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체르노빌 원전사고 34년…재앙은 계속된다

입력 2020.04.28 (20:39) 수정 2020.04.28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앵커]

어젠가 그젠가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날이죠?

[답변]

정확히 34년 전인 지난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났습니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 공화국 북쪽에 있는데요.

당시 제4호 원자로에서 조작실수로 인한 비정상적인 핵반응이 일어나 원자로가 폭발한 겁니다.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데 10일이나 걸렸고요.

건물 지붕이 날아가면서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에 대량으로 누출됐습니다.

이 때문에 인근 지역이 오염된 것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 피해도 컸습니다.

당시 소련 정부가 내놓은 공식 사망자 수는 31명입니다만, 유엔 조사를 보면 2005년까지 방사능에 노출돼서 암으로 숨진 사람이 9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고보니 해마다 참사일을 맞아 추모행사가 열리던데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올해의 경우는 어떤가요?

[답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6일 수도 키예프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촛불을 들거나 헌화를 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34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아직까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사고가 난 원전 4호기에는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차단할 초대형 철제 방호벽까지 씌워졌지만,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노출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입금지구역 내에는 사고 당시 정부의 대피령을 어기고 끝내 고향을 떠나지 않았거나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 주민 180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고 당시 상황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합니다.

[발렌티나 쿡하렌코/원전 인근 출입금지구역 주민 : "남편이 그날 목이 간지럽고, 입이 마른다고 했어요. 아침에 의사들이 방사능 계측기를 가지고 와서 갑상선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는데, 그의 수치가 매우 높았어요."]

[앵커]

그런데 최근 원전 인근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잖아요?

[답변]

네, 지난 4일부터 체르노빌 폐원전 주변 30㎞ 출입금지구역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 원인은 주민들이 잔디를 태우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강풍이 불어와 숲으로 불이 번져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26일에서야 산불이 완전히 진화됐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약 2만 헥타르까지도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요.

체르노빌로부터 약 90㎞ 떨어진 수도 키예프까지 연무에 뒤덮이면서 지난 16일 세계 도시별 대기오염 순위에서 키예프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보다 더 아찔했던 순간은 산불이 폐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불과 1.6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 등 핵 반대 활동가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그들의 주장 대로 산불이 사고 원전에 그렇게 가깝게까지 번졌다면 산불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방사능과 관련된 우려도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 화재는 아무래도 방사능 오염의 확산 가능성 때문에 보통의 산불보다 특히 더 위험하겠죠.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그린피스 러시아 사무소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산불이 발전소 주변까지 태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오염 구역 상층 흙에 섞인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흩어질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일 체르노빌 원전 인근 산불 현장 주변에서 방사능 계측기의 방사능 수준이 정상치보다 훨씬 높게 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도 키예프에서는 모든 방사선 수치가 정상 수준이라면서 '종말론적 경고'에 휩쓸리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화재 현장이 폐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같은 시설들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린피스 러시아 사무소와 현지 활동가들은 이번 화재로 인해 주민 건강에 미칠 심각성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축소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사고가 난지 한 세대가 지났지만 체르노빌의 재앙은 진행형이군요?

[답변]

사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일부 출입금지구역에 한해서 관광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 이후 죽음의 땅이라 불리던 체르노빌 원전 인근 지역에 최근 들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이 또다시 우크라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짐 스미스/영국 포츠머스대학 환경과학과 교수 : "출입 금지 구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버려진 지역입니다. 이곳 야생동물은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죠. 원전 사고 발생 30년 만에 중요한 보전지역이 된 겁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그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원전이 사고가 났을 경우 인류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인사이드] 체르노빌 원전사고 34년…재앙은 계속된다
    • 입력 2020-04-28 20:42:43
    • 수정2020-04-28 21:00:18
    글로벌24
[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앵커]

어젠가 그젠가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날이죠?

[답변]

정확히 34년 전인 지난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났습니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 공화국 북쪽에 있는데요.

당시 제4호 원자로에서 조작실수로 인한 비정상적인 핵반응이 일어나 원자로가 폭발한 겁니다.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는데 10일이나 걸렸고요.

건물 지붕이 날아가면서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에 대량으로 누출됐습니다.

이 때문에 인근 지역이 오염된 것은 물론 주민들의 건강 피해도 컸습니다.

당시 소련 정부가 내놓은 공식 사망자 수는 31명입니다만, 유엔 조사를 보면 2005년까지 방사능에 노출돼서 암으로 숨진 사람이 9천 명 정도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고보니 해마다 참사일을 맞아 추모행사가 열리던데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올해의 경우는 어떤가요?

[답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6일 수도 키예프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촛불을 들거나 헌화를 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34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 지역은 아직까지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사고가 난 원전 4호기에는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차단할 초대형 철제 방호벽까지 씌워졌지만,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노출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입금지구역 내에는 사고 당시 정부의 대피령을 어기고 끝내 고향을 떠나지 않았거나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 주민 180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사고 당시 상황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합니다.

[발렌티나 쿡하렌코/원전 인근 출입금지구역 주민 : "남편이 그날 목이 간지럽고, 입이 마른다고 했어요. 아침에 의사들이 방사능 계측기를 가지고 와서 갑상선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는데, 그의 수치가 매우 높았어요."]

[앵커]

그런데 최근 원전 인근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잖아요?

[답변]

네, 지난 4일부터 체르노빌 폐원전 주변 30㎞ 출입금지구역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 원인은 주민들이 잔디를 태우는 과정에서 갑작스런 강풍이 불어와 숲으로 불이 번져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26일에서야 산불이 완전히 진화됐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약 2만 헥타르까지도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고요.

체르노빌로부터 약 90㎞ 떨어진 수도 키예프까지 연무에 뒤덮이면서 지난 16일 세계 도시별 대기오염 순위에서 키예프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보다 더 아찔했던 순간은 산불이 폐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서 불과 1.6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 등 핵 반대 활동가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그들의 주장 대로 산불이 사고 원전에 그렇게 가깝게까지 번졌다면 산불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방사능과 관련된 우려도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 화재는 아무래도 방사능 오염의 확산 가능성 때문에 보통의 산불보다 특히 더 위험하겠죠.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그린피스 러시아 사무소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산불이 발전소 주변까지 태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오염 구역 상층 흙에 섞인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흩어질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일 체르노빌 원전 인근 산불 현장 주변에서 방사능 계측기의 방사능 수준이 정상치보다 훨씬 높게 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수도 키예프에서는 모든 방사선 수치가 정상 수준이라면서 '종말론적 경고'에 휩쓸리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화재 현장이 폐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같은 시설들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그린피스 러시아 사무소와 현지 활동가들은 이번 화재로 인해 주민 건강에 미칠 심각성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축소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사고가 난지 한 세대가 지났지만 체르노빌의 재앙은 진행형이군요?

[답변]

사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일부 출입금지구역에 한해서 관광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 사고 이후 죽음의 땅이라 불리던 체르노빌 원전 인근 지역에 최근 들어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이 또다시 우크라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짐 스미스/영국 포츠머스대학 환경과학과 교수 : "출입 금지 구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버려진 지역입니다. 이곳 야생동물은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죠. 원전 사고 발생 30년 만에 중요한 보전지역이 된 겁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그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원전이 사고가 났을 경우 인류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