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막아야 할 아동보호기관 실상은?

입력 2014.04.15 (21:23) 수정 2014.04.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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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되고 있지만, 학대를 막고 피해 아동의 치료를 맡아야 할 아동보호기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수도 일단 턱없이 모자라지만, 있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정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동보호기관에서 6개월째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네살배기 아동.

홀로 양육을 맡은 아빠는 굶기고 또 씻기지도 않는 등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이 아동은 아직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녹취> 강동훈(서울 영등포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 "말을 잘 해야 하는 수준인데, 아직 언어적이라던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문제, 애착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학대여부를 조사하는 아동보호기관 상담원.

이들에게 가해자들의 폭언과 협박은 일상입니다.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기관에 보호중인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합니다.

<녹취> 아동학대 가해자 :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근데 그게 법적으로 이제는...그래서 어떡하겠다고 그래서..."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아동학대 사례는 평균 46건.

많게는 한꺼번에 백여 건까지 관리합니다.

<녹취> 김경한(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 "우선 순위를 놓고 집중적으로 계속 관리를 하거나, 아니면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하는 정도 밖에 관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

전체기관의 12%는 법에 규정된 임상.심리치료사도 없습니다.

최소한의 필요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아동보호기관.

제 역할을 다 하기엔 힘이 부칩니다.

지금부터 16년 전이죠.

친부와 계모가 딸을 굶겨 죽인 뒤 앞마당에 묻고, 5살이던 영훈이를 학대했던 이른바 '영훈이 남매 사건'.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립됐습니다.

2005년까지 38곳이 신설됐고, 그 이후 12곳이 더 생겼습니다.

기관 수가 50곳에 불과하다 보니, 기관 한 곳당 담당하는 아동수만 21만 명에 이릅니다.

지역별 편차도 큰데요.

부산과 경남엔 각각 2곳이 있지만 경기도엔 10곳이 있습니다.

전국아동보호기관에 근무하는 상담원은 380여 명 정도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1/10 수준입니다.

예산은 어떨까요?

2005년부터 아동보호기관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됐는데요.

아동보호기관의 1년 평균 예산 4억 6천만 원 가운데 2/3 정도를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한 기관이 피해아동과 가해자의 심리검사와 치료에 쓴 돈이 고작 천만 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권고안의 1/8 정도 밖에 안되는 수준입니다.

당장 9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시행되면 더 문젭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경찰과 지체 없이 출동해 현장조사를 벌이게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일부 지역을 가는 데만 서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률 제정 못지않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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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막아야 할 아동보호기관 실상은?
    • 입력 2014-04-15 21:28:49
    • 수정2014-04-15 22: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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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렇게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되고 있지만, 학대를 막고 피해 아동의 치료를 맡아야 할 아동보호기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수도 일단 턱없이 모자라지만, 있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정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동보호기관에서 6개월째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네살배기 아동.

홀로 양육을 맡은 아빠는 굶기고 또 씻기지도 않는 등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이 아동은 아직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녹취> 강동훈(서울 영등포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 "말을 잘 해야 하는 수준인데, 아직 언어적이라던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문제, 애착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학대여부를 조사하는 아동보호기관 상담원.

이들에게 가해자들의 폭언과 협박은 일상입니다.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기관에 보호중인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난동을 부리기도 합니다.

<녹취> 아동학대 가해자 :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근데 그게 법적으로 이제는...그래서 어떡하겠다고 그래서..."

상담원 한 명이 맡는 아동학대 사례는 평균 46건.

많게는 한꺼번에 백여 건까지 관리합니다.

<녹취> 김경한(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 "우선 순위를 놓고 집중적으로 계속 관리를 하거나, 아니면 어떻게 지내는지 모니터링하는 정도 밖에 관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

전체기관의 12%는 법에 규정된 임상.심리치료사도 없습니다.

최소한의 필요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아동보호기관.

제 역할을 다 하기엔 힘이 부칩니다.

지금부터 16년 전이죠.

친부와 계모가 딸을 굶겨 죽인 뒤 앞마당에 묻고, 5살이던 영훈이를 학대했던 이른바 '영훈이 남매 사건'.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립됐습니다.

2005년까지 38곳이 신설됐고, 그 이후 12곳이 더 생겼습니다.

기관 수가 50곳에 불과하다 보니, 기관 한 곳당 담당하는 아동수만 21만 명에 이릅니다.

지역별 편차도 큰데요.

부산과 경남엔 각각 2곳이 있지만 경기도엔 10곳이 있습니다.

전국아동보호기관에 근무하는 상담원은 380여 명 정도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1/10 수준입니다.

예산은 어떨까요?

2005년부터 아동보호기관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됐는데요.

아동보호기관의 1년 평균 예산 4억 6천만 원 가운데 2/3 정도를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한 기관이 피해아동과 가해자의 심리검사와 치료에 쓴 돈이 고작 천만 원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권고안의 1/8 정도 밖에 안되는 수준입니다.

당장 9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시행되면 더 문젭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경찰과 지체 없이 출동해 현장조사를 벌이게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일부 지역을 가는 데만 서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률 제정 못지않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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