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SK 와이번스가 그칠 줄 모르고 퍼붓는 비 때문에 다급해졌다.
SK는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와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12일 LG에 0-2로 패한 이래 사흘 내내 쉬게 됐다.
올해 SK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8차례나 우천 취소 통보를 받았다.
가장 적은 KIA보다 무려 10경기나 많다.
지난 4월2일 정규 시즌 개막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선수들이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터라 장마가 반갑기도 하지만 9월 일정을 생각하면 벅찬 것도 사실이다.
40승32패로 3위를 달리는 SK는 투타 진용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비 소식이 그리 나쁘진 않다.
일본 후쿠오카 야구 클리닉에서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를 찾고자 노력 중인 김광현은 우천 취소 경기가 늘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완벽한 부활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또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이 새 팀에서 편하게 적응할 기회를 얻었다.
타자들도 연습으로 떨어진 타격감각을 끌어올릴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전력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삼성과 KIA를 위협할 만한 처지가 못되기에 SK는 9월의 빡빡한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비슷하게 흘러갔던 2009년과 비교하면 행운도 SK의 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SK는 2009년 6월 안방마님 박경완이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8월에는 김광현이 두산 김현수의 타구에 맞아 왼쪽 손등을 다치면서 대오에서 낙오해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SK는 당시 비로 취소된 경기가 적어 9월 ’우천리그’를 비교적 느긋하게 치렀고 ’벌떼 마운드’를 총동원, 시즌 마지막까지 19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도 박경완이 오른쪽 아킬레스건 수술 후유증으로 시즌 초부터 아예 빠졌다.
김광현이 부침을 거듭한 와중임에도 상위권을 달리며 저력을 발휘했지만 마운드와 타선의 힘이 2년 전만 못하다.
게다가 9월 일정이 촘촘히 짜이면 전매특허인 ’벌떼 마운드’를 가동하기도 어려워 김성근 SK 감독의 고민이 깊다.
반면 KIA는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가장 많은 16경기를 치렀음에도 11승5패, 승률 0.688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때문에 8월에 부진에 빠지더라도 경기 수가 적은 9월에 마지막 힘을 낼 여력이 있는 편이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달 초 우천 취소 경기를 재편성한 8월29일 이후의 새 경기일정표를 발표한다.
한때 전반기에만 80경기 이상 취소된 적이 있어 9월 일정을 짜는데 애로를 겪었던 KBO는 이날까지 취소된 55경기 정도라면 더블헤더(하루에 같은 상대 팀과 두 번 경기하는 것)나 월요일 경기 없이도 9월까지 정규 시즌을 끝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별 우천 취소 경기 수(15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