미흡하게 됐습니다...."

상류쪽은 더 심각합니다.

삽으로 흙을 깎아내니 콘크리트 덩어리가 드러납니다.

기존 구조물을 철거한뒤 새 블럭으로 제방을 쌓아야 하는데 그대로 둔채 시공한 겁니다.

이 경우 블럭이 경사면에 잘 붙을 수 없어 큰 비가 오거나 물이 차면 쓸려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안상진(충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 "기존 옹벽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공사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마때 슬라이딩이 일어나 옹벽이 내려앉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800미터 전 공사 구간에서 설계대로 시공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실 투성입니다.

하지만 공사비는 꼬박꼬박 지급돼 왔습니다.

구청 공무원이 현장 감독관을 맡고 있는데, 감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검측은 누가 하기로 돼 있습니까?) 감독관이 하기로 돼 있습니다. (그럼 검측이 잘못된 거네요?) 예, 일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설계 따로, 시공 따로에 감독 기능마저 사라진 공사 현장, 양심을 저버린 눈가림이 해마다 수해가 되풀이되는 이윱니다.

현장추적 송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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