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거수기’ 모시기 여전…독립적 선임 구조 시급

입력 2015.03.09 (21:23) 수정 2015.03.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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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부터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는데요.

경영진의 독단이나 무능 경영을 견제,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진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KBS가 그 실태를 분석해보니 사외이사들은 철저히 '거수기' 수준의 행동만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이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25개 그룹에 소속된 상장기업 108곳…찬성률 100%▼

<기자 멘트>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와 함께, 지난 5일까지 공개된 대기업 집단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했습니다.

25개 그룹에 소속된 상장기업 108곳.

이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지난해 표결에 부쳐진 안건은 모두 2천120개였습니다.

주요 경영 사안에 해당하는 인사와 자금 조달 계열사나 자회사 지원 사업 변경이나 투자, 이렇게 4대 분야 안건이 75%를 차지했는데요.

세 가지 분야 안건의 찬성률이 모두 100%였고, 나머지 하나도 100%에 가까웠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의 3배 넘게 주고 사들였던 현대자동차 사례를 볼까요?

입찰 관련 안건이 상정된 두 차례 이사회에서 5명 사외이사 가운데 반대는 한 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에서 행사한 8천220표 가운데 반대는 단 6표에 그쳤습니다.

대기업 사외이사의 지난해 연봉은 평균 5천3백만 원.

이사회 건수로 나눠보면, 회의 한 번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고 560만 원을 받아간 겁니다.

사외이사 제도, 재벌총수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98년 외환위기 직후에 도입했는데요.

도입 취지와는 달리 거수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사외이사 제도를 바로 잡으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거수기’ 여전…독립적 선임구조 시급▼

<리포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 4명을 모두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울 예정입니다.

이렇게 정부 부처를 비롯한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10대 그룹이 올해 선임할 사외이사의 40%를 차지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전화) : "출신 기관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고위 관료나 관련 기관 출신들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주주나 경영진과의 친분도 중요합니다.

학연이나 계열사 출신처럼 특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경우만 따져도 사외이사의 20%에 이릅니다.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뽑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미국처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민연금이나 금융회사 같은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들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합니다.

<인터뷰>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 :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사외이사 후보들이 주주총회에 많이 추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사외이사의 연임에 제한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진과 유착 고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KBS 뉴스 최정근입니다.

▶ [디퍼] 재벌 상장사 사외이사는 거수기? 8천여 표결 중 ‘반대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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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확대경] ‘거수기’ 모시기 여전…독립적 선임 구조 시급
    • 입력 2015-03-09 21:24:43
    • 수정2015-03-10 18:32:09
    뉴스 9
<앵커 멘트>

이번 주부터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는데요.

경영진의 독단이나 무능 경영을 견제,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진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KBS가 그 실태를 분석해보니 사외이사들은 철저히 '거수기' 수준의 행동만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먼저, 이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25개 그룹에 소속된 상장기업 108곳…찬성률 100%▼

<기자 멘트>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와 함께, 지난 5일까지 공개된 대기업 집단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했습니다.

25개 그룹에 소속된 상장기업 108곳.

이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지난해 표결에 부쳐진 안건은 모두 2천120개였습니다.

주요 경영 사안에 해당하는 인사와 자금 조달 계열사나 자회사 지원 사업 변경이나 투자, 이렇게 4대 분야 안건이 75%를 차지했는데요.

세 가지 분야 안건의 찬성률이 모두 100%였고, 나머지 하나도 100%에 가까웠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의 3배 넘게 주고 사들였던 현대자동차 사례를 볼까요?

입찰 관련 안건이 상정된 두 차례 이사회에서 5명 사외이사 가운데 반대는 한 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에서 행사한 8천220표 가운데 반대는 단 6표에 그쳤습니다.

대기업 사외이사의 지난해 연봉은 평균 5천3백만 원.

이사회 건수로 나눠보면, 회의 한 번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고 560만 원을 받아간 겁니다.

사외이사 제도, 재벌총수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98년 외환위기 직후에 도입했는데요.

도입 취지와는 달리 거수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사외이사 제도를 바로 잡으려면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

최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거수기’ 여전…독립적 선임구조 시급▼

<리포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 4명을 모두 고위 관료 출신으로 채울 예정입니다.

이렇게 정부 부처를 비롯한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10대 그룹이 올해 선임할 사외이사의 40%를 차지합니다.

<녹취> 대기업 관계자(음성변조/전화) : "출신 기관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고위 관료나 관련 기관 출신들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주주나 경영진과의 친분도 중요합니다.

학연이나 계열사 출신처럼 특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경우만 따져도 사외이사의 20%에 이릅니다.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뽑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미국처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민연금이나 금융회사 같은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들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합니다.

<인터뷰> 송민경(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 :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사외이사 후보들이 주주총회에 많이 추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사외이사의 연임에 제한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진과 유착 고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KBS 뉴스 최정근입니다.

▶ [디퍼] 재벌 상장사 사외이사는 거수기? 8천여 표결 중 ‘반대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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