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송승준(31·롯데)과 좌완 김광현(23·SK), 두 에이스 투수의 어깨에 양 팀의 운명이 걸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는 22일 오후 2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마지막 경기에 송승준과 김광현을 각각 선발 투수로 내보낸다고 21일 예고했다.
이날 경기로 한 팀은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올라 정규시즌 1위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을 벌이게 되고, 나머지 한 팀은 올해 농사를 갈무리해야 한다.
지난 20일 4차전에서 장원준의 호투로 2-0 승리를 거둬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되찾은 롯데의 마운드는 송승준이 책임진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김광현과 ’맞장’을 떠보라고 할 작정이다"며 송승준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장원준(15승)에 이어 올해 정규리그에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3승(10패)을 거둔 송승준은 직구와 스플리터, 커브 등을 던지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가을만 되면 작아졌던 송승준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달갑지 않은 징크스 하나를 깼다.
송승준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정규리그에서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수확한 롯데의 간판 투수지만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서는 통산 4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88로 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치른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볼넷 3개를 내줬으나 삼진 6개를 솎아내며 SK 타선을 1점으로 틀어막아 롯데에 승리를 안겼다. 송승준이 포스트시즌 통산 5경기 만에 올린 첫 승리였다.
당시 송승준은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을 뽐냈다. 오른손 타자 바깥쪽 무릎 높이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드는 최고 시속 148㎞짜리 빠른 볼과 전매특허인 포크볼을 섞어 승부를 걸었고, 커브로 상대 타자들을 현혹했다.
롯데는 송승준에게 2차전과 같은 역투를 다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설 김광현은 송승준과는 사정이 정반대다.
김광현은 SK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앞장섰던 ’가을 사나이’다.
그러나 올시즌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정규리그에서 4승6패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하는 데 그친 데 이어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제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8일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 4⅔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고 볼넷 3개를 줘 1실점 했다.
타선도 받쳐주지 않아 팀이 1-5로 패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왔지만 3⅔이닝 동안 홈런 포함 8안타와 볼넷 3개를 내주고 4실점 한 뒤 조기 강판당했다.
SK가 연장 10회까지 승부를 몰고 가 7-6으로 역전승하는 바람에 패전투수는 되지 않았지만 에이스답지 못한 투구였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4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끝낼 요량이었지만 5차전까지 치르게 되자 결국 김광현을 다시 마운드에 세우기로 했다.
이 감독대행은 "에이스인 만큼 잘 던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물론 "잘 던져주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1회부터 바로 교체해서 총력전으로 가겠다"며 ’김광현 이후’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4차전에서 4번 타자 이대호가 올해 플레이오프 들어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타선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김광현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SK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김광현의 공 하나하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