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동지’ 코앞인데 ‘비싼 몸’ 된 팥…팥죽 어쩌나

입력 2024.12.17 (18:09) 수정 2024.12.17 (18: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이슈픽입니다.

지독한 몸살에 입맛이 사라졌을 때, 과식으로 급체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죽입니다.

간장과 참기름 몇 방울뿐인 단출한 모양새였지만 요즘은 프랜차이즈로 번창할만큼 맛있는 죽이 많습니다.

닭을 푹 고아 만든 삼계죽, 바닷내음 물씬나는 매생이굴죽, 씹는 맛이 고소한 불낙죽도 별미입니다.

내일부터는 맹추위가 시작되고 나흘 뒤 21일은 동지.

이제, 팥죽의 시간입니다.

곱게 갈린 팥을 쑤어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동동 띄웁니다.

지금의 5060 세대에겐 어릴 적 동지 팥죽을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궁사 서향순.

한동안 팥죽 궁사라는 애칭이 따라다녔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가족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섭니다.

["향순아, 오면은 오빠가 단팥죽 시내 나가 사줄게. (단팥죽? 좋지이.)"]

여러분도 동짓날 팥죽 챙겨드십니까.

혹시 동지 앞두고 재료 사러 갔다가 발길 돌리진 않으셨나요.

팥 가격 때문입니다.

오늘 기준 국산 팥 40kg 가격은 796,6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과 폭우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겪으며 팥 작황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겁니다.

공급은 달리는데 수요는 넘치는 상황, 팥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됐습니다.

할매니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팥, 인절미, 흑임자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를 가리킵니다.

새알심 대신 마시멜로우로 맛을 낸 팥맛 시리얼, 팥이 버터를 만나 앙버터빵 앙버터호두과자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에 팥 두유와 팥 라떼 젊은 층을 공략한 간편식 팥죽 제품까지.

이렇게 너도 나도 팥을 찾아대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요.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팥죽이 그 때의 위상을 되찾는 걸까요.

[영화 '광해' : "이 팥죽 누가 만들었느냐? 맛나구나. 어릴 적 먹던 그맛이구나."]

지금도 백일 상에는 잔병을 쫓아준다는 붉은 수수팥 경단이 오릅니다.

자녀들이 무탈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부모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혼돈과 충격의 연속이었던 2024년의 끝자락.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팥죽을 보면 잠시라도 추위가 누그러지는 듯 합니다.

새해엔 모든 게 무탈하길 바라며 뜨끈한 팥죽 한 그릇 어떨까요.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픽] ‘동지’ 코앞인데 ‘비싼 몸’ 된 팥…팥죽 어쩌나
    • 입력 2024-12-17 18:09:53
    • 수정2024-12-17 18:23:25
    경제콘서트
이어서 이슈픽입니다.

지독한 몸살에 입맛이 사라졌을 때, 과식으로 급체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죽입니다.

간장과 참기름 몇 방울뿐인 단출한 모양새였지만 요즘은 프랜차이즈로 번창할만큼 맛있는 죽이 많습니다.

닭을 푹 고아 만든 삼계죽, 바닷내음 물씬나는 매생이굴죽, 씹는 맛이 고소한 불낙죽도 별미입니다.

내일부터는 맹추위가 시작되고 나흘 뒤 21일은 동지.

이제, 팥죽의 시간입니다.

곱게 갈린 팥을 쑤어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동동 띄웁니다.

지금의 5060 세대에겐 어릴 적 동지 팥죽을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궁사 서향순.

한동안 팥죽 궁사라는 애칭이 따라다녔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가족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섭니다.

["향순아, 오면은 오빠가 단팥죽 시내 나가 사줄게. (단팥죽? 좋지이.)"]

여러분도 동짓날 팥죽 챙겨드십니까.

혹시 동지 앞두고 재료 사러 갔다가 발길 돌리진 않으셨나요.

팥 가격 때문입니다.

오늘 기준 국산 팥 40kg 가격은 796,6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과 폭우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겪으며 팥 작황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겁니다.

공급은 달리는데 수요는 넘치는 상황, 팥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됐습니다.

할매니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팥, 인절미, 흑임자 등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를 가리킵니다.

새알심 대신 마시멜로우로 맛을 낸 팥맛 시리얼, 팥이 버터를 만나 앙버터빵 앙버터호두과자로 거듭났습니다.

여기에 팥 두유와 팥 라떼 젊은 층을 공략한 간편식 팥죽 제품까지.

이렇게 너도 나도 팥을 찾아대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요.

과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팥죽이 그 때의 위상을 되찾는 걸까요.

[영화 '광해' : "이 팥죽 누가 만들었느냐? 맛나구나. 어릴 적 먹던 그맛이구나."]

지금도 백일 상에는 잔병을 쫓아준다는 붉은 수수팥 경단이 오릅니다.

자녀들이 무탈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부모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혼돈과 충격의 연속이었던 2024년의 끝자락.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팥죽을 보면 잠시라도 추위가 누그러지는 듯 합니다.

새해엔 모든 게 무탈하길 바라며 뜨끈한 팥죽 한 그릇 어떨까요.

지금까지 이슈픽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