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남아공, 외국인 혐오 ‘제노포비아’ 논란

입력 2019.09.16 (10:48) 수정 2019.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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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달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노포비아' 즉 외국인 혐오에서 비롯된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혐오 대상이 된 외국인은 남아공에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인 등 주로 아프리카 이민자들인데요.

지구촌 인에서 자세히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11일 밤, 나이지리아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하고, '노 제노포비아' 팻말을 든 사람들을 필두로 승객들이 차례로 내립니다.

이들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확산하면서 탈출했습니다.

[테미라데 토선데/귀환자 : "차를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서류들은 여기 있어요. 제 차는 불에 탄 차들 중 하나였어요. 전반적으로 살해와 대규모 상점 약탈이 벌어지고 있고,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왔어요."]

지난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피소에서 피난 중이던 모잠비크와 짐바브웨 시민 200명 이상도 버스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콜렌 휴마/남아공 적십자 지역 재난 코디네이터 : "이들은 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곳에 머무르고 있고, 우리는 적십자로서 음식을 제공하고,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지난 1일부터 남아공 여러 도시에선 시민들이 외국인과 이들이 소유한 상가를 공격하는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의 차들이 불타고, 가게는 약탈당해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계속된 폭력사태로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숨졌고, 피해를 본 상점도 5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바질 오누이그보/자동차 대리점주 : "일요일(지난 1일)에는 위협을 느끼고 가게에 오지 않았어요. 동료들도 모두 나오지 않았어요. 월요일(지난 2일)에 출근해 보니, 모두 불 타 있었어요."]

남아공 당국은 폭동에 가담한 수십 명을 체포하고 외국인 혐오와 폭력 사태를 비난하며 더 이상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했습니다.

[시릴 라마포사/남아공 대통령 : "분노와 좌절, 불만에 의한 파괴와 범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의 집과 상점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아공에서 외국인 혐오 범죄가 늘고 있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30%에 달하는 실업률에 빈곤과 소득 격차가 심화하면서 일부에서 이를 이민자 등 외국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남아공에는 다수의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아비케 다비리/나이지리아 디아스포라 위원회 CEO :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흑인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창피한 일입니다. 저 역시 아프리카인으로서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국제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잠비아 등에서는 남아공 기업과 상점들이 보복 공격을 당했고, 시민들의 맞불 폭력 시위가 이어지며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베네딕트 아님/나이지리아 시위자 : "남아공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들이고 남아공과 좋은 동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화가 납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항의 표시로 남아공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도 거부했는데요.

관계 당국은 모두 이번 사태가 자칫 남아프리카 일대에 '외국인 혐오 현상', 제노포비아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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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남아공, 외국인 혐오 ‘제노포비아’ 논란
    • 입력 2019-09-16 10:52:31
    • 수정2019-09-16 11: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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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노포비아' 즉 외국인 혐오에서 비롯된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혐오 대상이 된 외국인은 남아공에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인 등 주로 아프리카 이민자들인데요.

지구촌 인에서 자세히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11일 밤, 나이지리아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도착하고, '노 제노포비아' 팻말을 든 사람들을 필두로 승객들이 차례로 내립니다.

이들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확산하면서 탈출했습니다.

[테미라데 토선데/귀환자 : "차를 잃어버렸는데 다행히 서류들은 여기 있어요. 제 차는 불에 탄 차들 중 하나였어요. 전반적으로 살해와 대규모 상점 약탈이 벌어지고 있고,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왔어요."]

지난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대피소에서 피난 중이던 모잠비크와 짐바브웨 시민 200명 이상도 버스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콜렌 휴마/남아공 적십자 지역 재난 코디네이터 : "이들은 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곳에 머무르고 있고, 우리는 적십자로서 음식을 제공하고,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지난 1일부터 남아공 여러 도시에선 시민들이 외국인과 이들이 소유한 상가를 공격하는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의 차들이 불타고, 가게는 약탈당해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계속된 폭력사태로 지금까지 최소 10명이 숨졌고, 피해를 본 상점도 5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바질 오누이그보/자동차 대리점주 : "일요일(지난 1일)에는 위협을 느끼고 가게에 오지 않았어요. 동료들도 모두 나오지 않았어요. 월요일(지난 2일)에 출근해 보니, 모두 불 타 있었어요."]

남아공 당국은 폭동에 가담한 수십 명을 체포하고 외국인 혐오와 폭력 사태를 비난하며 더 이상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했습니다.

[시릴 라마포사/남아공 대통령 : "분노와 좌절, 불만에 의한 파괴와 범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의 집과 상점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아공에서 외국인 혐오 범죄가 늘고 있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30%에 달하는 실업률에 빈곤과 소득 격차가 심화하면서 일부에서 이를 이민자 등 외국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남아공에는 다수의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는데요.

[아비케 다비리/나이지리아 디아스포라 위원회 CEO :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흑인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창피한 일입니다. 저 역시 아프리카인으로서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국제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잠비아 등에서는 남아공 기업과 상점들이 보복 공격을 당했고, 시민들의 맞불 폭력 시위가 이어지며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베네딕트 아님/나이지리아 시위자 : "남아공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들이고 남아공과 좋은 동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화가 납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항의 표시로 남아공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도 거부했는데요.

관계 당국은 모두 이번 사태가 자칫 남아프리카 일대에 '외국인 혐오 현상', 제노포비아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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