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뒷전’ 두번 우는 성폭행 피해자

입력 2006.04.21 (22:08)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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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폭행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대책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직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있었던 일을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옛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김 모씨가 서울 금천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 10일.

경찰관들은 고소장을 내려는 김씨에게 증거도 없으면서 어떻게 고소를 하러 왔냐며 다그쳤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성폭행 피해자): "당신이 원해서 성관계한 거 아니냐, 술 먹어서 기억 안난다면서 증거도 없이 무슨 당했다고 주장하느냐"

경찰은 고소장 접수를 놓고도 미적거렸습니다.

성폭행과 관련한 폭력사건이 이미 다른 경찰서에 접수됐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김 씨는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울면서 경찰서를 나왔고, 이튿날 다른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성폭행 피해자): "성관계, 강간 그런 단어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니까...굉장히 창피하고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인터뷰> 담당 경찰관: "직원들끼리 강간이 되나 안되나 이제 그런 얘기지 여자한테 대고 얘기한 건 하나도 없다.(고소장 접수를 거부하지 않았나?) 거부할 이유가 없지요, 경찰서에서"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지난 19일 정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 인권 대책을 내놓고 수사지침서까지 만들어 보급했지만 일선 경찰서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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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는 뒷전’ 두번 우는 성폭행 피해자
    • 입력 2006-04-21 21:34:19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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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폭행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대책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직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 피해자를 다그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있었던 일을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옛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김 모씨가 서울 금천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 10일. 경찰관들은 고소장을 내려는 김씨에게 증거도 없으면서 어떻게 고소를 하러 왔냐며 다그쳤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성폭행 피해자): "당신이 원해서 성관계한 거 아니냐, 술 먹어서 기억 안난다면서 증거도 없이 무슨 당했다고 주장하느냐" 경찰은 고소장 접수를 놓고도 미적거렸습니다. 성폭행과 관련한 폭력사건이 이미 다른 경찰서에 접수됐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김 씨는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울면서 경찰서를 나왔고, 이튿날 다른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성폭행 피해자): "성관계, 강간 그런 단어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니까...굉장히 창피하고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인터뷰> 담당 경찰관: "직원들끼리 강간이 되나 안되나 이제 그런 얘기지 여자한테 대고 얘기한 건 하나도 없다.(고소장 접수를 거부하지 않았나?) 거부할 이유가 없지요, 경찰서에서"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지난 19일 정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이후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 인권 대책을 내놓고 수사지침서까지 만들어 보급했지만 일선 경찰서에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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