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권력에 줄서는 정치가 계엄 낳아…국민께 진심으로 사죄”

입력 2025.04.24 (17:26) 수정 2025.04.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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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윤’ 인사들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오늘(24일) 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국민의힘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윤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도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들이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원장은 또,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원장은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을 향한 쓴소리도 남겼습니다.

“계엄은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는 겁니다.

“방송을 장악하려고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당대표 수사를 보복하고 협박하려고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등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상태”였다며, “정치는 국민을 장기적으로 이롭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불능상태에 빠진 지 오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나라의 ‘새판’ 을 깔 수 있다면 ‘그때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이라고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희숙 원장은 “6월에 취임할 국민 대통령은 정쟁을 뛰어넘어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대통령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리고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임기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국민대통령의 주된 역할은 개헌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성심껏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새 대통령은 2028년 4월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드리고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대통령은 승자독식을 향한 패거리 점령군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시작되는 걸 보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 정강·정책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희숙입니다.
저는 5년 전 이맘때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었지만
당시 소득주도성장이라면서
최저임금이 2년에 30%나 오르는 걸 보고
나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나라 경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고
일자리를 없애서
어려운 사람만 더 어렵게 만들 게 뻔한데
왜 정치가 기를 쓰고 나라를 망치는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1년 반 만에 저는
아버지의 농지법 위반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국회의원 배지를 꽉 붙잡고
방탄으로 써먹는 정치 속에서
과할 정도로 염치와 상식을
먼저 실천하는 게
책임정치의 시작이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4년, 정치는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저희 국민의힘의 행태 역시 국민들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말씀드리기에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들이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입니다.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꼭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계엄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니라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는 점입니다.
3년 전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그날부터
다수당은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공직자들을 탄핵했습니다.
방송을 장악하려고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당대표 수사를 보복하고 협박하려고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식이었습니다.
아무리 차분히 바라본다 해도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상태였습니다.
국민의힘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정치가 그대로인데
정권만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겠습니다.
국내경제가 가라앉고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우리 정치는 대한민국호를 이끌 역량이 없습니다.
지난 4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3천 5백 불에서 3만 5천 불로 10배가 늘었고,
김구 선생이 꿈꾸신 문화 대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너 죽고 나 살자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국민이 맘껏 뛸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개혁은 등한시하고
표만 세는 퍼주기 경쟁에 몰두합니다.
대통령이고 야당 대표고 간에
정당을 장악하고 공천을 좌우하면서 의원들을 줄 세워
국회를 허수아비로 부려왔습니다.

이런 구시대적인 판에서
미래를 위한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은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정치란 결국
국민을 장기적으로 이롭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불능상태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정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대한민국호의 침몰은 예정된 미래입니다.

요즘 국회의원을 모두 배에 태워
무인도에 버리고 왔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지붕이 오래돼 비가 새고 쥐가 끓으면
새 지붕으로 싹 갈아엎듯이
이제 나라의 지붕을 갈아야 할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랫동안
경제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많은 국가들의 흥망을 관찰했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한 가지 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다’ 입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 고친 나라는
반드시 다시 일어섰습니다.

단언하건대, 지금은 대한민국의 기회입니다.
한국 정치가 썩어 고름이 터져 나온 지금,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국민 대다수가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충격과 혼란이 대한민국의 축복이 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아주 좁게나마 열린 것입니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나라의 ‘새판’을 깔 수 있다면
먼 훗날 ‘그때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돌아보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월에 세워질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징글징글한 정쟁을 뛰어넘어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가 정상화 그리고 경제 안정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첫째,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림으로써
1호 당원이 아닌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합니다.
정쟁이 망가뜨린 나라를 치료하고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그간의 대통령은 모두 취임식 때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 정파의 지지에 기대어서
전 정권 청산과 보복에 골몰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면
강제로 탈당 당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습니다.
좌우 진영논리에 매몰된 대통령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병든 나라 치료의 시작입니다.

둘째, 국민대통령은 이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이는 개헌 대통령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87년 이후 40년간 대통령 여덟 분 중에서
네 분이 감옥에 갔고
두 분은 자녀를 감옥에 보냈습니다.
세 분이 탄핵소추를 당했고 두 분이 파면됐습니다.
이런 비참한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재편하는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대통령의 주된 역할은
선거가 없는 해, 국회 주도로
개헌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성심껏 관리하는 것입니다.
단,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심도 정파성도 없다는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새 대통령은 2028년 4월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드리고 실천해야 합니다.

셋째, 취임 즉시 거국내각을 구성해
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쏟되
정쟁과 완전히 분리시켜 협력해야 합니다.
어떤 정파든 상관없이
경제통상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유능한 인물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이 처음으로 보시게 해야 합니다.
승자독식을 향한 패거리 점령군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시작되는 걸 보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상처가 곪아 고름이 흐를 때
대충 닦아내고 반창고만 붙이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상처가 더 곪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야만
새살이 돋고 새피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우리 정치도 이제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합니다.
당장 밉다고 한쪽에 회초리질만 하는 건
고름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진영화된 정치를
누구보다 더 악랄하게 이용해먹은,
그래서 증오와 대립을 유발했던 정치인들이
희희낙락하며 그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증오의 정치가
반복되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저는 요즘 동네 주민을 만날 때마다
‘나라 걱정을 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합니다.
지난 몇 달 누굴 만나든 모두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죄송한 것은
나라 걱정은 국민들만 하고,
정작 정치인들은 이 혼란 속에서
자기 몫 챙기는 것만 생각한다는
한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국민은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저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기회가 아니라
국민의 몫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
그게 바로 국민이 마땅히 가져야 할
국민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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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윤희숙 “권력에 줄서는 정치가 계엄 낳아…국민께 진심으로 사죄”
    • 입력 2025-04-24 17:26:00
    • 수정2025-04-24 17:44:32
    정치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윤’ 인사들을 정면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오늘(24일) 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국민의힘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대통령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윤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도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들이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원장은 또,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원장은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을 향한 쓴소리도 남겼습니다.

“계엄은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는 겁니다.

“방송을 장악하려고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당대표 수사를 보복하고 협박하려고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등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상태”였다며, “정치는 국민을 장기적으로 이롭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불능상태에 빠진 지 오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나라의 ‘새판’ 을 깔 수 있다면 ‘그때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이라고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희숙 원장은 “6월에 취임할 국민 대통령은 정쟁을 뛰어넘어 한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대통령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리고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임기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국민대통령의 주된 역할은 개헌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성심껏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새 대통령은 2028년 4월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드리고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대통령은 승자독식을 향한 패거리 점령군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시작되는 걸 보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 정강·정책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희숙입니다.
저는 5년 전 이맘때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었지만
당시 소득주도성장이라면서
최저임금이 2년에 30%나 오르는 걸 보고
나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나라 경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고
일자리를 없애서
어려운 사람만 더 어렵게 만들 게 뻔한데
왜 정치가 기를 쓰고 나라를 망치는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1년 반 만에 저는
아버지의 농지법 위반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국회의원 배지를 꽉 붙잡고
방탄으로 써먹는 정치 속에서
과할 정도로 염치와 상식을
먼저 실천하는 게
책임정치의 시작이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4년, 정치는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저희 국민의힘의 행태 역시 국민들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움직임을 추종했거나 말리지 못한
정치, 즉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말씀드리기에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들이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입니다.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꼭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계엄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니라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는 점입니다.
3년 전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그날부터
다수당은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공직자들을 탄핵했습니다.
방송을 장악하려고 방통위원장을 탄핵하고
당대표 수사를 보복하고 협박하려고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식이었습니다.
아무리 차분히 바라본다 해도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상태였습니다.
국민의힘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런 정치가 그대로인데
정권만 바뀐다고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겠습니다.
국내경제가 가라앉고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우리 정치는 대한민국호를 이끌 역량이 없습니다.
지난 4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3천 5백 불에서 3만 5천 불로 10배가 늘었고,
김구 선생이 꿈꾸신 문화 대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너 죽고 나 살자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국민이 맘껏 뛸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개혁은 등한시하고
표만 세는 퍼주기 경쟁에 몰두합니다.
대통령이고 야당 대표고 간에
정당을 장악하고 공천을 좌우하면서 의원들을 줄 세워
국회를 허수아비로 부려왔습니다.

이런 구시대적인 판에서
미래를 위한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은
불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정치란 결국
국민을 장기적으로 이롭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불능상태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정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대한민국호의 침몰은 예정된 미래입니다.

요즘 국회의원을 모두 배에 태워
무인도에 버리고 왔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지붕이 오래돼 비가 새고 쥐가 끓으면
새 지붕으로 싹 갈아엎듯이
이제 나라의 지붕을 갈아야 할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랫동안
경제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많은 국가들의 흥망을 관찰했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한 가지 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다’ 입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 고친 나라는
반드시 다시 일어섰습니다.

단언하건대, 지금은 대한민국의 기회입니다.
한국 정치가 썩어 고름이 터져 나온 지금,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국민 대다수가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충격과 혼란이 대한민국의 축복이 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아주 좁게나마 열린 것입니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나라의 ‘새판’을 깔 수 있다면
먼 훗날 ‘그때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돌아보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월에 세워질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징글징글한 정쟁을 뛰어넘어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가 정상화 그리고 경제 안정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첫째,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림으로써
1호 당원이 아닌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합니다.
정쟁이 망가뜨린 나라를 치료하고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그간의 대통령은 모두 취임식 때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 정파의 지지에 기대어서
전 정권 청산과 보복에 골몰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면
강제로 탈당 당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습니다.
좌우 진영논리에 매몰된 대통령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병든 나라 치료의 시작입니다.

둘째, 국민대통령은 이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이는 개헌 대통령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87년 이후 40년간 대통령 여덟 분 중에서
네 분이 감옥에 갔고
두 분은 자녀를 감옥에 보냈습니다.
세 분이 탄핵소추를 당했고 두 분이 파면됐습니다.
이런 비참한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재편하는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대통령의 주된 역할은
선거가 없는 해, 국회 주도로
개헌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성심껏 관리하는 것입니다.
단,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심도 정파성도 없다는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새 대통령은 2028년 4월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께 드리고 실천해야 합니다.

셋째, 취임 즉시 거국내각을 구성해
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쏟되
정쟁과 완전히 분리시켜 협력해야 합니다.
어떤 정파든 상관없이
경제통상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유능한 인물들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이 처음으로 보시게 해야 합니다.
승자독식을 향한 패거리 점령군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시작되는 걸 보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상처가 곪아 고름이 흐를 때
대충 닦아내고 반창고만 붙이지 않습니다.
그 속에서 상처가 더 곪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야만
새살이 돋고 새피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우리 정치도 이제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합니다.
당장 밉다고 한쪽에 회초리질만 하는 건
고름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진영화된 정치를
누구보다 더 악랄하게 이용해먹은,
그래서 증오와 대립을 유발했던 정치인들이
희희낙락하며 그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증오의 정치가
반복되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저는 요즘 동네 주민을 만날 때마다
‘나라 걱정을 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합니다.
지난 몇 달 누굴 만나든 모두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죄송한 것은
나라 걱정은 국민들만 하고,
정작 정치인들은 이 혼란 속에서
자기 몫 챙기는 것만 생각한다는
한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국민은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저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기회가 아니라
국민의 몫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
그게 바로 국민이 마땅히 가져야 할
국민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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