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연내 답방 사실상 무산…인권 압박 높인 미국

입력 2018.12.22 (07:49) 수정 2018.12.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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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의약품 제공 등 인도적 대북 지원에서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하며 북한에 유화적 손짓을 보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낙관론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대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새로운 협상 전략에 북한이 화답하고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7주기,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겁니다.

지난 3일 원산 구두공장 시찰 이후 약 2주 만의 공개 행보입니다.

[조선중앙TV/12월 17일 :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치신 위대한 장군님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표하시면서 삼가 인사를 드리셨습니다."]

김 위원장 오른쪽엔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이, 왼쪽엔 리수용 당 국제부장이 섰습니다.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양복 차림의 당 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홀로 참배한 뒤 사진 한 장만 내보냈던 지난해 추모 행사는 물론, 군 인사를 가장 앞줄에 대동했던 재작년 5주기 때와도 눈에 띄게 다른 모습입니다.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의식해 군부보다는 당 중심 기조를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12월 17일 : "한치의 드팀(어긋남)도 없이 한걸음의 양보도 없이 장군님의 구상과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하여 억세게 싸워 나가자고 호소하셨습니다."]

김위원장은 아버지의 유훈 관철을 위해 싸워 나가자면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 등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의 속내는 외무성 명의로 나왔습니다.

미국이 제재 압박과 인권소동의 수위를 전례 없이 높이고 있다며,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13일, 미국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 있게 기다리겠다던 북한, 그조차도 조선중앙통신의 개인논평을 빌어 비난 수위를 조절하던데 비해 한층 강경해진 태도입니다.

[전현준/우석대 초빙교수 : "물론 개인 필명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가 다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아무나 언론에 기고할 수 없거든요. 다 선전선동부의 검토를 받고 최종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어떤 의지를 담아서 발표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좀 더 상응하는 조치를 받아내기 위한 저강도 전술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난달 고위급회담 연기 이후 이렇다 할 실무회담 한번 열지 못한 채 장기 교착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내년 초가 북미 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기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대책들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북핵 수석대표가 6개월 만에 만났습니다.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러에 이어 한미 대북 협상대표들도 마주 앉았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작심한 듯 대북 메시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이례적 메시지의 핵심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스티븐 비건/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12월 19일 : "엄격한 대북 제재로 인해 종종 북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인도적 지원이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원활한 대북 지원을 위해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풀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 이후 금지된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제자리를 맴도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 인도적인 대북 지원에 한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임을 밝힌 겁니다.

현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북한을 협상판에 묶어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비건 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만난 한미 워킹그룹 2차회의에서 합의된 사항도 이런 움직임과 결을 같이 합니다.

남북 철도 도로 착공식에 사용할 각종 물자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12월 21일 : "철도 연결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 협력을 인정함으로서 여전히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진지한 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하려 한다는미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지금 북미간 대화가 답보상태를 보여주고 있지만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한번 만들어보자. 남북경협은 하진 못하지만 남북경협의 재개를 준비하는 그런 노력들을 함으로 인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보다 안심하고 비핵화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서도 나왔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내년 초 개최를 직접 언급했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해 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미국 대통령/11월 7일 : "우리는 서두를 게 전혀 없습니다. 저도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 역시 호응을 해야 합니다. 쌍방향이 돼야 합니다."]

그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해 이 기회를 활용할 거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제안에 호응할 것을 압박하는 측면, 동시에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했던 약속이 여전히 유효함을 대내외에 공표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로버트 팔라디노/미국 국무부 대변인/12월 18일 :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는 제재 완화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할수록 제재는 머지않아 해제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도 비핵화 협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내년 2~3월까지 비핵화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 장관이 내년 2~3월을 지목한 건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내년 2월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새로운 의회가 활동에 들어가는 시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을 주요 타깃으로 한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시간이 많지만은 않습니다.

2020년,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는 북한으로서도 내년 초 제재 완화가 절박한 선결 과제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전환을 했기 때문에 이 정책적 전환에 따른 경제건설 성과를 내년에 보여줘야 되는 거예요. 전세계를 향해서 약속했고 또 북한주민들을 향해서 약속한 거예요. 이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한 것이고 그 관계개선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 초가 정말 중요하다. 그렇게 보는 것이고..."]

대북제재가 길어지면서 북한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청 분석 결과,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36조 6천여억 원, 남한의 47분의 1 수준입니다.

2016년도에는 남북 간 격차가 45배 정도였는데, 1년 사이 더 벌어진 겁니다.

특히 재작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북한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5%까지 떨어져 2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단 분석입니다.

[고명현/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이 드디어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수출 제한 조치를 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의 대중국 수출량이 광물에 있어서 석탄을 포함한, 원만히 하락하기 시작한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14년 연속 채택됐는데요.

앞서 북한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미국과 우리 정부를 향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수 있다고 비난한 바 있어, 향후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지난 18일 유엔총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4년 째. '가장 책임있는 자'를 제재해야 한다는 권고도 5년 연속 포함시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올해 결의안에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반영한 겁니다.

결의안 채택에 대해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한의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정치적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성/유엔주재 북한 대사 : "결의안에서 제기한 인권문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측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은 다른 사안과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이유에서, 기존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현준/우석대 초빙교수 : "북한이 어느 정도 핵 문제라든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인다고 한다면 이런 문제도 조금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심각합니다마는 국제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런 친소관계에 따라서 어떤 이슈들이 부각도 되고 쇠퇴하기도 하고 하는 면이 있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며 양측 간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가능성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침묵하는 북한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협상이 새해에는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남북미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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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연내 답방 사실상 무산…인권 압박 높인 미국
    • 입력 2018-12-22 08:14:22
    • 수정2018-12-22 08: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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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의약품 제공 등 인도적 대북 지원에서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하며 북한에 유화적 손짓을 보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낙관론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대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새로운 협상 전략에 북한이 화답하고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다솜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7주기, 아버지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겁니다.

지난 3일 원산 구두공장 시찰 이후 약 2주 만의 공개 행보입니다.

[조선중앙TV/12월 17일 :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깡그리 바치신 위대한 장군님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표하시면서 삼가 인사를 드리셨습니다."]

김 위원장 오른쪽엔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이, 왼쪽엔 리수용 당 국제부장이 섰습니다.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양복 차림의 당 간부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홀로 참배한 뒤 사진 한 장만 내보냈던 지난해 추모 행사는 물론, 군 인사를 가장 앞줄에 대동했던 재작년 5주기 때와도 눈에 띄게 다른 모습입니다.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의식해 군부보다는 당 중심 기조를 강조하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12월 17일 : "한치의 드팀(어긋남)도 없이 한걸음의 양보도 없이 장군님의 구상과 염원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하여 억세게 싸워 나가자고 호소하셨습니다."]

김위원장은 아버지의 유훈 관철을 위해 싸워 나가자면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 등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의 속내는 외무성 명의로 나왔습니다.

미국이 제재 압박과 인권소동의 수위를 전례 없이 높이고 있다며,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13일, 미국이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 있게 기다리겠다던 북한, 그조차도 조선중앙통신의 개인논평을 빌어 비난 수위를 조절하던데 비해 한층 강경해진 태도입니다.

[전현준/우석대 초빙교수 : "물론 개인 필명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가 다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아무나 언론에 기고할 수 없거든요. 다 선전선동부의 검토를 받고 최종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어떤 의지를 담아서 발표를 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좀 더 상응하는 조치를 받아내기 위한 저강도 전술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난달 고위급회담 연기 이후 이렇다 할 실무회담 한번 열지 못한 채 장기 교착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내년 초가 북미 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기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대책들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북핵 수석대표가 6개월 만에 만났습니다.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러에 이어 한미 대북 협상대표들도 마주 앉았습니다.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작심한 듯 대북 메시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이례적 메시지의 핵심은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스티븐 비건/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12월 19일 : "엄격한 대북 제재로 인해 종종 북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인도적 지원이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원활한 대북 지원을 위해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풀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 이후 금지된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제자리를 맴도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 인도적인 대북 지원에 한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것임을 밝힌 겁니다.

현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북한을 협상판에 묶어두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비건 대표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만난 한미 워킹그룹 2차회의에서 합의된 사항도 이런 움직임과 결을 같이 합니다.

남북 철도 도로 착공식에 사용할 각종 물자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데 합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12월 21일 : "철도 연결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북 협력을 인정함으로서 여전히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진지한 의사가 있음을 재확인하려 한다는미국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지금 북미간 대화가 답보상태를 보여주고 있지만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한번 만들어보자. 남북경협은 하진 못하지만 남북경협의 재개를 준비하는 그런 노력들을 함으로 인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보다 안심하고 비핵화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서도 나왔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내년 초 개최를 직접 언급했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해 온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미국 대통령/11월 7일 : "우리는 서두를 게 전혀 없습니다. 저도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 역시 호응을 해야 합니다. 쌍방향이 돼야 합니다."]

그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해 이 기회를 활용할 거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제안에 호응할 것을 압박하는 측면, 동시에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했던 약속이 여전히 유효함을 대내외에 공표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로버트 팔라디노/미국 국무부 대변인/12월 18일 :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는 제재 완화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할수록 제재는 머지않아 해제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도 비핵화 협상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내년 2~3월까지 비핵화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 장관이 내년 2~3월을 지목한 건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내년 2월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새로운 의회가 활동에 들어가는 시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을 주요 타깃으로 한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시간이 많지만은 않습니다.

2020년,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경제를 끌어올려야 하는 북한으로서도 내년 초 제재 완화가 절박한 선결 과제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적 전환을 했기 때문에 이 정책적 전환에 따른 경제건설 성과를 내년에 보여줘야 되는 거예요. 전세계를 향해서 약속했고 또 북한주민들을 향해서 약속한 거예요. 이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한 것이고 그 관계개선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 초가 정말 중요하다. 그렇게 보는 것이고..."]

대북제재가 길어지면서 북한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청 분석 결과,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36조 6천여억 원, 남한의 47분의 1 수준입니다.

2016년도에는 남북 간 격차가 45배 정도였는데, 1년 사이 더 벌어진 겁니다.

특히 재작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북한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5%까지 떨어져 2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단 분석입니다.

[고명현/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중국이 드디어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수출 제한 조치를 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북한의 대중국 수출량이 광물에 있어서 석탄을 포함한, 원만히 하락하기 시작한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14년 연속 채택됐는데요.

앞서 북한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미국과 우리 정부를 향해 모든 것이 수포가 될 수 있다고 비난한 바 있어, 향후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지난 18일 유엔총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어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4년 째. '가장 책임있는 자'를 제재해야 한다는 권고도 5년 연속 포함시켜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올해 결의안에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반영한 겁니다.

결의안 채택에 대해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한의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정치적 음모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성/유엔주재 북한 대사 : "결의안에서 제기한 인권문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측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은 다른 사안과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이유에서, 기존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현준/우석대 초빙교수 : "북한이 어느 정도 핵 문제라든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인다고 한다면 이런 문제도 조금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북한에 인권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심각합니다마는 국제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런 친소관계에 따라서 어떤 이슈들이 부각도 되고 쇠퇴하기도 하고 하는 면이 있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며 양측 간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가능성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침묵하는 북한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협상이 새해에는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남북미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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