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최형우 위해 MVP 후보 양보

입력 2011.11.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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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대장' 오승환(29·삼성 라이온즈)이 7일 열리는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팀 후배 최형우(28)를 위해 후보를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3일 오승환이 스스로 MVP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발표했다.

오승환은 구단을 통해 '선발 투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 MVP 도전에 강한 애착을 보였으나 한국시리즈 종료 후 고민 끝에 MVP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팀 후배인 최형우(28)와의 경쟁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은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의 설움을 맛본 뒤 재입단, 피나는 훈련을 거쳐 팀의 중심타자로 발돋움했고 올해 홈런(30개)·타점(118개)·장타율(0.617) 3관왕에 올라 MVP 자격이 충분하다며 자신 대신 최형우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후배에게 영예를 돌리려는 선배 오승환의 선의는 충분히 모범이 될만한 사례다.

그간 MVP 후보를 양보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MVP 후보는 선수가 특별히 입후보해야 하는 게 아니라 드러난 성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야구기자회는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MVP 및 최우수 신인선수 후보자 선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윤석민(KIA)과 오승환, 홈런·타점 1위 최형우(삼성), 타격 1위 이대호(롯데) 등 4명을 MVP 후보로 결정했다.

이중 윤석민과 오승환·최형우가 MVP 삼파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졌고 오승환과 최형우는 집안 싸움을 벌일 형편이었다.

윤석민은 다승(17승)과 평균자책점(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 타이틀을 따내 20년 만에 투수 4관왕을 달성했다.

1승47세이브를 거두며 독보적인 소방수로 맹활약한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3세이브를 올려 윤석민에 대적할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형우는 한국시리즈에서 강렬한 한 방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워낙 좋은 성적을 남겨 MVP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오승환이 사실상 후보를 사퇴하면서 표심이 왜곡될 소지가 생겼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구단이 직접 MVP 후보 교통정리에 나선 게 아니다. 우리 또한 오승환의 이런 결정이 당혹스럽다"면서 "선배가 후배를 위해 선의를 베푼 일을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MVP와 신인왕은 7일 오후 2시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프로야구 출입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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