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와우아파트를 기억하십니까?
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 4월 부실시공으로 붕괴 돼 33명이 숨졌던 곳입니다.
와우아파트처럼 붕괴 위험에 처해있는 건물이 현재도 서울에만 4백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요즘과 같은 장마철엔 붕괴 위험이 더욱 커지는데요, 먼저, 양성모 기자가 위험천만한 건물에서 하루하루 불안하게 지내야 하는 입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71년 지어져 불혹의 나이를 맞은 금화 시범아파트입니다.
외벽 곳곳이 금이 가고 난간은 녹이 슬어 쓰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
복도엔 천장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의 안전등급은 가장 낮은 E등급!
붕괴위험이 있어 당장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재난위험시설이지만 여전히 10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금화시범아파트 주민 : "여기 이 벽이 찢어지면서 갑자기 다 떨어지더라고요. 맞았으면 진짜 생명이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었으니까."
최하 수준의 안전등급인 D등급을 받은 서울 조원동의 강남아파트.
천장엔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이고 어른 손이 들어갈 정도로 외벽 균열이 심합니다.
붕괴 조짐이 잇따르면서 이렇게 임시 낙석방지 시설을 설치했지만 장마철을 맞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남아파트 주민 : "2000년도에 그때 물이 여기 위까지 찼지. 저쪽 외벽이 무너져가지고 보수한 데가 몇 군데 있잖아요. 근처로는 못 가게 뭐 쳐놨잖아."
가뜩이나 낡은 건물에 거센 장마비까지.
별 안전장치 없이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양성모 기자! 화면으로 보기에도 곧 쓰러질 듯 위험해 보이는데요.
이런 아파트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죠.
<답변>
정부는 붕괴와 같은 재난 위험이 있는 건물을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하고 관리하는데요, 이 특정관리대상시설은 A부터 E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A부터 C등급까지는 안전하지만 D등급은 긴급한 보수가 필요하고,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D나 E등급 아파트는 언제든지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는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건데요, 이런 시설물이 서울에만 410곳, 전국적으로는 천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민들이 붕괴 위험 속에서도 살아가는 속사정을 고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6년 전, 강남아파트가 재난 위험 시설물 D등급을 받자 주민들은 재건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건축 사업은 두 차례나 무산됐습니다.
<인터뷰> 최정룡(강남아파트 재건축 정비 조합장) : "대지 면적이 적은 데다가 세대 수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어서 시공사들이 많이 꺼리고 있습니다."
재건축은 무산되고 이사할 돈마저 마련하지 못한 주민들은 위험 속에 그대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강남아파트 주민 : "(이사는) 못 가. 돈 없으니까 못 가지. 보상이 나와야 돈 좀 보태서 어디로든 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못 가지."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은 금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보상금 문제로 재개발은 미뤄지고 있지만, 입주민이 대부분 영세민이라 이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금화시범아파트 주민 : "여기 아파트 주민이 가장 서민들이잖아요. 천만 원도 없어요. 다들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위험상황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순찰이 전부입니다.
<인터뷰> 이상일(서울 천연동 주민센터 주임) : "혹시 붕괴나 기타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수시로 순찰을 하면서 상황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개발수익이라는 경제성만 따지다 보니 재건축과 이주가 늦어지고 덩달아 주민들의 안전도 방치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럼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당장 붕괴위험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요?
<답변>
근본적인 대책은 주민들을 빨리 이주시키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겁니다.
법령에 따르면 이런 위험 시설물에 대해 정부가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주민들과의 마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류호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주 대책입니다.
이를 위해서 임대아파트 등 대체 주거수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임대 주택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정옥 (아파트 입주민) : "임대주택 제공되는 부분이 결정이 안 됐으니까 그런 부분을 서울시에서 신경 써 줬으면"
개발이 더디면 붕괴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만큼 경제성보다는 빨리 사업을 추진을 할 수 있는 공영 개발의 필요성이 더 높은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주사재 (서울 관악구청 주택담당) : "SH 공사하고 문서로 직접 협의도 하고 했었는데, 공영 개발 방식을 해서라도 하루빨리 진행을 시키려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고..."
공공개발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건물을 짓는데 집중된 건설 시장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임홍철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 "외국의 경우를 보게 되면 건설 시장 전체에서 유지 관리라든가 보수 보강을 하는 비율이 한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10%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또 아파트의 붕괴 우려가 큰 만큼 점검 인력을 보충하는 등 안전 대책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