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아프리카 암 환자 추세, 심상치 않다

입력 2022.05.23 (10:53) 수정 2022.05.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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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자가 늘었는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 소식, 지구촌 돋보기에서 임민지 기자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암인데, 아프리카에선 유독 더 최근에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거죠?

[기자]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가 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54개 아프리카 국가의 암 사례를 조사했는데요.

암에 걸려 숨지는 숫자가 매년 7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앞으로 8년 안에 더 빠르게 증가해, 연간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수명이 길어져서 암 발병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도 있는데,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140만 건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의학저널은 경고했습니다.

[윌프레드 응와/존스 홉킨스 대학 조교수 : "암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아프리카의 암 상황이 비상 사태인 이유는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환자가 100명이라면 100명 모두 암이고 이 중 80%는 죽기 때문입니다."]

란셋 온콜로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여성 7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자궁경부암은 아프리카의 27개국에서, 유방암은 21개국에서 여성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38%의 여성이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암 치료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조세핀 레샤오/암 생존자 : "암과 싸울때 돈이 부족하면 죽게 돼 있습니다. 치료과정에 지름길은 없고 암 치료 비용이 부담된다고 느끼면 가족은 당신을 버릴 겁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앵커]

아프리카의 각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암과 싸우기 위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2021년, 케냐는 국가 암 태스크포스를 설립했고요.

전국적으로 50개의 의료 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또 향상된 암 검진과 조기 진단, 그리고 치료 접근성 및 암 예방에 대한 인식을 제공하기 위해 건강 보험도 시작했습니다.

르완다도 건강 보험을 도입하고 모든 소녀에게 HPV 예방 접종을 시행해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니콜라 아빈야/나이로비 병원 종양 전문의 : "암에 전문화된 센터와 인력이 있으면 암 사망자 수가 줄어들 겁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공된다면 완치율이 올라갈겁니다."]

아프리카에서 매년 암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절반에 가까운 40%의 국가에는 방사선 치료 시설조차 없는데요.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아프리카에서 암 방사선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앵커]

암과의 싸움도 쉽지 않은데,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감지됐다고요?

[기자]

네, 최근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아공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지난 3월 말에서 4월 말, 한 달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7배나 늘어났습니다.

5월 첫째 주 기준,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코로나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12억 인구 가운데 16% 정도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앵커]

아프리카는 코로나19 대유행뿐 아니라 면역 결핍 바이러스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대유행까지 직면했다고요?

[기자]

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HIV 감염자 수는 전 세계 감염자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HIV가 함께 존재하면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그래서 코로나 대유행을 끝내려면 HIV도 함께 퇴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한 연구팀이 HIV를 치료받지 못한 채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216일간 머물면서 32개의 변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는 HIV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새로운 주사제가 임상시험 중인데요.

지금까지 HIV 감염자들은 매일 평생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HIV를 둘러싼 낙인이 너무 강해서 약을 처방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왕이 카마우/케냐타 국립병원 소아감염병 전문의 :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평생 해야 됩니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고 때로는 약물 부작용도 있습니다. HIV에 대한 낙인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HIV 환자라는 것을 알아서 생기는 것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에 한 번 맞는 주사가 개발되면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치료받을 수 있어서,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임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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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아프리카 암 환자 추세, 심상치 않다
    • 입력 2022-05-23 10:53:38
    • 수정2022-05-23 11:03:09
    지구촌뉴스
[앵커]

전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자가 늘었는데,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 소식, 지구촌 돋보기에서 임민지 기자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암인데, 아프리카에선 유독 더 최근에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거죠?

[기자]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가 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54개 아프리카 국가의 암 사례를 조사했는데요.

암에 걸려 숨지는 숫자가 매년 7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앞으로 8년 안에 더 빠르게 증가해, 연간 1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수명이 길어져서 암 발병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도 있는데,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140만 건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의학저널은 경고했습니다.

[윌프레드 응와/존스 홉킨스 대학 조교수 : "암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아프리카의 암 상황이 비상 사태인 이유는 암 발병률과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환자가 100명이라면 100명 모두 암이고 이 중 80%는 죽기 때문입니다."]

란셋 온콜로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 여성 7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데요.

자궁경부암은 아프리카의 27개국에서, 유방암은 21개국에서 여성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38%의 여성이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암 치료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조세핀 레샤오/암 생존자 : "암과 싸울때 돈이 부족하면 죽게 돼 있습니다. 치료과정에 지름길은 없고 암 치료 비용이 부담된다고 느끼면 가족은 당신을 버릴 겁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앵커]

아프리카의 각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암과 싸우기 위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2021년, 케냐는 국가 암 태스크포스를 설립했고요.

전국적으로 50개의 의료 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또 향상된 암 검진과 조기 진단, 그리고 치료 접근성 및 암 예방에 대한 인식을 제공하기 위해 건강 보험도 시작했습니다.

르완다도 건강 보험을 도입하고 모든 소녀에게 HPV 예방 접종을 시행해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니콜라 아빈야/나이로비 병원 종양 전문의 : "암에 전문화된 센터와 인력이 있으면 암 사망자 수가 줄어들 겁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공된다면 완치율이 올라갈겁니다."]

아프리카에서 매년 암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절반에 가까운 40%의 국가에는 방사선 치료 시설조차 없는데요.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아프리카에서 암 방사선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앵커]

암과의 싸움도 쉽지 않은데,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감지됐다고요?

[기자]

네, 최근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아공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지난 3월 말에서 4월 말, 한 달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7배나 늘어났습니다.

5월 첫째 주 기준,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코로나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12억 인구 가운데 16% 정도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앵커]

아프리카는 코로나19 대유행뿐 아니라 면역 결핍 바이러스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대유행까지 직면했다고요?

[기자]

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HIV 감염자 수는 전 세계 감염자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와 HIV가 함께 존재하면 새로운 변이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그래서 코로나 대유행을 끝내려면 HIV도 함께 퇴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한 연구팀이 HIV를 치료받지 못한 채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216일간 머물면서 32개의 변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는 HIV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새로운 주사제가 임상시험 중인데요.

지금까지 HIV 감염자들은 매일 평생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HIV를 둘러싼 낙인이 너무 강해서 약을 처방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왕이 카마우/케냐타 국립병원 소아감염병 전문의 :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평생 해야 됩니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고 때로는 약물 부작용도 있습니다. HIV에 대한 낙인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HIV 환자라는 것을 알아서 생기는 것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에 한 번 맞는 주사가 개발되면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치료받을 수 있어서,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임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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