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부는 좌파 바람

입력 2006.01.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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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뒷마당이라던 남미 대륙에 반미 좌파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칠레 대선에서 미첼 바첼렛이라는 좌파 여성대통령이 처음으로 탄생했는데요

지난해 말에는 볼리비아에서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원주민 출신 에보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올해 줄지어 예정된 남미 국가들의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들의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남미의 좌파 집권 도미노 현상, 상파울루 권순범 특파원을 위성으로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권 특파원!

<질문1> 먼저, 칠레는 다소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좌파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됐습니까?

<답변> 예, 미첼 바첼렛이란 칠레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 지난 일요일입니다. 득표율이 53.5%로 우파 연합으로 나온 경쟁자보다 7% 높습니다. 이는 현 대통령인 라고스가 지난 2000년 대선 때 경쟁자보다 2.6%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얻은 것입니다.

칠레가 가톨릭 국가로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너그러운 나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성인 바첼렛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이번 칠레 대선의 특징입니다. 바첼렛의 승리 요인은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첼렛이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걸었다는등 개인적인 지지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바첼렛이 소속된 중도좌파연합이 지난 16년 동안 집권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등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중도좌파연합소속인 현 라고스 대통령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70%에 이르는 등 이른바 레임 덕 현상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질문2> 바첼렛 대통령 당선자는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낯선 인물인데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까?

<답변> 미첼 바첼렛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73년 피노체트 군사정권 구테타때 고문으로 숨진 공군 장성의 딸입니다. 본인도 당시 어머니와 함께 수감됐다가 3 주만에 풀려난 뒤 호주로 망명을 가서 소아과 의사로 일했습니다.

칠레에 다시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 뒤 2000년 라고스 현 대통령 정권에서 보건장관으로 기용됐고 지난 2002년에는 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질문3> 바첼렛 대통령의 당선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의미 말고도 남미에 불고 있는 좌파 열풍의 연속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답변> 예, 그렇습니다.
최근에 실시된 볼리비아와 칠레 선거 결과가 그렇고 올 들어 남미에서 잇따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런 상황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아시는대로 볼리비아는 지난해 말 대선에서 극좌파라 할 수 있는 모랄레스란 원주민 출신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모랄레스는 선거운동 당시 자신의 당선이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 말하는 등 철저한 반미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대선이 치러진 칠레는 중도좌파인 바첼렛이 당선됐습니다. 4월이면 페루에서 대선이 있습니다. 역시 좌파이면서 여성인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 보도입니다. 그 다음 달인 5월에는 콜롬비아가 대선을 치르는데 우파인 현 대통령 우리베의 재선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10월에는 에콰도르 대선이 이어집니다.

사회주의자인 아길레라가 현 대통령 팔라치오에 맞서 치열한 표싸움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10월에는 남미의 맹주격인 브라질에서도 선거가 치러집니다. 현 대통령인 룰라의 재선가능성이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좌파정권을 계속 이어간다는데는 이론이 없는 듯 합니다.

12월에는 베네수엘라 선거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차베스가 또 다시 승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차베스는 잘 아시다시피 1998년 정권을 잡은 이후 막대한 석유자본을 등에 업고 미국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반미의 선봉자격인 인물입니다.

그리고 올해 대선은 없지만 남미의 주요국가인 아르헨티나가 좌파 정권이고 우루과이 역시 사회민주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우는 좌파지도자 바스케스가 대통령입니다. 70년대 남미를 휩쓸던 좌파 열풍이 다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질문4> 그러면 왜 이렇게 남미에서 좌파 바람이 거세다고 보십니까?

<답변> 남미에 불고 있는 좌파 도미노현상은 다른 말로 하면 반미 자주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이 미국이 추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 재협상은 고사하고 반미 반부시 성토장으로 변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 남미에는 미국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을 싫어하느냐. 다른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이른바 신자유주의정책 실패가 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남미는 나라마다 물론 다소 다르지만 지난 80년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90년대 들어,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를 따릅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없이 받아들인 신자유주의는 대부분 나라에서 양극화를 불렀고 그 결과가 빈곤과 실업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3억명이 넘는 남미 인구 가운데 1억명 이상이 빈민층이라고 합니다.

<질문5> 그런데 남미의 좌파 정권들이 두 분류라는 분석도 있던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예, 흔히 브라질 대통령 룰라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 이름을 따서, 룰라 형하고 차베스 형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룰라 형이라 하면 좌파이지만 경제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따르는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로 손꼽히는 칠레 역시 룰라형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차베스 형은 뚜렷한 반미노선을 내세우는 형입니다. 이런 나라들은 대부분 석유나 천연가스등 자원을 매개로 부를 축적하고 이 부를 갖고 미국과 맞서고 있습니다. 볼리비아가 앞으로 전형적인 차베스형으로 갈 가능성이 확실한 나라입니다.

<질문 6> 한 때 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렸는데 이제 옛말이 됐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미국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변> 미국은 일단 남미국가들에 대해 반미는 고립이고 미국이 받는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남미 좌파 바람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미의 맏형격인 브라질을 매개로 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곳 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매코맥 대변인은 브라질이 남미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위한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앞으로 각 나라와 개별적인 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상파울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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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에 부는 좌파 바람
    • 입력 2006-01-20 10:35:0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의 뒷마당이라던 남미 대륙에 반미 좌파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칠레 대선에서 미첼 바첼렛이라는 좌파 여성대통령이 처음으로 탄생했는데요 지난해 말에는 볼리비아에서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원주민 출신 에보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올해 줄지어 예정된 남미 국가들의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들의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남미의 좌파 집권 도미노 현상, 상파울루 권순범 특파원을 위성으로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권 특파원! <질문1> 먼저, 칠레는 다소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좌파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됐습니까? <답변> 예, 미첼 바첼렛이란 칠레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 지난 일요일입니다. 득표율이 53.5%로 우파 연합으로 나온 경쟁자보다 7% 높습니다. 이는 현 대통령인 라고스가 지난 2000년 대선 때 경쟁자보다 2.6%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얻은 것입니다. 칠레가 가톨릭 국가로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너그러운 나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성인 바첼렛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이번 칠레 대선의 특징입니다. 바첼렛의 승리 요인은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첼렛이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걸었다는등 개인적인 지지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바첼렛이 소속된 중도좌파연합이 지난 16년 동안 집권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등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중도좌파연합소속인 현 라고스 대통령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70%에 이르는 등 이른바 레임 덕 현상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질문2> 바첼렛 대통령 당선자는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낯선 인물인데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까? <답변> 미첼 바첼렛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73년 피노체트 군사정권 구테타때 고문으로 숨진 공군 장성의 딸입니다. 본인도 당시 어머니와 함께 수감됐다가 3 주만에 풀려난 뒤 호주로 망명을 가서 소아과 의사로 일했습니다. 칠레에 다시 돌아와서는 본격적인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 뒤 2000년 라고스 현 대통령 정권에서 보건장관으로 기용됐고 지난 2002년에는 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질문3> 바첼렛 대통령의 당선은 최초의 여성이라는 의미 말고도 남미에 불고 있는 좌파 열풍의 연속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답변> 예, 그렇습니다. 최근에 실시된 볼리비아와 칠레 선거 결과가 그렇고 올 들어 남미에서 잇따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런 상황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아시는대로 볼리비아는 지난해 말 대선에서 극좌파라 할 수 있는 모랄레스란 원주민 출신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모랄레스는 선거운동 당시 자신의 당선이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 말하는 등 철저한 반미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대선이 치러진 칠레는 중도좌파인 바첼렛이 당선됐습니다. 4월이면 페루에서 대선이 있습니다. 역시 좌파이면서 여성인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 보도입니다. 그 다음 달인 5월에는 콜롬비아가 대선을 치르는데 우파인 현 대통령 우리베의 재선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10월에는 에콰도르 대선이 이어집니다. 사회주의자인 아길레라가 현 대통령 팔라치오에 맞서 치열한 표싸움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10월에는 남미의 맹주격인 브라질에서도 선거가 치러집니다. 현 대통령인 룰라의 재선가능성이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좌파정권을 계속 이어간다는데는 이론이 없는 듯 합니다. 12월에는 베네수엘라 선거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차베스가 또 다시 승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차베스는 잘 아시다시피 1998년 정권을 잡은 이후 막대한 석유자본을 등에 업고 미국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반미의 선봉자격인 인물입니다. 그리고 올해 대선은 없지만 남미의 주요국가인 아르헨티나가 좌파 정권이고 우루과이 역시 사회민주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우는 좌파지도자 바스케스가 대통령입니다. 70년대 남미를 휩쓸던 좌파 열풍이 다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질문4> 그러면 왜 이렇게 남미에서 좌파 바람이 거세다고 보십니까? <답변> 남미에 불고 있는 좌파 도미노현상은 다른 말로 하면 반미 자주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이 미국이 추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 재협상은 고사하고 반미 반부시 성토장으로 변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 남미에는 미국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을 싫어하느냐. 다른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이른바 신자유주의정책 실패가 그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남미는 나라마다 물론 다소 다르지만 지난 80년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90년대 들어,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를 따릅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없이 받아들인 신자유주의는 대부분 나라에서 양극화를 불렀고 그 결과가 빈곤과 실업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3억명이 넘는 남미 인구 가운데 1억명 이상이 빈민층이라고 합니다. <질문5> 그런데 남미의 좌파 정권들이 두 분류라는 분석도 있던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예, 흔히 브라질 대통령 룰라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 이름을 따서, 룰라 형하고 차베스 형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룰라 형이라 하면 좌파이지만 경제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따르는 것입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로 손꼽히는 칠레 역시 룰라형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차베스 형은 뚜렷한 반미노선을 내세우는 형입니다. 이런 나라들은 대부분 석유나 천연가스등 자원을 매개로 부를 축적하고 이 부를 갖고 미국과 맞서고 있습니다. 볼리비아가 앞으로 전형적인 차베스형으로 갈 가능성이 확실한 나라입니다. <질문 6> 한 때 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렸는데 이제 옛말이 됐군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미국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변> 미국은 일단 남미국가들에 대해 반미는 고립이고 미국이 받는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남미 좌파 바람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미의 맏형격인 브라질을 매개로 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곳 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 매코맥 대변인은 브라질이 남미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위한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앞으로 각 나라와 개별적인 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상파울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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