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연평도 포격 10주기…아물지 않은 상처

입력 2020.11.28 (08:15) 수정 2020.12.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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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 도발을 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전사자 유가족들은 북측에 사과를 요구해달라고 촉구했고, 서욱 국방장관은 강한 힘을 갖겠다고 강조했는데요.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이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발표되면서 이른바 이란식 해법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중국 외교부장은 1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어둠이 걷히자 연평도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고.

10년 전 끔찍한 상처를 입었던 마을은 평화를 되찾은듯 보입니다.

하지만 연평도엔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을 곳곳엔 포격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해안 초소에선 삼엄한 철통 경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섬마을 연평도에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북한이 연평도와 인근 해상에 포탄 170여 발을 기습적으로 퍼부었습니다.

우리 측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전사했고, 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조용현/당시 인천해경 연평출장소 순경 : "지금 곳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으며 너무 많은 연기 때문에 매캐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전시 상황이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입대한 지 석 달도 안 돼 전장에서 스러져 간 문광욱 일병.

포격 소리에 마지막 휴가를 포기하고 부대로 향했던 서정우 하사.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고.

[김오복/故 서정우 하사 어머니 : "한 달도 안 남았어요. 제대 한 달도 안 남았어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정규/연평도 주민 : "연평도에서 해 놓은 것들을 다 만져보고 (그냥 왔어요). 진짜 목이 메요. 그러고서 지금 나왔어요. 다시는 (물건들을) 안 본다고 생각했어. 그걸 어떻게 해요."]

당시 북한은 우리 측이 먼저 도발을 해서 연평도를 공격했다고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우리 군이 연평도 일대서 실시했던 통상적인 해상 사격 훈련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이란 겁니다.

[조선중앙TV/2010년 11월 : "남조선 괴뢰들이 감히 우리 조국의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 타격을 계속 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한 도발로 보고 있습니다.

[김열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2010년도 3월에 천안함 북침 도발이 일어났고요. 2010년도 11월 23일날 소위 말해서 연평도 김정은으로서는 마땅한 업적이 없잖아요. 그때 당시에는 나이도 아직 어렸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업적이 또 필요한데, 그 업적을 군사 분야에서 찾은 것이죠."]

연평도 포격 열흘 전 북한은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한국과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초강수를 뒀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포격 발생 꼭 10년이 되던 날.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김오복/故 서정우 하사 어머니 : "당당하게 북한에 사과할 것을 요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군 복무하다 처참하게 세상을 떠난 두 해병의 영혼에 대해 국가가 해주셔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며."]

서욱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 "우리 군은 과거의 아픔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든든한 국방 태세를 확립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유가족들과 연평도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그동안 남북,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역사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남북 관계는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도 속속 확정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외교안보 라인을 결정했습니다.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이 각각 지명됐습니다.

둘 다 트럼프식 대북 정책엔 분명한 선을 그어왔던 인물들입니다.

[토니 블링컨/美 국무장관 지명자/9월 25일 : "이란과 성공적으로 해 왔습니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북한과도 (이란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2018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도 북핵 문제를 풀어갈 최선의 해법은 이란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역시 지난 2016년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설리번은 이란 핵 합의에 실질적으로 가담을 했었던 사람이에요.실제 비엔나에서 합의 할 때까지 계속 협상을 했었던 사람이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란 핵협상 방식에 대해서 잘 꿰뚫고 있는 사람이고."]

지난 2015년 7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독일은 이란과 핵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이란이 핵 능력을 감소시키고 핵 사찰을 충실히 받으면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김열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 "지명된 사람들이 과거 한 몇 년 동안에 한 발언들에 대해서 북한이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겠구나 또는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 아, 오히려 도발보다는 그 사람들하고 핵 회담을 한 번 해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란보다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고려했을 때 북한에 이란식 핵 합의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제재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이란과 달리 북한은 폐쇄적인 경제구조로 되어 있어 이란식 제재가 통할지도 의문입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이란 같은 국가는 결국 북한하고 달리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는 나라에요. 재제를 확 했더니 국민들이 경제가 힘들어 대통령 바꿔버리자 다른 대통령을 뽑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란 핵합의로 갈 수 있었던 거예요. 북한의 경우는 제재 해볼 테면 해봐라. 우린 자력갱생으로 버티겠다."]

우리 정부로서는 두 지명자가 강력한 대북제재와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제이크 설리번/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 "북한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장치와 미사일을 추가했습니다. 북한은 무기를 계속 축적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좀 더 구체화될 때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고 차기 협상 전략을 가다듬는 게 우리 정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두 달 가까이 앞둔 시점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했는데요.

방한 전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에 대비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지난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를 찾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우리 측과 뜻을 같이했습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 : "코로나19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서 중한 관계 중시를 보여주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오후에는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구두 메시지를 왕이 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 중국이 역할을 해준 데 감사를 표하면서 비핵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부장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한 건 한미일 삼각 동맹 복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 :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닙니다.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아시아에서의 대중 견제를 위한 다자 군사안보 동맹 체제를 만들고 거기에 한국까지 들어오라는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뭔가 포석을 만들고 방지하려는 입장이라고 봐야겠죠."]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왕이 부장의 방한 시점에 맞춰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났다고 강조했습니다.

6.25 전쟁에 대한 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비판한 건데, 미중 갈등 속에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의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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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연평도 포격 10주기…아물지 않은 상처
    • 입력 2020-11-28 08:15:48
    • 수정2020-12-01 15: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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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 도발을 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전사자 유가족들은 북측에 사과를 요구해달라고 촉구했고, 서욱 국방장관은 강한 힘을 갖겠다고 강조했는데요.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이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이 발표되면서 이른바 이란식 해법이 다시 떠오르고 있고, 중국 외교부장은 1년 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어둠이 걷히자 연평도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고.

10년 전 끔찍한 상처를 입었던 마을은 평화를 되찾은듯 보입니다.

하지만 연평도엔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을 곳곳엔 포격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해안 초소에선 삼엄한 철통 경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섬마을 연평도에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북한이 연평도와 인근 해상에 포탄 170여 발을 기습적으로 퍼부었습니다.

우리 측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전사했고, 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조용현/당시 인천해경 연평출장소 순경 : "지금 곳곳에서 연기가 나고 있으며 너무 많은 연기 때문에 매캐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전시 상황이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입대한 지 석 달도 안 돼 전장에서 스러져 간 문광욱 일병.

포격 소리에 마지막 휴가를 포기하고 부대로 향했던 서정우 하사.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고.

[김오복/故 서정우 하사 어머니 : "한 달도 안 남았어요. 제대 한 달도 안 남았어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정규/연평도 주민 : "연평도에서 해 놓은 것들을 다 만져보고 (그냥 왔어요). 진짜 목이 메요. 그러고서 지금 나왔어요. 다시는 (물건들을) 안 본다고 생각했어. 그걸 어떻게 해요."]

당시 북한은 우리 측이 먼저 도발을 해서 연평도를 공격했다고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우리 군이 연평도 일대서 실시했던 통상적인 해상 사격 훈련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이란 겁니다.

[조선중앙TV/2010년 11월 : "남조선 괴뢰들이 감히 우리 조국의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 타격을 계속 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한 도발로 보고 있습니다.

[김열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2010년도 3월에 천안함 북침 도발이 일어났고요. 2010년도 11월 23일날 소위 말해서 연평도 김정은으로서는 마땅한 업적이 없잖아요. 그때 당시에는 나이도 아직 어렸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업적이 또 필요한데, 그 업적을 군사 분야에서 찾은 것이죠."]

연평도 포격 열흘 전 북한은 미국의 저명한 핵물리학자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한국과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초강수를 뒀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포격 발생 꼭 10년이 되던 날.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김오복/故 서정우 하사 어머니 : "당당하게 북한에 사과할 것을 요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군 복무하다 처참하게 세상을 떠난 두 해병의 영혼에 대해 국가가 해주셔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며."]

서욱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 "우리 군은 과거의 아픔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든든한 국방 태세를 확립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유가족들과 연평도 주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그동안 남북,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역사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남북 관계는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들도 속속 확정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외교안보 라인을 결정했습니다.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이 각각 지명됐습니다.

둘 다 트럼프식 대북 정책엔 분명한 선을 그어왔던 인물들입니다.

[토니 블링컨/美 국무장관 지명자/9월 25일 : "이란과 성공적으로 해 왔습니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북한과도 (이란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2018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도 북핵 문제를 풀어갈 최선의 해법은 이란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역시 지난 2016년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설리번은 이란 핵 합의에 실질적으로 가담을 했었던 사람이에요.실제 비엔나에서 합의 할 때까지 계속 협상을 했었던 사람이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란 핵협상 방식에 대해서 잘 꿰뚫고 있는 사람이고."]

지난 2015년 7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독일은 이란과 핵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이란이 핵 능력을 감소시키고 핵 사찰을 충실히 받으면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김열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 "지명된 사람들이 과거 한 몇 년 동안에 한 발언들에 대해서 북한이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겠구나 또는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서 아, 오히려 도발보다는 그 사람들하고 핵 회담을 한 번 해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란보다 고도화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고려했을 때 북한에 이란식 핵 합의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제재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이란과 달리 북한은 폐쇄적인 경제구조로 되어 있어 이란식 제재가 통할지도 의문입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이란 같은 국가는 결국 북한하고 달리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을 뽑는 나라에요. 재제를 확 했더니 국민들이 경제가 힘들어 대통령 바꿔버리자 다른 대통령을 뽑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란 핵합의로 갈 수 있었던 거예요. 북한의 경우는 제재 해볼 테면 해봐라. 우린 자력갱생으로 버티겠다."]

우리 정부로서는 두 지명자가 강력한 대북제재와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제이크 설리번/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 "북한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장치와 미사일을 추가했습니다. 북한은 무기를 계속 축적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좀 더 구체화될 때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고 차기 협상 전략을 가다듬는 게 우리 정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두 달 가까이 앞둔 시점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했는데요.

방한 전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에 대비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지난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를 찾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한중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우리 측과 뜻을 같이했습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 : "코로나19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서 중한 관계 중시를 보여주고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오후에는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구두 메시지를 왕이 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 중국이 역할을 해준 데 감사를 표하면서 비핵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부장이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한 건 한미일 삼각 동맹 복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왕이/중국 외교부장 :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닙니다.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욱/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 "아시아에서의 대중 견제를 위한 다자 군사안보 동맹 체제를 만들고 거기에 한국까지 들어오라는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뭔가 포석을 만들고 방지하려는 입장이라고 봐야겠죠."]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왕이 부장의 방한 시점에 맞춰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났다고 강조했습니다.

6.25 전쟁에 대한 중국의 왜곡된 주장을 비판한 건데, 미중 갈등 속에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의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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