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 악용 졸피뎀, 인터넷 주문하니…

입력 2013.02.04 (08:36) 수정 2013.02.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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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면증 환자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약으로, '졸피뎀'이란 게 있습니다.

수면유도제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이 약을 성범죄에 쓰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의사들이 졸피뎀을 써서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까지 있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의사들마저 이런 다니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약이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나 봐요.

<기자 멘트>

정말 그렇습니다.

졸피뎀을 처방 받기 위해 시내 병원을 직접 다녀봤습니다.

특별한 검사 없이 처방받을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돈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퀵 서비스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졸피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인지 그 실태를 집중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고교 선후배 의사 2명이 SNS를 통해 만난 여성을 집으로 초대해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던 중, 여성이 잠들자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시던 윤씨와 동료 등 3명은 여성이 깊은 잠에 빠지자 집단 성폭행했는데요.

두 사건의 피해 여성들이 마신 술에는 모두 ‘졸피뎀’이라는 수면유도제가 들어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혈액검사를 하다 보니까 결과에 (수면제인) 졸피뎀이라는 성분이 나와서…."

최면 진정제로 분류되고 있는 졸피뎀.

졸피뎀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약효 지속시간이 다른 수면제에 비해 매우 짧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최근 불면증 환자를 위한 수면유도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조애경(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 "이 약을 복용하면 대개 30분 이내로 짧은 시간에 잠이 들게 되고요. 4~5시간이 지나면 잠이 깨게 돼서 지속시간이 짧고 빨리 수면이 유도되기 때문에 큰 부작용 없이 일시적인 수면장애 때 처방이 가능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졸피뎀이 성폭행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46살 장모씨는 20대 여성 신모씨가 한 취업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면접을 보자며 유인한 뒤 졸피뎀이 든 커피를 건넸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면접자리에서 커피를 마신 신씨는 그 이후의 상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면접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엘리베이터를 탄) 그 부분은 아예 기억이 없으니까 몰랐는데, CCTV 보니까 올라갈 때는 제가 그냥 벽에 기대서 있고, 내려올 때는 상태가 더 안 좋았는지 제가 (어디) 지탱하지 않고는 아예 못 서 있었어요. 비틀비틀"

다만, 우연히 신씨의 휴대전화에 장씨와의 짧은 대화내용이 녹음되면서 그때의 일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장씨는 졸피뎀을 마신 신씨에게 ‘성매매’를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그러면 이렇게 하자. 그냥 고정급으로 하지 말고, 그냥 건당, 건당 얼마씩 해서 잠자리를 하자. (그래서 결론이 뭔가요?) 결론? 자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겠지..”

이처럼 졸피뎀을 복용하면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각 상태에서 깨어나게 되면 자신의 행동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성범죄에 악용된다면 피해 여성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조애경(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 "행동에 대한 정상적이지 않은 판단력 장애나 행동력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간혹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졸피뎀을 이용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관리는 여전히 허술합니다.

취재진이 직접 병원에 찾아가, 잠을 잘 못 잔다며 졸피뎀 처방을 요구해 봤는데요.

<녹취> 내과 전문의(음성변조) : "(어떤 게 처방되는 거예요?) 수면유도제. 일단 급한 대로 본인이 일주일 동안 너무나 고생했으니까 보호받으시라고 처방한 약품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졸피뎀 등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1년 32만7946명으로 4년 새 73%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과다 처방하고 조제해준 의사와 약사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환자가 중독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성인 한 명이 40년 넘게 복용할 수 있는 양을 처방해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00(졸피뎀 중독) : "(음성변조) (보험) 비급여로 하니까 너도나도 다 해줬어요. 치사량이라고 하면서 600개까지 주더라고요. (구입비로) 800만 원쯤 썼어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도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졸피뎀’을 입력하자,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서 수입 졸피뎀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판매자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러자 판매자는 약품의 효과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는데요.

심지어 ‘작업용’으로 사용할 때는 상대에게 3알을 한꺼번에 먹이라며 위험한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제시합니다.

게시판에 나온 번호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졸피뎀 판매자(음성변조) : "(여의도 쪽인데 오늘 신청하면 오늘 받을 수 있어요?) 확실히 물건은 30분 안에 가고 출발 전에 전화가 갑니다. 주문은 주문서로 해주시고요."

전문가들은 권장용량을 초과해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프로포폴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관리대책이 만들어진 것처럼, 의약품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졸피뎀 등 수면유도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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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폭행 악용 졸피뎀, 인터넷 주문하니…
    • 입력 2013-02-04 08:39:22
    • 수정2013-02-04 09: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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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면증 환자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약으로, '졸피뎀'이란 게 있습니다. 수면유도제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이 약을 성범죄에 쓰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의사들이 졸피뎀을 써서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까지 있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의사들마저 이런 다니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약이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나 봐요. <기자 멘트> 정말 그렇습니다. 졸피뎀을 처방 받기 위해 시내 병원을 직접 다녀봤습니다. 특별한 검사 없이 처방받을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돈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퀵 서비스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졸피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인지 그 실태를 집중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고교 선후배 의사 2명이 SNS를 통해 만난 여성을 집으로 초대해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던 중, 여성이 잠들자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시던 윤씨와 동료 등 3명은 여성이 깊은 잠에 빠지자 집단 성폭행했는데요. 두 사건의 피해 여성들이 마신 술에는 모두 ‘졸피뎀’이라는 수면유도제가 들어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혈액검사를 하다 보니까 결과에 (수면제인) 졸피뎀이라는 성분이 나와서…." 최면 진정제로 분류되고 있는 졸피뎀. 졸피뎀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약효 지속시간이 다른 수면제에 비해 매우 짧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최근 불면증 환자를 위한 수면유도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조애경(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 "이 약을 복용하면 대개 30분 이내로 짧은 시간에 잠이 들게 되고요. 4~5시간이 지나면 잠이 깨게 돼서 지속시간이 짧고 빨리 수면이 유도되기 때문에 큰 부작용 없이 일시적인 수면장애 때 처방이 가능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졸피뎀이 성폭행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46살 장모씨는 20대 여성 신모씨가 한 취업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면접을 보자며 유인한 뒤 졸피뎀이 든 커피를 건넸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면접자리에서 커피를 마신 신씨는 그 이후의 상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면접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저는 (엘리베이터를 탄) 그 부분은 아예 기억이 없으니까 몰랐는데, CCTV 보니까 올라갈 때는 제가 그냥 벽에 기대서 있고, 내려올 때는 상태가 더 안 좋았는지 제가 (어디) 지탱하지 않고는 아예 못 서 있었어요. 비틀비틀" 다만, 우연히 신씨의 휴대전화에 장씨와의 짧은 대화내용이 녹음되면서 그때의 일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장씨는 졸피뎀을 마신 신씨에게 ‘성매매’를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그러면 이렇게 하자. 그냥 고정급으로 하지 말고, 그냥 건당, 건당 얼마씩 해서 잠자리를 하자. (그래서 결론이 뭔가요?) 결론? 자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겠지..” 이처럼 졸피뎀을 복용하면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각 상태에서 깨어나게 되면 자신의 행동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성범죄에 악용된다면 피해 여성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조애경(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 "행동에 대한 정상적이지 않은 판단력 장애나 행동력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간혹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졸피뎀을 이용한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관리는 여전히 허술합니다. 취재진이 직접 병원에 찾아가, 잠을 잘 못 잔다며 졸피뎀 처방을 요구해 봤는데요. <녹취> 내과 전문의(음성변조) : "(어떤 게 처방되는 거예요?) 수면유도제. 일단 급한 대로 본인이 일주일 동안 너무나 고생했으니까 보호받으시라고 처방한 약품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졸피뎀 등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1년 32만7946명으로 4년 새 73%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과다 처방하고 조제해준 의사와 약사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환자가 중독 상태인 것을 알면서도 성인 한 명이 40년 넘게 복용할 수 있는 양을 처방해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00(졸피뎀 중독) : "(음성변조) (보험) 비급여로 하니까 너도나도 다 해줬어요. 치사량이라고 하면서 600개까지 주더라고요. (구입비로) 800만 원쯤 썼어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넷에서도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졸피뎀’을 입력하자,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서 수입 졸피뎀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판매자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러자 판매자는 약품의 효과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는데요. 심지어 ‘작업용’으로 사용할 때는 상대에게 3알을 한꺼번에 먹이라며 위험한 방법을 아무렇지 않게 제시합니다. 게시판에 나온 번호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녹취> 졸피뎀 판매자(음성변조) : "(여의도 쪽인데 오늘 신청하면 오늘 받을 수 있어요?) 확실히 물건은 30분 안에 가고 출발 전에 전화가 갑니다. 주문은 주문서로 해주시고요." 전문가들은 권장용량을 초과해 복용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프로포폴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관리대책이 만들어진 것처럼, 의약품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졸피뎀 등 수면유도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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