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물도 없다”…베네수엘라 정전 한 달째

입력 2019.04.03 (18:07) 수정 2019.04.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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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정지원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한 잔에 35만 원, 믿어지십니까?

한 때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던 베네수엘라 얘기입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거의 한 달째 전력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변했습니다.

도로 위 신호등 불빛은 완전히 꺼져 있고, 건물들은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부터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전이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마리아/주민 : "은행도 문을 닫았고 인터넷도 끊기고 아무것도 안 돼요. 사람들은 마치 미라처럼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른 채 거리를 떠돌고 있어요."]

정전 사태가 벌써 한 달째 이어지면서, 상점들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들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답변]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 운행이 중단됐고, 통신망도 끊겼습니다.

특히, 물과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작은 하천입니다.

사람들이 배수관 주변에 모여 통에 물을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정전 여파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돼 물이 오염됐는데, 이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호세/주민 : "일주일째 물 없이 살고 있어요. 두 번째 정전 이후로 물이 끊겼고 해결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통에 조금이라도 물을 받으려고 줄을 섰어요."]

식료품과 의약품은 이미 바닥난 상태.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알베르토 : "병원에 약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숨졌어요. 약이 없어서 사랑하는 아내가, 제 딸의 엄마가 떠났어요."]

[앵커]

이번 정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원인이 밝혀졌습니까?

[답변]

베네수엘라는 지금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정국 혼란마저 이어지고 있죠.

이번 대규모 정전의 원인을 두고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발생한 두 차례 정전 사태는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의 시스템 고장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요.

야권은 낡은 시설을 그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과이도/베네수엘라 국회의장 :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운영비용 관리가 부실했고, 부패와 도둑질로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마두로 정부는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며,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미국의 사이버공격으로 밝혀졌습니다. 휴스턴과 시카고에서 시도했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전력부 장관 교체를 단행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습니다.

또, 한 달간 전력 공급을 '배급제'로 운영하고 근무 시간을 줄이는 등 비상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한 이후 정전이나 단수는 계속 있지 않았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외신들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최근 BBC가 보도한 내용을 볼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무려 130만% 치솟았습니다.

평균 19일마다 물가가 두 배씩 뛰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130만%라,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치인데, 재정적자 규모 또한 크겠군요?

[답변]

네, 국내총생산 GDP는 곤두박질쳤습니다.

2013년 이후 연간 GDP 성장률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음식물을 찾아 먹는 한 남성의 모습은,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 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드레스/노숙인 : "낮에 이곳에 와서 음식을 찾습니다. 먹을 만한 것을 찾아서 먹고 있습니다."]

최근 AFP통신이 입수한 유엔 보고서를 보면 베네수엘라 국민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60%는 극빈층으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현재 370만 명이 '영양실조'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인도주의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요, 마두로 정부는 그동안 경제난을 부인하며 국제 사회 지원을 거부해왔죠?

[답변]

마두로 대통령, 최근에는 조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이번 달 안에 65만 명분의 구호품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마두로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적십자사의 지원도 받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미국 등이 제공하는 구호품 반입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국경은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마누엘 몰리나/정치 분석가 : "만약 미국이 인도적 차원이라며 반정부 세력과 손잡고 베네수엘라에 들어올 경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 병력을 파견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정치적 혼란 속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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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물도 없다”…베네수엘라 정전 한 달째
    • 입력 2019-04-03 18:13:45
    • 수정2019-04-04 10:31:39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정지원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한 잔에 35만 원, 믿어지십니까?

한 때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던 베네수엘라 얘기입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에 국민들의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거의 한 달째 전력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변했습니다.

도로 위 신호등 불빛은 완전히 꺼져 있고, 건물들은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부터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정전이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마리아/주민 : "은행도 문을 닫았고 인터넷도 끊기고 아무것도 안 돼요. 사람들은 마치 미라처럼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른 채 거리를 떠돌고 있어요."]

정전 사태가 벌써 한 달째 이어지면서, 상점들은 아예 문을 닫아버렸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들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답변]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 운행이 중단됐고, 통신망도 끊겼습니다.

특히, 물과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카라카스에 위치한 작은 하천입니다.

사람들이 배수관 주변에 모여 통에 물을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정전 여파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돼 물이 오염됐는데, 이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호세/주민 : "일주일째 물 없이 살고 있어요. 두 번째 정전 이후로 물이 끊겼고 해결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통에 조금이라도 물을 받으려고 줄을 섰어요."]

식료품과 의약품은 이미 바닥난 상태.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알베르토 : "병원에 약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숨졌어요. 약이 없어서 사랑하는 아내가, 제 딸의 엄마가 떠났어요."]

[앵커]

이번 정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원인이 밝혀졌습니까?

[답변]

베네수엘라는 지금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정국 혼란마저 이어지고 있죠.

이번 대규모 정전의 원인을 두고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발생한 두 차례 정전 사태는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의 시스템 고장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요.

야권은 낡은 시설을 그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과이도/베네수엘라 국회의장 :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운영비용 관리가 부실했고, 부패와 도둑질로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마두로 정부는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며,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 : "미국의 사이버공격으로 밝혀졌습니다. 휴스턴과 시카고에서 시도했습니다."]

마두로 정부는 전력부 장관 교체를 단행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습니다.

또, 한 달간 전력 공급을 '배급제'로 운영하고 근무 시간을 줄이는 등 비상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한 이후 정전이나 단수는 계속 있지 않았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외신들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최근 BBC가 보도한 내용을 볼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무려 130만% 치솟았습니다.

평균 19일마다 물가가 두 배씩 뛰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130만%라,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치인데, 재정적자 규모 또한 크겠군요?

[답변]

네, 국내총생산 GDP는 곤두박질쳤습니다.

2013년 이후 연간 GDP 성장률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음식물을 찾아 먹는 한 남성의 모습은,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한 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드레스/노숙인 : "낮에 이곳에 와서 음식을 찾습니다. 먹을 만한 것을 찾아서 먹고 있습니다."]

최근 AFP통신이 입수한 유엔 보고서를 보면 베네수엘라 국민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60%는 극빈층으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현재 370만 명이 '영양실조'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인도주의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요, 마두로 정부는 그동안 경제난을 부인하며 국제 사회 지원을 거부해왔죠?

[답변]

마두로 대통령, 최근에는 조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이번 달 안에 65만 명분의 구호품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마두로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적십자사의 지원도 받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미국 등이 제공하는 구호품 반입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국경은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마누엘 몰리나/정치 분석가 : "만약 미국이 인도적 차원이라며 반정부 세력과 손잡고 베네수엘라에 들어올 경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가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 병력을 파견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정치적 혼란 속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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