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cm 투표 용지…칸칸마다 사연이

입력 2020.04.08 (08:20) 수정 2020.04.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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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주일 뒤면 유권자 여러분들은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를 맞닥뜨리게 되실 겁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 말고,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투표 용지'가 따로 있죠?

이걸 말씀드리는건데요.

길이가 48.1 cm입니다.

웬만한 성인 남성 손으로도 두 뼘 이상의 길이입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과 비교를 해 보면, 당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33.5㎝ 그 때도 역대 최장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록마저 깬 것입니다.

투표지 길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표란의 세로 폭은 1cm 기표란 사이 여백도 0.2cm로 좁아졌습니다.

예전보다 더 정성을 들여 찍지 않으면 제대로 기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용지가 너무 길어 전자개표기도 쓸 수 없어 모두 수작업으로 개표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전자개표기에는 길이 34.9cm 이하의 투표용지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투표 용지가 길어진 것,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나 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딱 봐도 '당이 너무 많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위에서부터 보겠습니다.

맨 위칸이 ‘기호 3번’부터 시작됩니다.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 미래통합당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추진하면서 자체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세 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민생당이 기호 3번으로 비례 투표용지 맨 윗자리를 선점하게 됐습니다.

비례대표용 정당이죠,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창당한 지 1∼2개월밖에 안 됐지만, 역시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의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후보 등록 막판까지 의원 꿔주기 등 고군분투한 결과입니다.

시민당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은 정의당(6석)은 기호 6번을 달고 네번째 칸에 들어갑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의 기호 '5번'을 이번에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겠지만, 더불어시민당이 5번을 차지하면서 한 칸 밀린 ‘기호 6번’으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정의당 다음으로 우리공화당이 7번, 그 아래로 민중당(김종훈)· 한국경제당(이은재)· 국민의당(권은희)· 열린민주당(손혜원)· 친박신당(홍문종)은 똑같이 의석 1석씩을 갖고 있는데요,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민중당과 한국경제당이 우선권을 가지고 당시 득표율 순으로 8번, 9번을 받았습니다.

나머지는 추첨을 통해 각각 10, 11, 12번을 가져갔고요.

의석이 없는 원외정당들은 13번부터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졌습니다.

이렇게 수십 개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유권자를 향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군소정당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민중당은 지난 주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출정식을 하는 등 정책의 선명성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당의 비례대표 후보이자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재 의원은 어제 난데없이 미래통합당 회의에 나타나 당 선거 구호인 '이구동성'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달려라 하니란 별명을 얻게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일주일째 하루 30km씩을 달리는 국토 종주를 이어가며 유권자를 만나는 유세를 이어가고 있죠.

또 더불어시민당으로부터 '짝퉁', '유사품'이라고 공격받은 열린민주당은 민주당과 파란 피를 나눈 형제라는 문구로 '진짜 친문'임을 내세웁니다.

'애플망고 빙수' 광고를 냈던 여성의당과 허경영이 공중부양하는 모습을 로고로 한 국가혁명배당금당 등도 원내 진입을 위해 열띤 홍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명도 많지만 이 중에서 딱 하나만 찍어야 무효가 안 됩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 고심이 이래저래 많을 듯 합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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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8.1cm 투표 용지…칸칸마다 사연이
    • 입력 2020-04-08 08:21:57
    • 수정2020-04-08 09:07:11
    아침뉴스타임
이제 일주일 뒤면 유권자 여러분들은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를 맞닥뜨리게 되실 겁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 말고,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투표 용지'가 따로 있죠?

이걸 말씀드리는건데요.

길이가 48.1 cm입니다.

웬만한 성인 남성 손으로도 두 뼘 이상의 길이입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과 비교를 해 보면, 당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는 33.5㎝ 그 때도 역대 최장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록마저 깬 것입니다.

투표지 길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표란의 세로 폭은 1cm 기표란 사이 여백도 0.2cm로 좁아졌습니다.

예전보다 더 정성을 들여 찍지 않으면 제대로 기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용지가 너무 길어 전자개표기도 쓸 수 없어 모두 수작업으로 개표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전자개표기에는 길이 34.9cm 이하의 투표용지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투표 용지가 길어진 것,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나 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딱 봐도 '당이 너무 많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위에서부터 보겠습니다.

맨 위칸이 ‘기호 3번’부터 시작됩니다.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2번 미래통합당 모두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추진하면서 자체 비례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세 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민생당이 기호 3번으로 비례 투표용지 맨 윗자리를 선점하게 됐습니다.

비례대표용 정당이죠,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창당한 지 1∼2개월밖에 안 됐지만, 역시 투표용지 상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의 모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후보 등록 막판까지 의원 꿔주기 등 고군분투한 결과입니다.

시민당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은 정의당(6석)은 기호 6번을 달고 네번째 칸에 들어갑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의 기호 '5번'을 이번에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겠지만, 더불어시민당이 5번을 차지하면서 한 칸 밀린 ‘기호 6번’으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정의당 다음으로 우리공화당이 7번, 그 아래로 민중당(김종훈)· 한국경제당(이은재)· 국민의당(권은희)· 열린민주당(손혜원)· 친박신당(홍문종)은 똑같이 의석 1석씩을 갖고 있는데요,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민중당과 한국경제당이 우선권을 가지고 당시 득표율 순으로 8번, 9번을 받았습니다.

나머지는 추첨을 통해 각각 10, 11, 12번을 가져갔고요.

의석이 없는 원외정당들은 13번부터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졌습니다.

이렇게 수십 개 정당이 난립하다 보니 뭐가 뭔지 헷갈린다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유권자를 향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군소정당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민중당은 지난 주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출정식을 하는 등 정책의 선명성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당의 비례대표 후보이자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은재 의원은 어제 난데없이 미래통합당 회의에 나타나 당 선거 구호인 '이구동성'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달려라 하니란 별명을 얻게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일주일째 하루 30km씩을 달리는 국토 종주를 이어가며 유권자를 만나는 유세를 이어가고 있죠.

또 더불어시민당으로부터 '짝퉁', '유사품'이라고 공격받은 열린민주당은 민주당과 파란 피를 나눈 형제라는 문구로 '진짜 친문'임을 내세웁니다.

'애플망고 빙수' 광고를 냈던 여성의당과 허경영이 공중부양하는 모습을 로고로 한 국가혁명배당금당 등도 원내 진입을 위해 열띤 홍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명도 많지만 이 중에서 딱 하나만 찍어야 무효가 안 됩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 고심이 이래저래 많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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