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맞는 2006년 새해

입력 2006.01.06 (13:58) 수정 2006.01.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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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를 맞은 지구상 마지막 청정지대, 남극에서 인류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과학 연구가 한창입니다. 현재 남극은 그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땅이기 때문에 세계 각 국이 자원과 에너지 개발 등을 위해 기지 확보와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연구와 탐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남극 세종기지에서 취재 중인 유성식 순회특파원을 화상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유 특파원! 먼저, 남극의 현재 상황이 궁금한데요. 그쪽은 지금이 여름이죠?

<답변> 요즘 기온은 1도에서 5도 사이, 낮과 밤의 일교차는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영상의 기온을 보이지만 흐리고 날씨가 변덕스러운데다 바람이 항상 불어 체감온도는 꽤 낮습니다. 연평균 풍속이 초속 8미터나 됩니다.

남위 62도 남극반도 북쪽의 킹조지 섬이 세종기지가 위치한 곳인데 남극 대륙 쪽은 이곳과 사정이 다릅니다. 여름이라도 보통 영하 2,30도는 되고요 대신 날씨는 대체로 맑다고 합니다. 요즘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들 처음에는 밤이 없어서 잠을 못자 애를 먹었습니다.


<질문 2>남극에서도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2> 물론입니다. 세종 기지 옆에 마리안 소만이라고 부르는 바닷가가 있는데 그곳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빙하 녹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저흰 이틀 동안 빙벽 앞을 지켰습니다. 지금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빙하가 녹아 갈라질 때 천둥 치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는데요 한여름에는 이렇게 온종일 천둥 소리 같은 빙하 녹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름에 녹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너무 녹아 겨울에 회복이 안된다는 겁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이 빙하가 일년에 이삼십 미터씩 줄어들었는데 2002년 이후 보니까 일년에 50미터 정도씩 빙벽이 뒤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인터뷰>홍성민 (세종기지장/ 빙하학자): "주변 200개 빙하에서 다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근의 조류가 강해져 기지 부근 바닷가가 7,8 미터 정도 침식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바닷가가 침식되는 것도 문제지만 빙하가 녹으면 기후 전체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빙하는 담수거든요, 바닷물과 밀도가 다른 엄청난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이것이 적도와 극지를 순환하는 해류 흐름을 변화시켜 이상 기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지역은 오히려 추워지는 반대의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 3> 현재 남극은 한마디로 주인 없는 땅이라고 하겠는데요. 각국의 기지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요?

<답변 3> 예, 그렇습니다.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는 만큼 남극에서 대접받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연구를 많이 해 과학적으로 공헌하는 방법이 있겠구요. 또 남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지역에 가급적 많은 기지를 세워 활동 영역을 미리 넓혀 놓는 겁니다.

미국은 아무도 기지를 세울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남극의 한가운데, 남극점에 아문센 스콧 기지를 세워 국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그 곳에서 뭔지 모를 비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에 선수를 빼앗기자 연평균 기온 영하 59도로 세상에서 가장 추운 지점에 보스토크 기지를 세워 남극 기지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경제력을 앞세워 남극 연구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고요. 이미 기지 두 개를 갖고 있는 중국은 21세기 들어 투자를 대폭 늘려 남극의 강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남미 여러 나라들은 남극에 가깝다는 장점을 활용합니다. 칠레의 경우 자신들의 남극 기지에 군인 가족들을 살게 하면서 학교, 우체국 등을 갖추고 아예 자기 땅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남극에서 이뤄지는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답변 4> 우선 빙하 연구 등 기후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빙하 연구는 과거 수백 만년의 기후 패턴 변화를 알아내 앞으로의 기후를 예측하는데 사용됩니다. 미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 나라들이 선두 주자들입니다. 우주 과학 연구도 활발한데 역시 미국이 이끌고 있습니다.

또 2047년 까지는 자원 개발을 못하도록 돼 있지만 모두들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탐사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메탄 수화물이라는 대체 연료가 무궁무진하고 또 석탄, 철광석 등 수백 종의 지하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문 5> 우리나라도 자원 탐사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답변 5> 예, 그렇습니다. 신물질 개발과 자원 탐사에 최근 활발한 연구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종기지 하계 연구대는 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 부근에서 메탄 수화물 층을 확인했습니다. 메탄 수화물이란 해저에서 분출된 메탄이 물과 뒤섞인 후 얼어붙은 것인데 가장 각광받는 미래 에너지원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확인한 이탈리아와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주한 (극지연구소 연구원): "개발된다면 우리나라가 300년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해역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열수 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수란 갈라진 지각으로 들어가 뜨거워진 바닷물을 말하는데 여기에 광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열수 활동에 관한 지식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해저 광맥에 관한 정보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남극의 생명체에서 피를 얼지 않도록 하는 동결 방지 물질을 찾아내는 연구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아리랑 위성 무인 관제소가 세종 기지에 들어섰습니다. 남극 기지의 활용도가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종 기지가 있는 곳은 남극 북단 끝의 한 섬이기 때문에 남극에서 필요한 연구를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쇄빙 연구선을 건조하고 2011년쯤 제2의 기지를 남극 대륙에 건설할 계획입니다.

<질문 6> 남극의 생태 문제도 국제적 관심사인데요. 세종기지 부근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죠?

<답변 6> 네, 이 지역은 여름에 얼음이 녹아 육지가 드러나는데다 크릴 등 플랑크톤이 풍부해 동물들의 번식지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세종 기지에서 처음으로 무게 40톤의 혹등고래가 솟구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고래나 해표 같은 포유 동물 말고도 펭귄 같은 철새들이 여름이면 이곳에 둥지를 틉니다. 만 마리 가량의 펭귄들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지 주변에는 14종의 새들이 사는데 대부분 알을 낳으러 오는 철샙니다. 이 부근은 남극에서는 보기 드물게 생태계의 순환이 비교적 잘 이뤄져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한 수온의 변화, 인간 활동의 증가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패트롤이라는 새 종류와 삿갓조개가 요즘 세종 기지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극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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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극에서 맞는 2006년 새해
    • 입력 2006-01-06 11:19:43
    • 수정2006-01-06 14:07:3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를 맞은 지구상 마지막 청정지대, 남극에서 인류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과학 연구가 한창입니다. 현재 남극은 그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땅이기 때문에 세계 각 국이 자원과 에너지 개발 등을 위해 기지 확보와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연구와 탐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남극 세종기지에서 취재 중인 유성식 순회특파원을 화상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유 특파원! 먼저, 남극의 현재 상황이 궁금한데요. 그쪽은 지금이 여름이죠? <답변> 요즘 기온은 1도에서 5도 사이, 낮과 밤의 일교차는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영상의 기온을 보이지만 흐리고 날씨가 변덕스러운데다 바람이 항상 불어 체감온도는 꽤 낮습니다. 연평균 풍속이 초속 8미터나 됩니다. 남위 62도 남극반도 북쪽의 킹조지 섬이 세종기지가 위치한 곳인데 남극 대륙 쪽은 이곳과 사정이 다릅니다. 여름이라도 보통 영하 2,30도는 되고요 대신 날씨는 대체로 맑다고 합니다. 요즘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들 처음에는 밤이 없어서 잠을 못자 애를 먹었습니다. <질문 2>남극에서도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2> 물론입니다. 세종 기지 옆에 마리안 소만이라고 부르는 바닷가가 있는데 그곳 빙하가 지구 온난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빙하 녹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저흰 이틀 동안 빙벽 앞을 지켰습니다. 지금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빙하가 녹아 갈라질 때 천둥 치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는데요 한여름에는 이렇게 온종일 천둥 소리 같은 빙하 녹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름에 녹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너무 녹아 겨울에 회복이 안된다는 겁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이 빙하가 일년에 이삼십 미터씩 줄어들었는데 2002년 이후 보니까 일년에 50미터 정도씩 빙벽이 뒤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인터뷰>홍성민 (세종기지장/ 빙하학자): "주변 200개 빙하에서 다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근의 조류가 강해져 기지 부근 바닷가가 7,8 미터 정도 침식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바닷가가 침식되는 것도 문제지만 빙하가 녹으면 기후 전체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빙하는 담수거든요, 바닷물과 밀도가 다른 엄청난 양의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이것이 적도와 극지를 순환하는 해류 흐름을 변화시켜 이상 기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지역은 오히려 추워지는 반대의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질문 3> 현재 남극은 한마디로 주인 없는 땅이라고 하겠는데요. 각국의 기지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요? <답변 3> 예, 그렇습니다.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는 만큼 남극에서 대접받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연구를 많이 해 과학적으로 공헌하는 방법이 있겠구요. 또 남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지역에 가급적 많은 기지를 세워 활동 영역을 미리 넓혀 놓는 겁니다. 미국은 아무도 기지를 세울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남극의 한가운데, 남극점에 아문센 스콧 기지를 세워 국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그 곳에서 뭔지 모를 비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에 선수를 빼앗기자 연평균 기온 영하 59도로 세상에서 가장 추운 지점에 보스토크 기지를 세워 남극 기지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경제력을 앞세워 남극 연구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고요. 이미 기지 두 개를 갖고 있는 중국은 21세기 들어 투자를 대폭 늘려 남극의 강자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남미 여러 나라들은 남극에 가깝다는 장점을 활용합니다. 칠레의 경우 자신들의 남극 기지에 군인 가족들을 살게 하면서 학교, 우체국 등을 갖추고 아예 자기 땅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남극에서 이뤄지는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답변 4> 우선 빙하 연구 등 기후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빙하 연구는 과거 수백 만년의 기후 패턴 변화를 알아내 앞으로의 기후를 예측하는데 사용됩니다. 미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유럽 나라들이 선두 주자들입니다. 우주 과학 연구도 활발한데 역시 미국이 이끌고 있습니다. 또 2047년 까지는 자원 개발을 못하도록 돼 있지만 모두들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탐사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메탄 수화물이라는 대체 연료가 무궁무진하고 또 석탄, 철광석 등 수백 종의 지하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문 5> 우리나라도 자원 탐사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답변 5> 예, 그렇습니다. 신물질 개발과 자원 탐사에 최근 활발한 연구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종기지 하계 연구대는 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 부근에서 메탄 수화물 층을 확인했습니다. 메탄 수화물이란 해저에서 분출된 메탄이 물과 뒤섞인 후 얼어붙은 것인데 가장 각광받는 미래 에너지원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확인한 이탈리아와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주한 (극지연구소 연구원): "개발된다면 우리나라가 300년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해역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열수 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수란 갈라진 지각으로 들어가 뜨거워진 바닷물을 말하는데 여기에 광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열수 활동에 관한 지식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해저 광맥에 관한 정보도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남극의 생명체에서 피를 얼지 않도록 하는 동결 방지 물질을 찾아내는 연구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아리랑 위성 무인 관제소가 세종 기지에 들어섰습니다. 남극 기지의 활용도가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종 기지가 있는 곳은 남극 북단 끝의 한 섬이기 때문에 남극에서 필요한 연구를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 쇄빙 연구선을 건조하고 2011년쯤 제2의 기지를 남극 대륙에 건설할 계획입니다. <질문 6> 남극의 생태 문제도 국제적 관심사인데요. 세종기지 부근에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죠? <답변 6> 네, 이 지역은 여름에 얼음이 녹아 육지가 드러나는데다 크릴 등 플랑크톤이 풍부해 동물들의 번식지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세종 기지에서 처음으로 무게 40톤의 혹등고래가 솟구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고래나 해표 같은 포유 동물 말고도 펭귄 같은 철새들이 여름이면 이곳에 둥지를 틉니다. 만 마리 가량의 펭귄들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지 주변에는 14종의 새들이 사는데 대부분 알을 낳으러 오는 철샙니다. 이 부근은 남극에서는 보기 드물게 생태계의 순환이 비교적 잘 이뤄져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한 수온의 변화, 인간 활동의 증가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패트롤이라는 새 종류와 삿갓조개가 요즘 세종 기지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남극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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