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2분 지연된 계엄군 헬기 진입…그날 수방사에서는?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탄 헬기가 서울 상공에 처음 진입한 건 오후 11시 43분쯤입니다.

당시 작전을 수행한 계엄군이 비행 허가를 내달라고 수도방위사령부에 최초 요청한 것은 그보다 42분 전인데요.

당시 계엄군은 수방사가 비행 허가를 내려주지 않자, 허가를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더 요청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수방사는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와도 연락하며 비행 허가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KBS 취재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간략히 재구성해 봤습니다.

■ 3일 밤 10시 48분 헬기 진입 허가 요청…수방사, 비행 목적 확인 안 돼 '보류'

계엄군이 대한민국 국회 등에 출동하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헬기를 이용하는 겁니다.

이 헬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서울 상공 비행을 허가받아야 합니다.

특수작전항공단 602항공대대도 지난 3일 밤 10시 48분쯤 국회 진입을 위해 수방사에 헬기가 서울 상공에 진입하겠다며 비행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수방사는 602항공대대의 요청을 받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포고령 발표를 접해 계엄 상황인 것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수방사는 602항공대대에 비행 목적에 대해 설명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대는 비행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수방사는 규정에 따라 최초 계엄군의 헬기 진입 허가를 보류했습니다. 규정상 비행 목적이 확인되지 않은 비행은 허가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 합참 "관련 사항 없다"…비행 승인 보류 지속

수방사가 최초 비행 승인을 보류하자, 602항공대대 등은 수방사에 여러 차례 헬기 진입을 다시 요청합니다.

계속된 요청에 수방사가 해당 건을 보고한 건 합동참모본부입니다. 최상급 부대에 승인에 대한 판단을 맡긴 것이죠.

하지만 합참이 수방사에 "관련 사항이 없다"고 답변하면서 계엄군의 비행 승인 보류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 사이에도 계엄군은 서울 상공에 대한 헬기 진입을 허가해달라고 거듭 요청합니다.

공식 통로 외에도 수방사 간부들에 대해 각종 방식으로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엄군은 여전히 비행 목적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 육군본부가 승인 지시…계엄군 헬기 밤 11시 43분 서울 상공 진입

거듭된 허가 요청에 수방사가 접촉한 건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인 상태에서 육군본부에 승인 여부를 판단 받으려 했던 것이죠.

당시 전화를 받은 정보작전참모부는 최초에 보고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관련 업무를 하는 곳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은 정보작전참모부는 다시 수방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시각이 밤 11시 31분쯤, 육군본부는 수방사에 계엄군의 헬기 진입을 허가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비행 승인이 42분 정도 늦어졌고, 계엄군은 허가 약 12분이 지난 밤 11시 43분쯤에야 서울 상공에 진입해 5분여 만에 국회에 도착했습니다.

■ 비행 승인 행위 등 법적 판단 받아야

아직도 그날의 전모는 모두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계엄군 헬기의 서울 통과가 수방사의 허가 지연으로 늦어진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비행 승인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받은 행위와 육군 측의 비행 승인 행위가 적법한지 등은 앞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당국은 수방사령부와 육군으로부터 12월 3일 비행 승인과 관련한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