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사고...예견된 인재

입력 1994.10.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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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이래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다짐해왔습니다. 항상 책임자의 처음 지시는 칼날 같으나 현장으로 내려가면서 무디어지게 돼 있습니다. 예산을 따지게 되고 인력을 탓하다 보면은 지시는 형식으로 지나쳐버리기 일수였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언론과 학계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상이 없다고 장담해왔던 서울시는, 사고가 나기 10시간 전에 성수대교 상판의 이상을 발견하고서도 대처에 소홀했었다는 소리도 지금 돌리고 있습니다.

배종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종호 기자 :

①성수대교가 주저앉기 불과 10시간 전인 어젯밤 9시반. 서울시 도로국산하 동부 건설 사업소측은, 오늘 무너져 내린 상판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상판 이음새의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도 비가 온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만 대충 마친 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수공사 현장 목격자 :

인부들 몇 명이 파란 봉고트럭 세워놓고, 비상등 세워놓고 교통 통제하는 사람 전혀 없이 거기서 공사하고 있는 걸 제가 봤어요.


“그 지점이 오늘 사고 난 지점 같습니까?”


그렇죠. 그 지점이죠.


배종호 기자 :

당국이 다른 상판에 대해서도 점검을 했더라면, 그리고 최소한 차량통제조치만이라도 취했다면 대형 참사만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②그러나 오늘 참사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고였습니다. 그동안 성수대교에 대한 각종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서울시는 성수대교가 완공된 지난 79년 이후 15년 동안 단 한차례의 정밀 안전진단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홍종민 서울시 하수국장 :

(20년 미만이기 때문에) 성수대교는 정밀진단에서 제외됐다.


배종호 기자 :

③무리한 하중이 가해진 것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오늘 사고가 난 성수대교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교통안내 표지판에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통행은 통제되고 있는 반면에 다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대형 화물트럭의 통행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통과하중 18톤으로 설계된 이곳에는, 수십 톤이 넘는 대형트럭이 집중돼 결국 오늘 사고를 부른 원인의 하나가 됐습니다.


택시 기사 :

자꾸 시간대로 승용차하고 못 들어가게 하고 화물차만 들어가게 하니까 하루 종일 지금 덤프트럭, 목재 실은 대형트럭들이 거의 매일 보면은 정차돼 있는 상태입니다.


배종호 기자 :

④다리를 관리하는 인력부족도 문제입니다. 평소 성수대교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동부 건설 사업소 직원은, 모두 7명. 성수대교 외에도 영동대교와 잠실대교 등, 모두 6개 다리의 관리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같이 허술한 관리와 감독 속에 이제 한강다리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 민 :

섬찟하죠. 오늘도 건너오는데 거기뿐만이 아니고 다른 다리도 걱정이 되더라니깐요.


배종호 기자 :

KBS 뉴스, 배종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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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대교 붕괴사고...예견된 인재
    • 입력 1994-10-21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이래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다짐해왔습니다. 항상 책임자의 처음 지시는 칼날 같으나 현장으로 내려가면서 무디어지게 돼 있습니다. 예산을 따지게 되고 인력을 탓하다 보면은 지시는 형식으로 지나쳐버리기 일수였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언론과 학계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상이 없다고 장담해왔던 서울시는, 사고가 나기 10시간 전에 성수대교 상판의 이상을 발견하고서도 대처에 소홀했었다는 소리도 지금 돌리고 있습니다.

배종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종호 기자 :

①성수대교가 주저앉기 불과 10시간 전인 어젯밤 9시반. 서울시 도로국산하 동부 건설 사업소측은, 오늘 무너져 내린 상판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상판 이음새의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도 비가 온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만 대충 마친 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수공사 현장 목격자 :

인부들 몇 명이 파란 봉고트럭 세워놓고, 비상등 세워놓고 교통 통제하는 사람 전혀 없이 거기서 공사하고 있는 걸 제가 봤어요.


“그 지점이 오늘 사고 난 지점 같습니까?”


그렇죠. 그 지점이죠.


배종호 기자 :

당국이 다른 상판에 대해서도 점검을 했더라면, 그리고 최소한 차량통제조치만이라도 취했다면 대형 참사만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②그러나 오늘 참사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고였습니다. 그동안 성수대교에 대한 각종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서울시는 성수대교가 완공된 지난 79년 이후 15년 동안 단 한차례의 정밀 안전진단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홍종민 서울시 하수국장 :

(20년 미만이기 때문에) 성수대교는 정밀진단에서 제외됐다.


배종호 기자 :

③무리한 하중이 가해진 것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오늘 사고가 난 성수대교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교통안내 표지판에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통행은 통제되고 있는 반면에 다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대형 화물트럭의 통행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통과하중 18톤으로 설계된 이곳에는, 수십 톤이 넘는 대형트럭이 집중돼 결국 오늘 사고를 부른 원인의 하나가 됐습니다.


택시 기사 :

자꾸 시간대로 승용차하고 못 들어가게 하고 화물차만 들어가게 하니까 하루 종일 지금 덤프트럭, 목재 실은 대형트럭들이 거의 매일 보면은 정차돼 있는 상태입니다.


배종호 기자 :

④다리를 관리하는 인력부족도 문제입니다. 평소 성수대교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동부 건설 사업소 직원은, 모두 7명. 성수대교 외에도 영동대교와 잠실대교 등, 모두 6개 다리의 관리를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같이 허술한 관리와 감독 속에 이제 한강다리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 민 :

섬찟하죠. 오늘도 건너오는데 거기뿐만이 아니고 다른 다리도 걱정이 되더라니깐요.


배종호 기자 :

KBS 뉴스, 배종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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