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약에 찌들어 간다

입력 2006.03.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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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이, 이번 전인대에서도 엿보입니다만 중국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들 역시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마약문제가 심각한데요.

동남아 등지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이 이미 대륙 깊숙이 퍼져가고 있고 주사기를 통해 에이즈까지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청나라를 파멸로 몰고 간 마약, 21세기 중국을 또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박상민 순회특파원이 마약에 취한 중국, 그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아편으로 만든 백색가루 헤로인, 금값 보다 열배나 비싼 헤로인은 인간의 뇌를 지배해 쾌락으로 안내합니다. 불에 달궈 연기를 마시거나 물에 녹여 주사하면 환상은 눈앞의 현실이 됩니다. 200년 전 아편 중독의 쓰린 기억을 간직한 중국이 또다시 이 백색가루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인터뷰>헤로인 상습 흡연자: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헤로인을 흡연하면 몸이 나른해집니다."


중국 남서부의 미얀마 접경지역, 미얀마 주민들이 검문소를 거쳐 국경을 넘어옵니다. 입국자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정은 딴판입니다.

국경선을 따라 늘어선 철책은 오히려 밀입국 통로로 쓰입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좁은 철책 사이로 마치 내 집 드나들듯 합니다. 밀입국자는 대기하고 있던 택시가 실어나릅니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미얀마 인파 속에는 또 다른 불청객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동남아 최대의 양귀비 재배지 골든 트라이 앵글에서 만들어진 마약입니다.

<인터뷰>접경지역 주민: "철창 사이로 약 봉지를 넘겨줍니다. 많이 가져오지는 못하고 조금씩 가져옵니다."


중국측 접경도시 루일리는 밀수된 마약의 1차 소비지입니다. 시내 한 주차장, 차량 뒤에 몸을 숨긴 남성에게 주사기가 들려 있습니다. 액체가 가득 담긴 주사기를 손에 들고 바지를 내린 뒤 가랑이 어딘가를 유심히 살핍니다. 가랑이 사이 혈관에 마약을 주사하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도 정신이 팔린 사내는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못합니다.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마약 주사는 5분 넘게 계속됐습니다.

<인터뷰>마약 경험자: "다른 곳에 찌르면 약효가 느리게 나타납니다. 가랑이가 아닌 곳에 찌르면 약 효과가 늦게 나타납니다."

루일리 인근의 농촌 마을도 마약으로 멍들어가고 있습니다. 골든 트라이 앵글에서 밀수된 마약을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중독자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이 마을 젊은 사람의 1/3 정도가 마약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일찍 숨지거나 손에서 일을 놓으면서 농사일은 여성들의 몫이 됐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어져온 아편 복용의 폐단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예전부터 미얀마에서 아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정부가 단속도 안하고 교육도 안 해서 마음대로 피웠습니다."

건국초기 15%에 이르던 아편중독 환자를 일소했다는 중국.

하지만 최근 공식 집계한 마약중독자가 80만명으로 드러나면서 실제 중독자는 열배를 넘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곳은 마약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시설입니다. 마약환자가 늘면서 2년 전 위난성에 지어졌습니다.

중국 남방무역의 중심지 광저우, 최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강을 따라 현대화된 도심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광저우 역 주변엔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역 주변의 한 공사장, 노란 봉지를 든 마약 중독자가 헤로인 가루를 주사기에 털어넣습니다. 그리고 앰플을 꺼내 주사기 속에든 헤로인 가루와 섞습니다. 투약 준비를 마치자 팔뚝을 두드려 핏줄을 세운 뒤 주사기를 찔러 넣습니다.

도로변에 늘어앉은 이 사람들도 언뜻 노숙자들처럼 보이지만 모두 마약 중독자들입니다. 바닥에는 쓰고 버린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돌아앉은 한 청년은 주사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듯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쾌락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한번 쓴 주사기는 물로 씻은 뒤 바늘만 바꿔서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합니다. 백주 대낮에 길가에서 마약의 향연을 펼치는 이유는 따뜻한 햇볕 속에서 이른바 '최고의 낮잠'을 즐기기 위해섭니다.

바로 옆 길가, 한 여성이 다가온 남성에게 은밀하게 무언가 건넵니다. 단골손님들에게 마약을 파는 중개상인들입니다. 마약을 구입하고 싶다며 가격과 품질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지금 살 수 있습니까?) 살 수 있습니다. (얼마입니까?) 1그램에 4백원, 반 그램은 2백원입니다. (품질은 좋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돌아서는 취재진에게 중개상은 꼭 연락하라며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줬습니다. 역 주변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뒤 버린 주사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들끼리 돌려쓰는 주사기는 특히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인터뷰>광저우 주민: "마약환자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있어서 보면 자연스럽게 피하게 됩니다."


중국 서남부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넘어온 마약은 서북부 아프가니스탄 쪽 마약과 함께 동진을 계속해 중국 내륙까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곳 톈진과 베이징 등에까지 깊숙이 퍼져있습니다. 올림픽 앞둔 중국정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는 어김없이 마약을 경고하는 포스터가 나붙었지만 마약 중독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중국 동북부의 마약보급지 톈진의 밤거리, 헤로인과 아편, 엑스터시 등 서부지역에서 대량으로 넘어온 마약은 베이징 등 인근 지역으로 팔려나갑니다.

나이트 클럽과 술집 등에서는 광란의 밤을 보내려는 젊은 중독자들이 모여듭니다. 한자어로 요두환, 즉 머리흔드는 약으로 불리는 엑스터시는 정신착란을 통해 흥분에 이르게 하는 약물입니다. 안면만 트면 어느 술집에서건 즉석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엑스터시를 주문하자 술집 종업원이 비닐에 싸인 엑스터시 2알을 가져옵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이 약을 먹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범죄조직원들이 많이 먹고 놉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은 이미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선만 연간 백만톤의 생아편이 생산돼 전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한국으로도 마약이 넘어갑니까?) 가능합니다. (넘어간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밀수를 해 가는 나름대로의 루트가 있습니다. "


마약중독자 신고 포상금 우리 돈 2천만원, 마약 50g이상 소지 땐 사형,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여도 죽음을 무릅쓴 아편 탐닉은 남녀노소, 직업의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 환자의 70% 이상이 마약 정맥주사로 감염됐다는 통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의 수렁에서 초점을 잃은 눈동자, 아편전쟁이 난지 160여년이 지났지만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중국이 또 다시 백색가루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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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마약에 찌들어 간다
    • 입력 2006-03-10 10:45:1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이, 이번 전인대에서도 엿보입니다만 중국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들 역시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마약문제가 심각한데요. 동남아 등지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이 이미 대륙 깊숙이 퍼져가고 있고 주사기를 통해 에이즈까지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청나라를 파멸로 몰고 간 마약, 21세기 중국을 또 다시 위협하고 있습니다. 박상민 순회특파원이 마약에 취한 중국, 그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아편으로 만든 백색가루 헤로인, 금값 보다 열배나 비싼 헤로인은 인간의 뇌를 지배해 쾌락으로 안내합니다. 불에 달궈 연기를 마시거나 물에 녹여 주사하면 환상은 눈앞의 현실이 됩니다. 200년 전 아편 중독의 쓰린 기억을 간직한 중국이 또다시 이 백색가루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인터뷰>헤로인 상습 흡연자: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헤로인을 흡연하면 몸이 나른해집니다." 중국 남서부의 미얀마 접경지역, 미얀마 주민들이 검문소를 거쳐 국경을 넘어옵니다. 입국자는 신고를 해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정은 딴판입니다. 국경선을 따라 늘어선 철책은 오히려 밀입국 통로로 쓰입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좁은 철책 사이로 마치 내 집 드나들듯 합니다. 밀입국자는 대기하고 있던 택시가 실어나릅니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미얀마 인파 속에는 또 다른 불청객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동남아 최대의 양귀비 재배지 골든 트라이 앵글에서 만들어진 마약입니다. <인터뷰>접경지역 주민: "철창 사이로 약 봉지를 넘겨줍니다. 많이 가져오지는 못하고 조금씩 가져옵니다." 중국측 접경도시 루일리는 밀수된 마약의 1차 소비지입니다. 시내 한 주차장, 차량 뒤에 몸을 숨긴 남성에게 주사기가 들려 있습니다. 액체가 가득 담긴 주사기를 손에 들고 바지를 내린 뒤 가랑이 어딘가를 유심히 살핍니다. 가랑이 사이 혈관에 마약을 주사하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다가가도 정신이 팔린 사내는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못합니다.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마약 주사는 5분 넘게 계속됐습니다. <인터뷰>마약 경험자: "다른 곳에 찌르면 약효가 느리게 나타납니다. 가랑이가 아닌 곳에 찌르면 약 효과가 늦게 나타납니다." 루일리 인근의 농촌 마을도 마약으로 멍들어가고 있습니다. 골든 트라이 앵글에서 밀수된 마약을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중독자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이 마을 젊은 사람의 1/3 정도가 마약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일찍 숨지거나 손에서 일을 놓으면서 농사일은 여성들의 몫이 됐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어져온 아편 복용의 폐단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예전부터 미얀마에서 아편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정부가 단속도 안하고 교육도 안 해서 마음대로 피웠습니다." 건국초기 15%에 이르던 아편중독 환자를 일소했다는 중국. 하지만 최근 공식 집계한 마약중독자가 80만명으로 드러나면서 실제 중독자는 열배를 넘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 곳은 마약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시설입니다. 마약환자가 늘면서 2년 전 위난성에 지어졌습니다. 중국 남방무역의 중심지 광저우, 최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강을 따라 현대화된 도심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광저우 역 주변엔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습니다. 역 주변의 한 공사장, 노란 봉지를 든 마약 중독자가 헤로인 가루를 주사기에 털어넣습니다. 그리고 앰플을 꺼내 주사기 속에든 헤로인 가루와 섞습니다. 투약 준비를 마치자 팔뚝을 두드려 핏줄을 세운 뒤 주사기를 찔러 넣습니다. 도로변에 늘어앉은 이 사람들도 언뜻 노숙자들처럼 보이지만 모두 마약 중독자들입니다. 바닥에는 쓰고 버린 주사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돌아앉은 한 청년은 주사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듯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쾌락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한번 쓴 주사기는 물로 씻은 뒤 바늘만 바꿔서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합니다. 백주 대낮에 길가에서 마약의 향연을 펼치는 이유는 따뜻한 햇볕 속에서 이른바 '최고의 낮잠'을 즐기기 위해섭니다. 바로 옆 길가, 한 여성이 다가온 남성에게 은밀하게 무언가 건넵니다. 단골손님들에게 마약을 파는 중개상인들입니다. 마약을 구입하고 싶다며 가격과 품질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지금 살 수 있습니까?) 살 수 있습니다. (얼마입니까?) 1그램에 4백원, 반 그램은 2백원입니다. (품질은 좋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돌아서는 취재진에게 중개상은 꼭 연락하라며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줬습니다. 역 주변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뒤 버린 주사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들끼리 돌려쓰는 주사기는 특히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인터뷰>광저우 주민: "마약환자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란 생각이 있어서 보면 자연스럽게 피하게 됩니다." 중국 서남부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넘어온 마약은 서북부 아프가니스탄 쪽 마약과 함께 동진을 계속해 중국 내륙까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곳 톈진과 베이징 등에까지 깊숙이 퍼져있습니다. 올림픽 앞둔 중국정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는 어김없이 마약을 경고하는 포스터가 나붙었지만 마약 중독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중국 동북부의 마약보급지 톈진의 밤거리, 헤로인과 아편, 엑스터시 등 서부지역에서 대량으로 넘어온 마약은 베이징 등 인근 지역으로 팔려나갑니다. 나이트 클럽과 술집 등에서는 광란의 밤을 보내려는 젊은 중독자들이 모여듭니다. 한자어로 요두환, 즉 머리흔드는 약으로 불리는 엑스터시는 정신착란을 통해 흥분에 이르게 하는 약물입니다. 안면만 트면 어느 술집에서건 즉석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엑스터시를 주문하자 술집 종업원이 비닐에 싸인 엑스터시 2알을 가져옵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이 약을 먹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범죄조직원들이 많이 먹고 놉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은 이미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선만 연간 백만톤의 생아편이 생산돼 전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인터뷰>마약 중개상인: "(한국으로도 마약이 넘어갑니까?) 가능합니다. (넘어간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밀수를 해 가는 나름대로의 루트가 있습니다. " 마약중독자 신고 포상금 우리 돈 2천만원, 마약 50g이상 소지 땐 사형,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여도 죽음을 무릅쓴 아편 탐닉은 남녀노소, 직업의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 환자의 70% 이상이 마약 정맥주사로 감염됐다는 통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의 수렁에서 초점을 잃은 눈동자, 아편전쟁이 난지 160여년이 지났지만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중국이 또 다시 백색가루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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