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도둑' 골프장

입력 2000.06.2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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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부 골프장들이 잔디에 줄 물로 저수지 물을 몰래 빼 쓰는 바람에 인근 논에서는 물이 없어 농사를 못 짓고 있습니다.
과연 잔디를 살리자고 농사를 망쳐야 하는지 참으로 어이 없는 일입니다.
기동 취재부 권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대형 골프장.
말라버린 잔디에 물을 주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전국의 골프장 130여 곳에서 사용되는 물은 하루 평균 13만여 톤.
인구 50만인 경남 창원시민들의 하루 물 사용량보다 1만톤이나 더 많습니다.
문제는 골프장 대부분이 산림지역에 건설돼 있어 용수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골프장 관계자: 하루 소요량이 천 톤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골프장이 그 정도 물량을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기자: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부족 현상이 심각한 골프장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물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건설공사가 한창인 경기도의 골프장.
이 골프장은 물을 끌어쓰기 위해 저수지 근처에 불법으로 지하관정을 팠습니다.
⊙골프장 관리이사: 골프장은 물이 생명입니다.
잔디가 물먹고 사는 데 될 수 있으면 많은 장소에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기자: 이 같은 불법을 단속해야 할 관할 시청은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안성시청 담당과장: 실무자가 나가 보니까 집수정 탱크로 물을 저수하는 줄로만 알았다는 얘기지...
⊙기자: 골프장이 지하 관정을 통해 물을 몰래 빼가는 바람에 주변 논은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농민: 예년에는 물이 안 말랐는데 (이제는) 밭이 돼 버렸어요.
⊙기자: 장비를 동원해 관정의 물을 퍼냈습니다.
우물 맨 밑바닥에서 수평으로 7, 80m씩, 논과 저수지쪽으로 구멍이 7개나 뚫려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재동(탐사업체 사장): 구멍이 7구멍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두 구멍은 저수지 방향으로 향한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기자: 농업용수로만 써야 하는 저수지 물을 몰래 빼쓰려 한 것입니다.
나무로 구멍 입구를 막아봤지만 유입양이 많아 틈새로 쉴새없이 물이 흘러나옵니다.
⊙이승호(상지대 교수): 지금 상태는 수평 보링이 돼 있는 상태이므로 논과 저수지물들이 유입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자: 그러나 골프장측은 농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감쪽 같이 속여왔습니다.
⊙농민: 수평으로 뚫은 건 하나도 없고 눈에 보이는 대로 (수직)만 팠다고 했습니다.
⊙기자: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27홀짜리 골프장.
이곳도 불법을 저지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관정의 개발용도를 농업용으로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기자: 위법이 아닙니까?
⊙한국수자원 공사관계자: 위법이죠. 그런 경우는 허위신고이기 때문에 벌칙조항에도 해당되고...
⊙기자: 농사에 없어서는 안될 저수지 물까지 빼쓰는 골프장의 불법행위와 현장조사를 외면하는 당국의 무책임 속에 농민들의 마음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권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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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도둑' 골프장
    • 입력 2000-06-2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일부 골프장들이 잔디에 줄 물로 저수지 물을 몰래 빼 쓰는 바람에 인근 논에서는 물이 없어 농사를 못 짓고 있습니다. 과연 잔디를 살리자고 농사를 망쳐야 하는지 참으로 어이 없는 일입니다. 기동 취재부 권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대형 골프장. 말라버린 잔디에 물을 주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전국의 골프장 130여 곳에서 사용되는 물은 하루 평균 13만여 톤. 인구 50만인 경남 창원시민들의 하루 물 사용량보다 1만톤이나 더 많습니다. 문제는 골프장 대부분이 산림지역에 건설돼 있어 용수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골프장 관계자: 하루 소요량이 천 톤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골프장이 그 정도 물량을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기자: 사정이 이렇다보니 물부족 현상이 심각한 골프장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물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건설공사가 한창인 경기도의 골프장. 이 골프장은 물을 끌어쓰기 위해 저수지 근처에 불법으로 지하관정을 팠습니다. ⊙골프장 관리이사: 골프장은 물이 생명입니다. 잔디가 물먹고 사는 데 될 수 있으면 많은 장소에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기자: 이 같은 불법을 단속해야 할 관할 시청은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안성시청 담당과장: 실무자가 나가 보니까 집수정 탱크로 물을 저수하는 줄로만 알았다는 얘기지... ⊙기자: 골프장이 지하 관정을 통해 물을 몰래 빼가는 바람에 주변 논은 바닥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농민: 예년에는 물이 안 말랐는데 (이제는) 밭이 돼 버렸어요. ⊙기자: 장비를 동원해 관정의 물을 퍼냈습니다. 우물 맨 밑바닥에서 수평으로 7, 80m씩, 논과 저수지쪽으로 구멍이 7개나 뚫려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재동(탐사업체 사장): 구멍이 7구멍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두 구멍은 저수지 방향으로 향한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기자: 농업용수로만 써야 하는 저수지 물을 몰래 빼쓰려 한 것입니다. 나무로 구멍 입구를 막아봤지만 유입양이 많아 틈새로 쉴새없이 물이 흘러나옵니다. ⊙이승호(상지대 교수): 지금 상태는 수평 보링이 돼 있는 상태이므로 논과 저수지물들이 유입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자: 그러나 골프장측은 농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감쪽 같이 속여왔습니다. ⊙농민: 수평으로 뚫은 건 하나도 없고 눈에 보이는 대로 (수직)만 팠다고 했습니다. ⊙기자: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27홀짜리 골프장. 이곳도 불법을 저지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관정의 개발용도를 농업용으로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기자: 위법이 아닙니까? ⊙한국수자원 공사관계자: 위법이죠. 그런 경우는 허위신고이기 때문에 벌칙조항에도 해당되고... ⊙기자: 농사에 없어서는 안될 저수지 물까지 빼쓰는 골프장의 불법행위와 현장조사를 외면하는 당국의 무책임 속에 농민들의 마음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KBS뉴스 권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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