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올라도 돈 못 벌어”…왜곡된 유통 구조 [친절한 뉴스K]

입력 2024.04.02 (12:45) 수정 2024.04.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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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일값이 크게 올라 장보기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가격 오름세를 과수 농가는 반겨야 할텐데, 웬일인지 맘 편히 웃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과수 농가들의 속사정과 과일 가격을 진정시킬 장기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과일 가격이 오르면 과수 농가가 가장 큰 이득을 볼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유통 구조가 왜곡돼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사과의 경우 생산에서 소비까지 5단계를 거치고 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은 농민 출하 때보다 3배 가까이 뜁니다.

운송 등 유통 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60%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도소매 과정에 붙는 이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형 도매법인들이 독점 운영하는 '경매제'가 유통 비용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경매가 등락 폭이 심해 농민으로서는 제값을 받고 있는지 의심이 큰데 도매법인들은 경매 물량이 적든 많든 수수료만 챙기면 되는 구조여서 유통 비용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경북 문경의 사과 재배 농가입니다.

사과를 팔아 목돈을 만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일찍 접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전년보다 60%가량 오른 가격으로 농협에 출하하긴 했지만 소득은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냉해와 병해충으로 생산량이 3분의 1 줄어든 데다 인건비와 농자재값까지 올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승용/사과 재배 농민 : "'사과 농사지으면 돈 벌겠구나'하지만 모든 비용을 따져봐서는 저희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감귤 농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비싼 사과와 배를 대체한 귤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감귤값이 80% 가까이 올랐어도 상승분만큼의 이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성익/감귤 재배 농민 : "(3.75㎏에) 3천 원, 3천5백 원 많이 줘야 그렇게 해서 포전 거래(밭떼기 거래)를 해요. (시장에선) 만 원, 만 오천 원 이렇게 받잖아요."]

이 때문에 경매 단계를 아예 없애고 유통을 3단계로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시장 도매인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같은 유통 체계 혁신과 더불어 이상 기후에도 적정 생산이 가능한 기술 개발도 절실합니다.

특히 농가 고령화가 심화 되고 있는 만큼 노동력 절감 방안에 대해서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자동으로 농약을 뿜어내고 불필요한 나뭇가지를 잘라냅니다.

그동안 일일이 손으로 하던 솎아내기 작업도 자동화 장비로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배밭 한가운데 솟아있는 이 장비는 기온이 설정 온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방상팬'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배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최근 해마다 냉해를 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노동력을 줄이고 이상 기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스마트 농법'은 고령화로 생산력이 떨어져 가는 농촌에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윤태명/경북대 원예과학과 명예교수 : "(농가 고령화 대비해) 인력에서 기계나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돼요."]

전문가들은 수입 물량을 늘려 국내 가격을 조절하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자동화 농법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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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일값 올라도 돈 못 벌어”…왜곡된 유통 구조 [친절한 뉴스K]
    • 입력 2024-04-02 12:45:54
    • 수정2024-04-02 13: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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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일값이 크게 올라 장보기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가격 오름세를 과수 농가는 반겨야 할텐데, 웬일인지 맘 편히 웃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과수 농가들의 속사정과 과일 가격을 진정시킬 장기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과일 가격이 오르면 과수 농가가 가장 큰 이득을 볼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유통 구조가 왜곡돼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사과의 경우 생산에서 소비까지 5단계를 거치고 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은 농민 출하 때보다 3배 가까이 뜁니다.

운송 등 유통 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60%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도소매 과정에 붙는 이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형 도매법인들이 독점 운영하는 '경매제'가 유통 비용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경매가 등락 폭이 심해 농민으로서는 제값을 받고 있는지 의심이 큰데 도매법인들은 경매 물량이 적든 많든 수수료만 챙기면 되는 구조여서 유통 비용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경북 문경의 사과 재배 농가입니다.

사과를 팔아 목돈을 만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일찍 접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전년보다 60%가량 오른 가격으로 농협에 출하하긴 했지만 소득은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냉해와 병해충으로 생산량이 3분의 1 줄어든 데다 인건비와 농자재값까지 올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승용/사과 재배 농민 : "'사과 농사지으면 돈 벌겠구나'하지만 모든 비용을 따져봐서는 저희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감귤 농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비싼 사과와 배를 대체한 귤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감귤값이 80% 가까이 올랐어도 상승분만큼의 이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성익/감귤 재배 농민 : "(3.75㎏에) 3천 원, 3천5백 원 많이 줘야 그렇게 해서 포전 거래(밭떼기 거래)를 해요. (시장에선) 만 원, 만 오천 원 이렇게 받잖아요."]

이 때문에 경매 단계를 아예 없애고 유통을 3단계로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시장 도매인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같은 유통 체계 혁신과 더불어 이상 기후에도 적정 생산이 가능한 기술 개발도 절실합니다.

특히 농가 고령화가 심화 되고 있는 만큼 노동력 절감 방안에 대해서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자동으로 농약을 뿜어내고 불필요한 나뭇가지를 잘라냅니다.

그동안 일일이 손으로 하던 솎아내기 작업도 자동화 장비로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배밭 한가운데 솟아있는 이 장비는 기온이 설정 온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방상팬'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배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최근 해마다 냉해를 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노동력을 줄이고 이상 기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스마트 농법'은 고령화로 생산력이 떨어져 가는 농촌에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윤태명/경북대 원예과학과 명예교수 : "(농가 고령화 대비해) 인력에서 기계나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돼요."]

전문가들은 수입 물량을 늘려 국내 가격을 조절하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자동화 농법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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