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멀티방 ‘침대’에 ‘샤워기’까지

<앵커 멘트>

노래방, PC방, 또 DVD방, 우리나라에 방 참 많죠 그래서 이 모든 걸 한 방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방 이란 곳도 생겼고요

네, 이 멀티방, 복합 문화 공간이라 해서 가족, 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전한 공간으로 시작됐는데요, 이게
엉뚱하게 변질되기도 한다죠

네, 일부 멀티방들 보면,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는 밀폐된 공간에 남녀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는데요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김기흥 기자, 10대들의 성 해방구로 변질되고 있는 일부 멀티방들의 실태, 보여주신다고요

<기자 멘트>

네, 멀티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3.3제곱미터의 모텔이었습니다.

폐쇄된 공간에 침대는 물론 샤워기까지 갖춰져 있었는데요.

밤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입장이 금지돼 있지만 멀티방에서 신분증 검사는 아예 없었습니다.

도리어 돈을 내고 빌리는 방인 만큼 누가 방해를 하겠냐며 10대들의 탈선을 부추기고 있었는데요.

모텔 뺨치는 변종 멀티방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공간에서 모든 문화생활이 가능한 멀티방. 가족, 친구,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죠.

<인터뷰> 김진석 (인천시 강화군) : "게임하거나 영화 볼 때도 있고 노래방 기계 이용해서 노래할 때도 있어요. 한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시설보다 좋은 것 같아요. "

이렇게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해 생겨난 곳, 하지만 실제 십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녹취> "멀티방이요? 멀티방은 그냥 성관계하는 데죠. "

<녹취> "(여자 친구랑 가서) 몸의 대화를 나누죠. 남녀끼리 가면 모텔 아닌가요."

<녹취> "(욕실 있는 멀티방도 있어요?) 욕실 있어요. 침대도 있고요. (멀티방 어디에 많이 있어요?) 여기 밑에도 하나 있고 골목에도 하나 있어요. "

저렴한데다가, 모텔, 디브이디방과 달리 청소년이 쉽게 출입할 수 있고, 방 안에서라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멀티방. 이렇게 놀이문화 외의 용도로 변모되고 있는데요.

<녹취> "(멀티방인가요?) 네. 그런 유형이죠. (거기 가면 뭐 할 수 있나요?) 영화 볼 수 있고 TV, PC 이용할 수 있고요. 안에 화장실 있고 샤워시설도 있고 그렇죠. 자유공간이니까 돈 내고 방 빌리는 건데 (방 안에서 뭘 하든) 누가 뭐라 그러겠어요. "

실제로 변종 멀티방이 성업되고 있다고 해 찾아가 봤습니다.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가게 입구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허름한 사무실 안, 구색만 갖춘 인테리어로 꾸며진 멀티방입니다.

카운터 앞에서 만난 어린 남녀 커플은 담요를 빌려 방으로 들어가는데요.

<녹취> 멀티방 업주 : "(자고 가도 되나요?) 그럼요. 정액제 끊고 자고 갈 수도 있고. (심야 정액권은 얼마에요?) (말) 작은방 기준으로 2만 7천 원. (린스하고 보디클렌저에요?)"

카운터에선 세면도구가 판매되고 있고, 별다른 제지 없이 방을 안내받습니다. 좁은 복도를 따라 문이 꼭 잠긴 방들이 줄지어 있는데, 열쇠에 쓰인 방호수를 찾아 가보니.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고요.

비좁은 소파형 침대가 놓여진 1평 남짓한 밀폐 공간, 컴퓨터와 텔레비전, 로션이 구비된 모습이 모텔과 똑같습니다.

방 한쪽 통 유리문을 열자 좁은 화장실 안에 샤워기까지 설치된 이곳에서, 청소년의 성행위가 벌어진다면 막을 수 있을까요?

덮을 수 있는 이불과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린 음란동영상.. 이 같은 변종 멀티방은 이미 십대들의 성해방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멀티방은 유해업소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진 마땅히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태.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인 멀티방의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는데요.

<녹취> 멀티방 종업원 : "저희는 신분증 검사를 다 해요. 좀 어려 보인다 싶으면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솔직히 전체적으로 다 하기는 힘들죠. 어디 가보면 다 신분증 제시하라고 하는데 되게 귀찮아요. "

신분증 검사를 통해 청소년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멀티방에 실제 십대 학생과 함께 들어가 봤습니다.

특히 모든 멀티방의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요.

늦은 시간까지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한 멀티방, 하지만 신분증 확인 절차는커녕, 오히려 친절히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해줍니다.

<녹취> 멀티방 종업원 : "두 시간에 만 이천 원이고 두 시간 지나면 추가 요금 있어요. DVD는 여기 다 저장돼 있으니까 골라서 보시면 되고 TV도 되고 인터넷도 되니까 없으면 다운받아 보시면 돼요. "

신개념 서비스 시설처럼 보이는 이곳도 방문을 잠그면 여지없이 밀폐된 공간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임시 판넬로 유리창이 가려져 있다면 10시 이전에도, 청소년을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데. 허울뿐인 청소년 출입금지 규정마저 10대의 탈선을 부추깁니다.

<녹취> 청소년 : "(10시 넘었는데 신분증 검사 안 해요?) 안 해요. 안 하던데요. (그냥 들어가요?) 네. (밖에서) 아무도 볼 수 없고 다 막혀있고 뭘 해도 안 보여요. "

멀티방 안 청소년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최근 정부는 멀티방을 단속할 법적근거를 마련했는데요

<인터뷰> 강영민 사무관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 : "사실 멀티방이 비디오방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업종이 ‘복합게임유통제공업’이 아니라 ‘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이 되게 되고요. 청소년 출입이 금지 되게 됩니다."

바뀐 법망을 피해 또 다른 변종 업소가 등장하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책과 청소년 문화에 대한 바른 의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