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독도에 관한 관심 10%만이라도 주셨으면…”

입력 2020.11.28 (08:00) 수정 2020.12.0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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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사동항에서 인양 작업 중인 여객선 '돌핀호' / 지난 25일 촬영울릉도 사동항에서 인양 작업 중인 여객선 '돌핀호' / 지난 25일 촬영

■ 배를 못 지킨 항구, 배 인양만 재촉하는 당국

독도까지 관광객을 안내하던 여객선 '돌핀호'의 모습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9월 3일 태풍 마이삭으로 울릉도 사동항에서 침몰한 이후 약 80일 만입니다.

취재진이 지난 25일 울릉도 사동항에 갔을 때 돌핀호 인양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물빼기 작업을 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돌핀호는 유리창이 깨지고 곳곳이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돌핀호는 운항 중 침몰한 게 아닙니다. 태풍을 피해 사동항에 정박해 있다가 가라앉은 겁니다. 사동항은 방파제 220m가 유실될 정도로 지난여름 태풍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여객선 돌핀호 관계자는 정박한 배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항구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태풍 손해를 입었는데 도와주기는커녕 침몰한 여객선 인양만 재촉하는 당국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동항은 1993년부터 올해까지 28년에 걸쳐 약 4,200억 원을 들여 만든 항구입니다.

태풍 피해로 방파제가 유실된 울릉도 사동항태풍 피해로 방파제가 유실된 울릉도 사동항

여객선 '돌핀호' 관계자
"지금 사실 이 부두가 수천억 원 들여 만들어놨는데, 태풍이 오면 부두에 와서 정박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어요. 이번에 피해를 봤기 때문에 앞으로 태풍이 온다고 하면 여기 항구는 싹 비워지겠죠."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에요. 인양 관련 절차나 업체선정, 아니면 인양 기간이라도 늘려주는 등 아무런 행정적인 지원이 없어요. (당국이) '언제 건지냐? 인양 언제냐?' 이런 말만 하고…."

■ 유연성 떨어지는 재난지원금…지붕 날아가도 '0원'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울릉도는 약 6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봤습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피해복구비가 813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울릉도 주민들은 지원을 못 받거나 지원금이 턱없이 적다고 합니다. 실제로 태풍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100여 가구 중 실제 재난지원금은 단 10가구만 받았습니다.

[뉴스9] 복구에서도 잊혀진 섬 울릉도…“독도 관심 10%만이라도” (2020.11.26)

이유는 재난지원금 기준이 너무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집이 완전히 부서진 '전파', 반 정도 부서진 '반파', 침수로 수리를 안 하곤 살 수 없을 정도의 '침수피해', 이렇게 세 가지 경우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람으로 지붕이 날아가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이번에 피해를 신고한 가구 중 바람으로 인해 지붕이 날아간 가구들은 실제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급도 문제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전국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서울이든 울릉도든 침수피해 가구는 200만 원, 전파된 가구는 1,600만 원을 받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인건비가 비싼 지역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겁니다.

교통과 인건비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제 복구 비용을 지원받는 '공공시설 복구비' 제도와 대조적입니다.

■ '재난'도 계속되고, '정부 무관심'도 계속되고…회의적인 주민들

사실 이런 현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똑같습니다. 매년 크고 작은 태풍이 울릉도를 강타하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비현실적인 보상·지원으로 주민들은 냉담해졌습니다.

취재진을 본 울릉도 피해 주민들은 인터뷰나 취재를 거부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약속을 잡아도 이내 변심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냐?'라는 정서가 팽배했습니다.

울릉도 주민 A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전에 다른 곳에 인터뷰했는데 변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울릉도 사회가 빤한데 괜히 우리만 찍히니까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한 피해 주민들도 공통으로 '소외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급한 '재난 정보'부터 재난 피해와 관련한 '각종 지원'까지 울릉도의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휘수 씨 / 도동리 피해 주민이휘수 씨 / 도동리 피해 주민
이휘수 / 도동리 피해 주민
"사실 울릉도는 소외된 섬이에요. 보통 육지를 본토라고 하는데요. 본토에서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갔습니다. 끝났습니다. "하면 1시간 뒤에 울릉도를 때리거든요."

"울릉도 주민들은 다 아실 거예요. 울릉도는 대한민국 땅 아니라고. 그래 다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너무 소외되어서 그래요."

■ "독도에 관한 관심의 10%만이라도…"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각별합니다. 하지만 독도의 모(母)섬인 울릉도에 관한 관심은 너무 적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울릉도 주민들은 말합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은 울릉도가 입은 태풍 피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매번 복구가 임시방편에 그치다 보니 계속 피해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죠.

김 대장은 또, 울릉도에 대한 지원이 독도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고도 했습니다. 김 대장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고 독도 의용수비대가 울릉도 주민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도에 관한 관심의 단 10%이라도 울릉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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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독도에 관한 관심 10%만이라도 주셨으면…”
    • 입력 2020-11-28 08:00:38
    • 수정2020-12-03 09:49:38
    취재후·사건후
울릉도 사동항에서 인양 작업 중인 여객선 '돌핀호' / 지난 25일 촬영
■ 배를 못 지킨 항구, 배 인양만 재촉하는 당국

독도까지 관광객을 안내하던 여객선 '돌핀호'의 모습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9월 3일 태풍 마이삭으로 울릉도 사동항에서 침몰한 이후 약 80일 만입니다.

취재진이 지난 25일 울릉도 사동항에 갔을 때 돌핀호 인양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물빼기 작업을 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돌핀호는 유리창이 깨지고 곳곳이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돌핀호는 운항 중 침몰한 게 아닙니다. 태풍을 피해 사동항에 정박해 있다가 가라앉은 겁니다. 사동항은 방파제 220m가 유실될 정도로 지난여름 태풍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여객선 돌핀호 관계자는 정박한 배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항구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태풍 손해를 입었는데 도와주기는커녕 침몰한 여객선 인양만 재촉하는 당국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동항은 1993년부터 올해까지 28년에 걸쳐 약 4,200억 원을 들여 만든 항구입니다.

태풍 피해로 방파제가 유실된 울릉도 사동항
여객선 '돌핀호' 관계자
"지금 사실 이 부두가 수천억 원 들여 만들어놨는데, 태풍이 오면 부두에 와서 정박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어요. 이번에 피해를 봤기 때문에 앞으로 태풍이 온다고 하면 여기 항구는 싹 비워지겠죠."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에요. 인양 관련 절차나 업체선정, 아니면 인양 기간이라도 늘려주는 등 아무런 행정적인 지원이 없어요. (당국이) '언제 건지냐? 인양 언제냐?' 이런 말만 하고…."

■ 유연성 떨어지는 재난지원금…지붕 날아가도 '0원'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울릉도는 약 6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봤습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피해복구비가 813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울릉도 주민들은 지원을 못 받거나 지원금이 턱없이 적다고 합니다. 실제로 태풍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100여 가구 중 실제 재난지원금은 단 10가구만 받았습니다.

[뉴스9] 복구에서도 잊혀진 섬 울릉도…“독도 관심 10%만이라도” (2020.11.26)

이유는 재난지원금 기준이 너무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집이 완전히 부서진 '전파', 반 정도 부서진 '반파', 침수로 수리를 안 하곤 살 수 없을 정도의 '침수피해', 이렇게 세 가지 경우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람으로 지붕이 날아가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닙니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이번에 피해를 신고한 가구 중 바람으로 인해 지붕이 날아간 가구들은 실제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급도 문제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전국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서울이든 울릉도든 침수피해 가구는 200만 원, 전파된 가구는 1,600만 원을 받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인건비가 비싼 지역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겁니다.

교통과 인건비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제 복구 비용을 지원받는 '공공시설 복구비' 제도와 대조적입니다.

■ '재난'도 계속되고, '정부 무관심'도 계속되고…회의적인 주민들

사실 이런 현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똑같습니다. 매년 크고 작은 태풍이 울릉도를 강타하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비현실적인 보상·지원으로 주민들은 냉담해졌습니다.

취재진을 본 울릉도 피해 주민들은 인터뷰나 취재를 거부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약속을 잡아도 이내 변심한 주민도 있었습니다.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냐?'라는 정서가 팽배했습니다.

울릉도 주민 A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전에 다른 곳에 인터뷰했는데 변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울릉도 사회가 빤한데 괜히 우리만 찍히니까 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한 피해 주민들도 공통으로 '소외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급한 '재난 정보'부터 재난 피해와 관련한 '각종 지원'까지 울릉도의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휘수 씨 / 도동리 피해 주민
이휘수 / 도동리 피해 주민
"사실 울릉도는 소외된 섬이에요. 보통 육지를 본토라고 하는데요. 본토에서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갔습니다. 끝났습니다. "하면 1시간 뒤에 울릉도를 때리거든요."

"울릉도 주민들은 다 아실 거예요. 울릉도는 대한민국 땅 아니라고. 그래 다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너무 소외되어서 그래요."

■ "독도에 관한 관심의 10%만이라도…"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각별합니다. 하지만 독도의 모(母)섬인 울릉도에 관한 관심은 너무 적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울릉도 주민들은 말합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은 울릉도가 입은 태풍 피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매번 복구가 임시방편에 그치다 보니 계속 피해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죠.

김 대장은 또, 울릉도에 대한 지원이 독도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고도 했습니다. 김 대장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고 독도 의용수비대가 울릉도 주민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도에 관한 관심의 단 10%이라도 울릉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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